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밤중, 갑자기 목덜미를 덮친 불길한 기운에 미카즈키는 눈을 떴다. 그는 홱 몸을 일으키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 그는 머리맡에 놓인 자신의 본체를 움켜쥐고 일어섰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지자 옆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다른 타치들이 부스스 눈을 떴다.
"미카즈키 씨, 대체 이 밤중에 무슨 일입니까...?"
이치고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그러나 미카즈키는 벌써 밖으로 뛰쳐나간 지 오래였다.
칼집에서 칼을 뽑아들고, 신조차 신지 않은 채 미카즈키는 정원 한쪽으로 달려갔다. 본능이 그에게 위험을 고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이 평온한 본성을 덮쳐들었다. 이대로 있으면 큰일이 날 것이다. 그런 생각에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평소 미카즈키는 여유로운 태도를 띠고 늘 우아하게 걷는 귀족풍의 도검이었다. 그러나 복도를 지나 정원으로 달려나가는 그에게 지금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정원 한쪽으로 달려온 미카즈키는 말없이 칼을 휘둘렀다. 검은 거미의 형상을 한 귀신들이 미카즈키의 아름다운 검신에 찢겨 갈가리 흩어졌다.
그 한가운데에는 사니와가 쓰러져 있었다. 검은 거미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그 날의 순찰 당번이었던 이마노츠루기가 미카즈키와 눈을 마주쳤다.
"미카즈키 씨!"
"야아, 이마노츠루기. 당장 달려가서 다른 자들을 불러모으도록 해. 여기는 내가 맡지."
이마노츠루기 역시 도검남사라 하지만, 여기 모인 수많은 자들을 단도 한 자루가 상대하는 것은 어렵다. 이마노츠루기는 고개를 끄덕인 후, 캬악 소리를 내며 덮쳐들려던 검은 거미를 찔러뚫고 본성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확인할 새도 없이 미카즈키는 사니와를 안아들었다. 가슴 바로 밑에 커다란 상처가 입을 벌린 채 검붉은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거미들 중 한 마리의 입에 천조각이 걸려 펄럭이고 있었다.
미카즈키는 시나와를 조용히 끌어안고 속삭였다.
"조금만 기다려 다오, 금방 끝내마."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조심스레 사니와를 바닥에 뉘였다.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미카즈키는 칼을 고쳐잡고 괴물 거미들을 향해 칼을 빠르게 휘둘렀다. 가장 가까이 있던 자를 단칼에 베어버렸을 때, 미카즈키의 복장은 어느새 평소의 그 갑주 복장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에이로쿠의 변 이후, 이렇게 진지해진 것은 오랫만이로구나. 이번에는 질 수 없다!"
초승달이 떠오른 미카즈키의 두 눈동자가 요사스러운 빛을 발했다. 그는 높이 손을 쳐들고 크게 도약해 가까이 있는 자들부터 쳐내기 시작했다.
입에 사니와의 옷 조각을 물고있던 자가 먼저 일도양단당했다. 다른 자들이 미카즈키를 노리고 입을 벌렸지만 그들 역시 머리부터 가로로 찌부러지더니 곧 터지듯 사라졌다. 미카즈키는 춤을 추듯 몸을 빙글 돌려, 사니와에게 가까이 다가가던 두세 마리를 차례로 찔렀다. 그들 모두 단말마를 지르더니 곧 본래의 형태, 즉 식신을 불러내는 검은 종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갈가리 뜯겨져 흩날렸다.
"미카즈키 공!"
"미카즈키!"
다른 이들이 뒤늦게 달려왔다. 동시에 가장 큰 한 마리가 사니와와 미카즈키를 노리고 덮쳐들었다. 그러나 미카즈키는 입술을 꽉 깨물고 거미 식신의 배를 침착하게 꿰뚫었다. 칼날이 비틀려 사선으로 적의 배를 찢고 나왔다. 검게 뒤덮였던 시야가 식신의 형체가 산산이 부서지며 다시 트였다.
이시키리마루가 가까이 다가와 검은 종이 조각들을 주워들었다.
"이것은... 부정한 식신, 적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적이 보낸 자객이라 생각해도 좋겠지."
"이 본성은 비록 말단이라 하나 신의 세계에 있는 곳, 어떻게 여기에 자객을 보낼 수 있었을까요?"
"편지나 선물에 몰래 반입시켰거나, 우리가 출진했다 돌아올 때 몰래 띄웠겠지."
