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망 요소 주의
"하세베, 사랑해……."
문득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 나는 눈을 뜬다. 곁에는 나의 주인이 몸을 옷가지로 가린 채 가로누워 있다.
눈이 마주치자 주군께서 볼을 붉히는 것이 똑똑하게 보인다.
"일어나 있었어?"
"예. 주군의 목소리에 제가 대답하지 않을 리 없잖습니까."
나는 웃으며 주군의 뺨을 어루만진다. 그녀는 미소지으며 내 품으로 파고든다. 맨살이 서로 맞닿는 체온이 기분이 좋다.
아아,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오늘만이라니. 어째서 조금 더 일찍 알지 못했던 것일까. 그랬더라면 매일 밤, 한이 남지 않을 때까지 그녀를 끌어안았을 것을.
끌어안은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일까, 주군께서 신음을 흘린다.
"하세베, 아파."
"죄송합니다, 주군."
"...괜찮아. 지금은 아픈 것이 오히려 나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주군께서는 몸을 일으킨다. 유카타를 걸치고 머리를 정돈하는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 때, 그녀가 입을 연다.
"슬퍼?"
정곡을 찔렸다. 나는 고개를 저으려다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유카타의 띠를 질끈 동여맨 후 그렇구나, 하고 한숨을 내쉰다.
그녀는 말이 없다. 나도 말없이, 몸을 일으켜 재킷을 걸친다. 새벽녘이 밝아오고 있다.
그 때, 갑자기 귓가에 따스한 감각이 느껴진다. 주군의 숨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도 슬퍼.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처음이야."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내 귓가에 입을 맞춘다. 부드러운 감촉. 하지만 맞닿은 피부 사이로 스며드는 어딘지 차가운 감각. 눈물의 맛과 닮아있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고개를 돌려 주군과 얼굴을 마주한다. 볼이 상기된 주군의 두 어깨를 붙잡고, 나는 결연히 제안한다.
"주군,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주명이라면 저는 누구의 적도, 누구의 아군도 될 수 있습니다. 도망치신다면......"
"그럴 수 없다는 것, 알면서"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그 눈가에 눈물이 어린다. 그럼에도 특유의 담담한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고, 그녀는 내 볼을 감싸안는다.
"고마워, 하세베. 당신과 마음을 서로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어. ......잠시, 산책나가도 괜찮을까?"
"예, 주군의 뜻대로."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눈가가 뜨거워진다. 이것이 눈물이라는 것인가. 짜고 습한 기운. 도검의 적이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듯 주군께서는 내 눈가를 유카타 옷소매로 훔쳐 주신다.
여름이 거의 지나간 아침의 뒷뜰 정원에는 마지막 수국이 몇 송이 남아있다. 그것들을 매만지며 주군께서는 가만히 미소를 띄운다.
"꽃 중에서는 수국을 제일 좋아했어. 색이 아름다웠고, 색이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어."
"그렇습니까."
주군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녀는 수국의 꽃잎을 따다 입에 가만히 문다. 곧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며 배시시 웃는 모습. 평소 본성에서 모실 때에는 거의 보지 못했던 순수한 웃음이다.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진정으로 웃는다는 말을 이제와 다시 체감한다.
역사수정주의자와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주군의 상부에서는 이상한 명령을 내렸다. 몇몇 사니와에게 정직, 즉 일을 그만둘 것을 종용한 것이다. 그 사니와 중에는 나의 주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만이라면 좋다. 주군께서 전장에서 물러나셔도, 나는 여전히 주군의 검이니까. 그러나 단 하나, 비극이 있었다. 이 본성의 도검남사 중 누구도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실. 그것은 우리의 주군은 사니와 자리를 물러나는 순간 숨을 거둔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입 밖으로 말이 흘러나온다. 수국잎에 맺힌 이슬을 튕기던 주군께서 돌아보신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큰 소리로 따져묻는다.
