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날은 달이 유난히 밝았다. 한두 점의 구름이 장막처럼 달빛에 둘러처져 그 후광을 은은하게 뿌려주고 있었다.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쌍의 남녀가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 밤의 나는 피가 아니라 술에 굶주려 있다, 일까."
덩치 큰 남성이 웃음을 흘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미 몇 잔 정도 마신 듯 얼굴에 취기가 올라 있었지만, 달을 올려다보는 눈빛에는 아직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다.
그 옆에 앉아 잔을 가만히 흔들던 소녀가 한숨을 쉬었다.
"달이 보기 좋다고 해도 너무 마시고 있어. 지로타치도 아니고."
"하하하, 이 정도는 그다지 마시는 축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내 전 주인도 이 정도는 마셨었지."
"......."
소녀는 살짝 풀이 죽어 잔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들이켰다. 남성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이런, 미안미안. 딱히 비교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나가소네는 술잔에 재차 술을 따르며 눈웃음을 지었다. 소녀는 재차 한숨을 쉬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두 사람은 우연히 본성 툇마루에서 만났다. 정원을 산책하던 사니와와 순찰을 막 끝마친 나가소네가 우연히 딱 마주친 것이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밝은 달을 올려다보며 나가소네가 술이라도 한 잔 기울일까 하는 제안을 했고, 사니와는 주저하면서도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술에는 약하지만, 자신의 휘하의 도검과 함께 잔을 기울이는 것도 사니와로서는 중요한 일이었다.
...아니, 정말 그것 때문만이었을까? 사니와는 이미 내려놓은 잔을 딸그락대며 나가소네를 쳐다보았다. 그는 달을 올려다보며 사니와는 모르는 곡조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갑자기 나가소네가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왔다. 사니와는 꿈에서 깬 듯한 표정으로 황급히 뒤로 얼굴을 뺐다. 눈 앞에는 자신이 골똘히 머릿속에 그리던 그 얼굴이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미안. 조금 생각할 일이 있었어."
"생각할 일? 술잔을 두고서까지 속으로 삼킬 만한 일이면 여간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군. 어디, 나라도 괜찮다면 들어줄까? 코테츠의 위작이지만, 일은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가소네는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다시금 호탕하게 웃었다. 사니와는 그 잔을 받아들면서도 솔직하게 되웃어주지 못했다.
사니와는 흘끔흘끔 잔 표면과 나가소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달빛이 비친 수면은 영롱하게 빛났고, 측면에서 빛을 받은 나가소네의 얼굴은 유난히 듬직하게 보였다.
"나가소네, 당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해?"
"응?"
사니와는 잔을 입 가까이 가져가며 말을 던졌다. 그 말에는 그 대범한 성격의 나가소네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잠시 정지했다. 그러나 곧 볼을 긁적이며 헛웃음을 흘렸다.
"재미있는 질문이군. 뭐, 좋은 주인이지. 내가 뭐건지 간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내 능력을 십분 보여줄 수 있게 해 주니까 말이야."
"그뿐?"
사니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잔의 내용물을 비웠다. 술을 잘 하지도 못하면서 독한 일본주를 벌써 두 잔째. 잔을 내려놓고 나니 벙찐 얼굴을 한 나가소네의 얼굴이 흔들거리게 보였다.
그 얼굴을 향해. 사니와는 가까이 다가갔다. 가슴팍을 드러낸 그의 옷자락 앞섶을 꽉 움켜쥐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나무 술잔이 바닥에 떨어져 달그락거렸다.
사니와는 나가소네의 한쪽 볼에서 입술을 뗐다. 앞섶 자락은 움켜쥔 채, 시선은 그에게 고정한 채. 살짝 취기가 오른 표정으로 사니와는 입을 열었다.
"나는 아마도 이럴 거야."
"......."
"나도 당신을 좋은 도검이라고 생각해. 듬직하고 멋져. 이 감상은 아마도 단순히 도검을 보는 감상은 아닐지도 몰라."
술 때문인지 볼에 한 키스 때문인지 말이 제멋대로 터져나왔다가 막혔다. 사니와는 거기서 입을 다물고 계속 나가소네를 올려다보았다.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가소네는 한동안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놀란 표정에서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그저 눈을 마주치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사니와는 나가소네의 앞섶을 놓아주려 했다. 하지만 그 때.
"?!"
이번에는 사니와가 놀랄 차례였다.
술병이 바닥에 굴러 남은 술이 전부 쏟아졌다. 그러나 사니와는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시야가 전부 나가소네로 꽉 찼기 때문이었다.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사니와의 등을 단단히 움켜잡고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방금 전 그의 볼에 눌러진 이후 줄곧 살짝 벌어진 채 탐스럽게 익어있던 입술을 그는 다소 거칠게 입으로 눌러 맞췄다. 맞물린 입술 사이로 가벼운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본성이 갑자기 정적에 잠겼다. 달빛도 때마침 지나간 커다랗고 두꺼운 구름 장막에 잠시 흐려졌다. 문득 지나가며 정원의 풀을 흔드는 바람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아....."
달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입술이 떨어졌다. 사니와는 힘이 쭉 빠진 채 나가소네의 품 속으로 쓰러졌다.
남자와 입술을 맞댄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무척이나 깊은 입맞춤이었다. 말로 설명하라 하면 얘기하다 부끄러움에 쓰러질 정도로 깊은 곳까지 들어왔던 어질어질한 입맞춤이었다. 나가소네의 턱과 맞닿았던 턱이 아직도 얼얼하니 까끌거렸다.
"이것이, 나의 대답이다."
"......나가소네."
"정말이지, 아까 말한 좋은 주인이라는 말은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참아왔는데,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게 만들다니 말이야."
나가소네는 웃으며 사니와의 입술을 다시 한 번 빼앗았다. 이번에는 훨씬 가벼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접촉이었다.
사니와는 볼이 붉어진 채 작게 말했다.
"당신 전 주인처럼 번듯한 주인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아아, 너는 내 전 주인과는 다르지. 전 주인과 나는 충실한 주종 관계였지만. 너와 나는 그것과는 좀 다른 관계가 만들어질 것 같고 말이야."
사니와는 여전히 나가소네의 넓은 품에 몸을 기댄 채 무어라 웅얼거렸다. 나가소네는 그런 사니와를 꼭 끌어안고 몸을 토닥여 주었다.
바닥에 굴러떨어진 술잔과 내용물을 모두 쏟아버린 술병이 바람에 굴러 맑은 딸그랑 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