타로타치의 중얼거림에 츠루마루가 대답했다. 평소 놀래키는 것을 좋아하는 그도 지금은 상황의 심각함을 아는지 심각하게 바닥에 흩어진 검은 조각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미카즈키는 아무래도 좋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바닥에 뉘여 둔 사니와를 끌어안은 채 일어섰다.
"주인이 심하게 다쳤으니 치료가 필요하겠다. 야겐을 깨워도록 해라."
"이미 와 있어. 하지만 그 정도 상처면 나로서는 역부족이야."
야겐이 안경을 고쳐쓰며 한숨을 쉬었다. 사니와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든 미카즈키의 손에 힘이 꾸욱 들어갔다.
순간 매서워진 초승달 뜬 눈을 고의로 무시하며, 야겐은 사니와의 상처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부정한 것에 감염된 것만이라면 이시키리마루가 전문일 테고, 상처만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복합적인데다 상처도 깊어. 이 정도면 의원에게 가야 할 거야."
"이 세계의 의원이면...."
"신과 요괴를 위한 곳이니 밤에도 하기는 하겠지만, 말로 달려서 1시간은 걸릴 거야. 애초에 우리는 병마에 시달릴 일도 거의 없잖아."
야겐이 한숨을 쉬었다. 다른 이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굳어졌다. 말단이라 하나 신의 자리에 있는 그들 도검남사였다면 1시간 정도 그 상처에 버티는 것은 쉬운 일. 그러나 어느 정도 영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인간인 사니와에게 그 시간은 도저히 버티기 어려운 난관이었다. 벌써 상처 부분에는 진보랏빛을 내는 부정한 기운이 나타나 점차 살을 좀먹어 가고 있었다.
그 때, 미카즈키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츠루마루, 말을 준비해 다오. 제일 빠른 모치즈키(望月)로."
"에? 설마 진짜로 갔다오게?"
"주인을 살리려면 이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는 그렇게 말하며 주인을 단단히 잡았다. 츠루마루는 잠시 걱정스런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마구간으로 달려갔다.
"이랴!"
미카즈키와 사니와를 태운 말이 쏜살같이 정문을 빠져나갔다. 아무도 없는 밤의 환상세계를 말발굽 소리가 때려 찢자, 조용히 자고 있던 산새들이 일제히 불길하게 울며 날아올랐다.
그것을 무시하며 미카즈키는 계속 말을 재촉했다. 한손에는 천으로 미리 몸에 단단히 묶어놓는 사니와를 안고, 한손에는 고삐를 잡고 달려나가는 그의 모습은 이미 주변에서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조금만 버텨 다오, 곧 도착할 테니까......!"
품속에서 숨을 헐떡이는 사니와에게 미카즈키는 몇 번이고 말했다. 사니와는 알아들은 것일까, 숨을 거세게 헐떡이면서도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가 흘러나와 미카즈키의 의장을 적셨고, 부정한 기운의 감염은 어느새 찢어진 옷 틈새로 드러난 상처 전부를 뒤덮고 있었다.
모치즈키를 달리게 하면서도 미카즈키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입술을 꼭 깨물고, 고삐를 힘껏 쳤다.
"이랴, 더 달려 다오!"
히히힝.
말이 크게 울고 시가지를 질주했다. 밤거리를 돌던 몇몇 요괴들이 놀라서 말의 발자취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고 강변을 따라 달리는 미카즈키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도, 궁극의 마이페이스라고 핀잔을 듣는 태도도 지금 그에게는 없었다. 아니, 그런 것은 지금의 미카즈키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죽게 할까 보냐... 이전 주인처럼, 불 속에서 패하게 할 수는......!'
미카즈키의 기억 속에 조용히 잠든 아시카가 시절의 기억. 그 때 그의 주인은 미카즈키를 잡고 끝까지 싸웠으나 결국은 패했다. 칼에게 있어서 주인이 죽는 것은 단순한 슬픔 그 이상의 비극이다. 늘 그릇 크게 행동하는 미카즈키의 밑바닥에도 그 상처의 무거움은 가라앉아 있었다.
바로 그렇기에 그는 두 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았다. 주인을 품 속에서 잃고 방황하는 비극을, 주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감을.
"미카.... 즈키......"
품 속에서 사니와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렸다. 미카즈키는 말을 달리게 하면서도 그녀에게 온 힘을 다해 미소지었다.
"편안히 자고 있으려무나, 곧 의원에게 진찰받을 수 있을 테니."
"......응......"
사니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꺼풀 위로 미카즈키의 눈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똑 하고 떨어졌다.
미카즈키는 이를 악물고 말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찼다. 모치즈키가 높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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