"어째서, 주군께서만 이런 처사를 당하셔야 하는 겁니까?"
"나는 어차피 한 번 죽었던 사람이니까."
"주군께서는 슬프지 않은 것입니까? 전 주인처럼, 저를 아무렇지 않게 떠나보내시는 겁니까?"
어느새인가 나는 오열하고 있었다. 주군을 실망시키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칠 수 없다. 그대로 잔디 위에 꿇어앉는다.
주군께서 다가오는 소리가 발치에 들린다. 곧, 그녀는 나를 껴안고 귓속말을 속삭인다.
"사실은, 나도 죽고 싶지 않아. 하세베 당신을 남겨두고 죽는 건 싫어."
"그렇다면 주군, 제게 명령을.......!"
"안 돼. 내가 명을 거역하면, 당신들이... 당신이, 위험해."
그렇게 귓속말을 속삭이며, 주군께서는 손에 힘을 준다. 무릎이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비도 오지 않는데 귓가가 촉촉하게 젖어온다.
정적 후, 우리는 서로의 머리를 껴안고 귓속말을 주고받는다.
"좋아했어. 사랑했어, 하세베."
"주군, 과거형은 그만둬 주십시오. 주군께서는 아직 살아 계시니까요."
"그렇네. 좋아해. 하세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합니다, 저의 주군."
귓속말이 너무 가까이서 들린 것일까, 귓가가 먹먹해진다.
***
해가 밝는다. 주군께서는 몸을 일으키신다. 의연한 표정으로, 눈물이 마르지 않는 눈을 감추지 않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뒷처리는 콘노스케가 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새로운 주인이 올 때까지 당신들의 몸을 유지할 수 있을 거야."
"그렇습니까."
나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한다. 평소 주군께 늘 향하려 했던 미소조차도 지금은 짓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주군께서는 고개를 끄덕인 후, 본성 마루를 향한다. 몇 발자국 가다 말고 그녀는 뒤돌아본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하세베, 따라오지 않는 거야?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텐데."
"곧 따라가겠습니다. 먼저 가십시오."
나는 대답한다. 주군께서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녀는 그대로 본성 마루로 향하는 복도에 올라선다.
거기에는 미츠타다가 나와 있다. 그는 주군께 뭔가 속삭이다가 이 쪽을 바라본다. ...성가신 자다.
"......."
다행히 그는 별 말 없이, 주군을 모시고 사라졌다. 본성 마루의 입구는 이 뒷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살아 계신 주군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비라도 쏟아지면 좋을 것을. 빗소리를 머릿속으로 필사적으로 상상하며, 나는 주군의 손길이 닿았던 수국을 매만진다. 아직도 따뜻한 기분이 든다.
"......!"
한참을 수국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까, 갑자기 가슴 속에서 툭 하고 무언가가 끊어지는 감각이 엄습한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고 칼에 손을 올렸다가, 곧 납득한다. 아아, 주군께서 돌아가셨구나, 하고.
이런 식으로 실감을 주는 죽음 방식이라니, 당최 도검남사와 사니와란 어떻게 되어있는 관계였던 것일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질문을 입속으로 삼키며, 나는 수국에 가까이 입을 가져다 댄다.
아침이슬이 거의 마른 수국은 싱그러운 푸른빛으로 흔들리고 있다. 주군의 눈 색깔을 떠올리게 하는 빛이다. 그 수국에 대고 나는 귓속말을 흘려넣는다.
"뭐든 하겠습니다. 주군의 명령이 아니라도."
수국이 불길하게 흔들린다. 나는 웃는다.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진정으로 웃는 것은 사람만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본체인 칼을 뽑는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은 살짝 날을 대고 누른 것만으로 목덜미에 피를 흐르게 한다. 이 정도면 사람의 목쯤은 아무렇지 않게 베어낼 것이다.
주군을 따라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같은 날 이 숨을 되돌려주는 것만이라도.
수국이 붉게 물들었지만, 나는 그 풍경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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