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검사니 전력 60분: '포옹'
“어라, 주인은 안 나온 거야?”
밥그릇이 줄줄이 늘어선 쟁반을 들고 연회장에 들어선 쇼쿠다이키리가 고개를 눈을 깜빡였다. 저마다 떠들던 도검남사들이 제일 상석의 빈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키리히메의 혼마루에서는 원정을 나간 이들을 제외한 도검남사들이 전부 모여서 식사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 자리에는 키리히메 본인도 포함되는 이야기. 가끔 도검남사 중 몇이 늦장을 피우거나 투정을 부려 늦게 나오는 일은 있었지만, 사니와가 늦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혼마루를 옮긴 직후 몸이 아플 때에도 근시의 부축을 받아 일찍 나와 있던 게 이 혼마루의 사니와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날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녀석이 늦잠이라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인걸. 누가 해 방향 좀 확인하고 올래?”
“츠루마루, 주인을 두고 농담은 관두는 게 좋아. 오늘 근시는 누구였지?”
코기츠네마루가 츠루마루의 등짝을 때리며 다른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쪽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던 우구이스마루가 손을 들었다.
“좋아, 그럼 우구이스마루 씨, 주군의 침전에 좀 다녀오겠어?”
“너무하네. 아침 정도는 느긋하게 있게 해 주는 게 좋을 텐데.”
“하지만 그랬다간 밥을 굶기게 되잖아. 식사를 빠뜨리는 건 안 될 말이야.”
“하세베 같은 이야기를 하는구나.”
우구이스마루는 차를 호로록 들이키며 말했다. 하세베가 그를 쏘아보았지만 우구이스마루는 태연자약했다. 그 모습에 한숨을 쉰 쇼쿠다이키리는 쟁반을 내려놓으며 돌아섰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내가 다녀올게.”
“가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갑자기 우구이스마루가 일어섰다. 쇼쿠다이키리가 그를 돌아보았고, 코기츠네마루가 눈썹을 치켜떴다.
“신기한 일이로군. 그대가 이렇게 타인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일 줄이야.”
“뭐, 오늘의 근시는 나니까. 그리고 그 아이는 타인이 아니잖아?”
“워, 한층 더 우구이스마루답지 않은 발언인걸. 차에 이상한 약이라도 들었던 거야? 아니면 혹시 가짜?”
츠루마루가 놀리듯 말했다. 우구이스마루는 어깨를 으쓱한 후 오사후네의 타치를 가볍게 연회장 안으로 밀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졸지에 뒷걸음질을 친 쇼쿠다이키리는 하마터면 쟁반 위로 엎어질 뻔했다.
“하하하, 우구이스도 진심이 되면 재미있구나. 좋은지고.”
고비젠 파의 타치의 이상행동에 하나같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미카즈키만이 홀로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
“해가 밝았단다. 일어나렴.”
사니와의 침실 앞에서 우구이스마루는 기척했다. 그도 법도라는 것을 아는 몸. 주군의 침실에 무턱대고 들어가는 것은 가능하면 삼가고 싶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구이스마루는 흠 소리를 낸 후 문에 손을 올렸다.
키리히메는 옆으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요사이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그녀는 뺨까지 이불을 올리고 있었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이불의 형상으로 보아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웅크려 있는 게 분명했다. 우구이스마루는 뒷덜미에 손을 올리며 피식 웃었다.
“벌써 겨울잠에라도 들어 버린 건지. 자, 일어나렴. 차가 식겠어.”
우구이스마루는 제 주인을 흔들었다. 키리히메가 살짝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척였다. 하지만 눈꺼풀이 잠깐 움찔거렸을 뿐 전혀 뜨이지는 않았다. 전혀 깰 기색을 보이지 않는 주인 옆에 우구이스마루는 무릎을 꿇었다. 살짝 이불을 까자 키리히메가 아침 공기를 맞고는 몸을 살짝 떨었다.
“오오카네히라와 맞먹을 정도로 말을 듣지 않는구나.”
우구이스마루는 키리히메의 뺨을 콕콕 찔렀다. 이쯤 하면 일어날 법도 한데 키리히메는 영 일어나지를 못했다. 어젯밤까지 늦게 문헌을 읽다 새벽쯤에야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근시가 알 턱이 없었다.
