※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새장 안의 새를 밖에 내보내도..."
소우자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키리히메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한참 침묵이 돌자, 소우자는 입을 옷자락으로 가리며 후후 웃었다.
"농담입니다. 당신이란 주인은 정말 농담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군요."
"소우자 사몬지, 주군께 무슨 말버릇이냐!"
뒤에서 하세베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키리히메는 손을 들어 그의 책망을 저지했다. 그녀는 그저 소우자의 어깨를 툭툭 털어주며 말할 뿐이었다.
"다녀와서 이야기, 많이 들려줘."
"......예에, 노력하도록 하지요."
소우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은 후, 그 분홍색의 승복 같은 옷을 펄럭이며 부대원들과 함께 정문으로 향했다.
키리히메는 그들을 눈으로 배웅한 후 정원에 핀 붉은빛 수국으로 고개를 돌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선명한 푸른빛 수국이었건만.
***
그 날 저녁, 키리히메는 달이 뜬 정원에 기모노를 걸치고 나왔다. 평소 입는 것보다 화려한, 그리고 그만큼 입는 데에도 손이 많이 가는 옷이었다.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지금은 수국을 몸에 걸치고 싶었다. 그녀의 기모노에는 보름달과 수국 무리를 모티브로 한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오비를 살짝 매만진 후, 그대로 정원에 있는 작은 다리를 건너갔다. 또각거리는 게다 소리가 곧 풀잎에 묻히고, 수국이 잔뜩 피어난 연못가에 수국 차림의 소녀가 멈춰섰다.
"그 옷차림은 그다지 본 적 없군요."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키리히메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분홍빛 머리에 어딘가 슬픈 눈을 한 남성과 시선을 마주쳤다.
"소우자. 도망가지 않았네?"
"예에, 다녀왔습니다. 검은 주인에게 매인 몸이니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키리히메의 곁에 다가와 섰다. 키리히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수국 무리를 손으로 살살 건드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소우자가 문득 말을 걸었다.
"당신은 수국을 좋아하나 보군요?"
"수국은 옛날부터 많이 봤었으니까, 그리운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
"금방 져버리는 꽃에 친구라... 이상한 분이다."
키리히메는 조용히 쓴웃음을 지으며 수국 이파리 중 병이 들었는지 마른 것을 똑 땄다. 아직은 싱싱하지만 끝까지 누렇게 변해있던 그것은 손을 대자마자 너무도 쉽게 떨어져 나왔다. 그녀는 그것을 가만히 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 그녀를 소우자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참 병으로 시들어버린 잎을 손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리던 키리히메는 곧 그 이파리를 연못에 둥실 띄워보냈다.
"연못에 띄워보내는 거군요."
"달리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으니까."
"찢어서 흩뿌릴 줄 알았습니다."
소우자는 후후 웃으며 말했다. 키리히메가 잠시 눈을 굴렸지만 단지 그뿐. 그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연못물에 손을 살짝 담그고 휘휘 저어 이파리를 더욱 멀리 보낼 뿐이었다.
그 때, 소우자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가볍게 이야기했다.
"오늘, 어쩌면 저는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어째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정말로 자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
"후후, 농담입니다. 이 몸을 부여받은 이상, 마음대로 도망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소우자는 어깨를 으쓱한 후 다시 입가를 옷자락으로 가리고 웃었다. 키리히메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치고 싶어?"
"사람들에게 집착받는 것은 싫군요. 제게 낙인을 찍고, 저에게 천하를 지배하는 자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지. 그렇게 이리저리 팔려다니기 위해 새장 속에 갇히는 건 사양하고 싶군요."
"...그렇네."
키리히메는 여전히 연못에 둥둥 떠 바람 가는 대로 흐르는 시든 수국잎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소우자가 한쪽 눈을 부릅떴다.
"기묘한 말투군요. 마치 알고 있다는 듯한."
"당신처럼 낙인이 찍히거나 한 건 아니야."
키리히메는 몸을 일으켜 소우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를 향해 조용히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소우자 사몬지."
"예에. 그렇지요."
"그럼 내 이름은 무엇인지, 알겠어?"
"주군의 이름, 말입니까? 문서에는 키리히메, 라고 쓰여 있을 텐데요."
"그건 내 이름이 아니야."
키리히메는 고개를 저었다. 소우자는 가만히 그녀가 입을 떼기를 기다렸다.
"이름을 빼앗겼어. 사니와가 됐을 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내 이름을 몰라."
"......당신은 새장 속의 새라기보다는, 한쪽 날개가 잘린 새 같군요."
소우자는 신랄한 말투로 말했다. 그 날의 끝은 키리히메를 향해 있었을까, 아니면 그녀의 이름을 잘라내 가져간 이들을 향해 있었을까. 키리히메는 그럴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수국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지금 생활이 싫지는 않아. 당신들과 싸울 수 있고."
"정확히는 저희가 싸우고 주군께선 뒤에 물러나 지휘를 하시지요."
그 자리에 하세베 같은 충직한 스타일의 가신이 있었다면 당장 칼을 뽑았을 법한 무례한 발언. 하지만 키리히메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그렇다고 수긍하며 살짝 느슨해진 오비를 조였다.
"당신들이 여기 있으니까, 이 혼마루 생활은 좋다고 생각해.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어."
"당신은 이상한 새로군요. 날개는 잘리고 자유는 빼앗겼으면서, 새장 안에 같이 넣어진 다른 새들 때문에 괜찮다고 말해."
"기반이 뒤틀려 있어서일까."
"그런 면에서는 저와 닮았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기쁠지도."
키리히메는 밝게 웃었다. 소우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방금 발언 어디에 기뻐할 만한 구석이 있었던 것일까?
그는 알지 못하고, 그저 키리히메가 연못에 띄웠던 시든 잎을 건져내 자신의 손바닥에 올렸다. 그는 잠시 그것을 찢을까 하다, 곧 자신의 긴 옷소매 자락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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