우구이스마루는 흠 소리를 내며 주인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키리히메의 뺨 위에 어지러이 흐트러진 은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머리카락에 감각이 느껴지기라도 한 것처럼 키리히메가 키득키득 웃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보던 우구이스마루는 잠깐 자신이 들어왔던 문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은 없었다. 다시 키리히메로 시선을 돌린 우구이스마루는 이불에 손을 뻗더니 그걸 휙 들추고 들어가 누웠다.
“곧 가을이 다가오는 것치고는 이불이 덜 폭신한데. 새 것으로 바꾸자고 건의해야겠는걸.”
혼잣말을 하며 우구이스마루는 키리히메의 옆에 붙었다. 잠자리를 습격받았는데도 키리히메는 눈을 뜰 줄을 몰랐다. 우구이스마루는 흐흥 웃더니 그녀를 끌어당겨 이불 속에서 자신의 품에 안았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낮은 체온에 놀랐다. 하지만 이내 잠을 자는 중이라 신진대사가 느려져 있음을 떠올리고 그는 휴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해도 안 일어나다니, 아까 말은 수정이다. 오오카네히라 이상이로구나.”
우구이스마루는 숨죽여 웃었다. 키리히메는 잠깐 칭얼대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곧 우구이스마루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녀로서는 그냥 보다 따뜻한 곳을 향해 본능적으로 몸을 파묻은 것이리라. 우구이스마루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등에 손을 올렸다. 갓 끓인 차를 마실 때처럼 손가락 끝에서부터 온기가 퍼져갔다.
“깨우러 오는 역할을 양보하지 않기를 잘했어. 안 그랬으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뻔했지 뭐야.”
속삭임과 함께 우구이스마루는 팔에 힘을 주었다. 키리히메가 살짝 신음을 흘렸다가, 좋은 꿈이라도 꾸기 시작했는지 입꼬리에 호선을 그렸다. 그런 그녀의 앞머리에 코를 묻고 우구이스마루는 숨을 들이마셨다. 언젠가 그녀가 선물로 받았다며 타 왔던 서양의 차(허브티라는 이름인 듯했다)와 닮은 향기가 났다. 고개를 살짝 뒤로 물린 우구이스마루의 시선에 키리히메의 옷자락 사이가 보였다. 쇄골 아래에 흉터가 가로로 찢어진 것이 보였다.
‘이게 그 생전의 흉터인가?’
우구이스마루는 키리히메를 안은 채 살짝 몸을 낮추어 가슴에 얼굴을 미끄러뜨려 파묻었다. 말랑한 감촉이 기분 좋게 볼을 간지럽혔다. 실제로 잠자리를 같이 하지는 않으면서 품에 안기만 하고 자는 것으로도 만족하는 이들이 있다던데,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우구이스마루는 이제야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물론 그 이상을 하면 더 좋겠지만 -여기서 우구이스마루는 처음으로 정색을 하고 혀를 찼다- 가만히 품에 얼굴을 묻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따끈하고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키리히메가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우구이스마루의 목덜미에 손을 올려 끌어당겼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가 곧 그녀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다른 녀석들에게 너를 깨우게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으응…….”
키리히메가 우구이스마루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 힘을 실었다. 서로 껴안는 형상이 된 것을 우구이스마루는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럼 나도 한 숨 자 보도록 할까.”
우구이스마루는 키리히메의 귓가에 슬쩍 속삭였다. 아직 들지 않은 아침식사와 자신의 자리에 그대로 두고 온 차가 생각났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잔의 아침 차까지 포기하다니 자신도 어떻게 되었다고 속으로 자조하며 우구이스마루는 눈을 슬며시 감았다.
그로부터 키리히메와 우구이스마루가 일어난 것은 주인을 깨우라고 보낸 이까지 감감무소식이 되자 후발대로 보내진 하세베의 외마디비명이 울린 뒤였다.
'구 연성(200101 이전) > 구 도검연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귓속말 【헤시사니】 (0) | 2016.11.08 |
---|---|
질주 【미카사니】 (0) | 2016.11.08 |
주문 【미카사니】 (0) | 2016.11.08 |
一閃【헤시사니】 (0) | 2016.11.08 |
대작 【나가사니】 (0) | 2016.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