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돌아왔단다."
연못가에 서 있던 사니와의 물그림자 뒤로 우아한 형체가 다가왔다. 사니와는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와, 미카즈키. 원정 결과는 어땠어?"
"으음, 좋은 편이었지. 핫핫하, 과정도 결과도 여유로웠고."
"그래, 그럼 다행이네."
연못에 비친 얼굴에 한순간 화색이 돌았다 사라졌다. 미카즈키는 그런 사니와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연못 주변을 둘러보았다.
"잠이 오지 않았던가 보구나. 나는 네가 자고 있으리라 생각하여 다른 이들을 전부 방으로 보내 두었는데."
"잠이 깨 버려서 그만."
사니와는 그렇게 말하며 연못 주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미카즈키도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때는 이른 봄, 흐드러지게 핀 한밤의 벚꽃들이 바람에 실려 동실동실 흩어져 공중을 떠다녔다.
미카즈키는 그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어딘가의 카네사다처럼 풍류에 집착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 역시 우아한 것은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풍경은 사람의 발목을 잡는 매력이 있었다.
"미카즈키, 무슨 일이야?"
"으음?"
미카즈키는 감았던 눈을 가늘게 떴다. 몇 발자국도 안 떨어진 곳에 사니와가 서서 그에게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얼굴을 가린 천이 수줍게 흔들렸다.
"아아, 미안하구나. 잠시 경치에 넋을 빼앗겨 있었다. 핫핫하."
".......그래."
사니와는 살짝 샐쭉해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카즈키는 그런 사니와를 가만히 바라보다 문득 느긋하게 웃음지었다.
"혹시 내가 없는 동안 쓸쓸했던 것이냐?"
사니와가 딸꾹 숨을 삼키는 소리가 조용한 밤의 정원에 울렸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내 연못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꼬박 하루를 원정을 보냈으니까, 보고 싶어질 수도 있잖아."
"그렇군. 하하하, 우문현답이로구나."
좋은 일이다, 라고 미카즈키는 웃으며 사니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사니와는 한숨을 내쉰 후, 한손 장갑을 벗고 몸을 수그려 연못에 뜬 꽃잎을 건져냈다. 벚나무에서 날려온 햐얀색과 분홍색의 꽃잎들이 미완성의 자수 같은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미카즈키는 입에 뜻모를 웃음을 머금은 채 수면을 내려다보았고, 사니와는 꽃잎을 장갑을 낀 손 위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렸다. 언뜻 지나가는 달구름만이 바람에 흔들리며 정원을 조용히 움직일 뿐이었다.
그 때, 갑자기 미카즈키가 입을 열었다.
「いとせめて 恋しきときは むばたまの 夜の衣を 返してぞ着る」
사니와는 미카즈키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구슬 구르는 듯한 목소리. 뜻을 알 수는 없지만 어감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글귀. 한순간, 말이 꽃잎처럼 피어난 줄 알았다.
"방금 그건 뭐야?"
"「그대가 몹시도 그리워질 때면 짙어지는 밤의 옷을 뒤집어 입노라」. 오노노 코마치라는 시인이 지은 와카지. 으음, 아름다운 글귀지?"
"그런 것 같네."
사니와는 손바닥에 올려진 벚꽃잎을 후 불어 끄며 수긍했다. 미카즈키는 이름처럼 초승달 모양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후후 웃었다.
"좋은 곡이지. 그리워하는 이의 심경이 그대로 느껴지지 않느냐."
"그 정도야?"
사니와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좋은 곡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미카즈키는 그 곡의 뜻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온도차를 알아챈 것일까, 미카즈키가 사니와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그러더니 갑자기 연못 한켠의 큰 돌 위에 앉으며 사니와를 불렀다.
"앉으렴. 그리 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는 앉아 하는 것이 좋지."
"뭔가 진지한 이야기?"
사니와는 의문을 표하면서도 옆에 앉았다. 봄이라고는 해도 밤은 아직 추워서 돌의 서늘한 느낌이 그대로 옷을 뚫고 전해졌다. 사니와가 살짝 몸을 떨자 미카즈키가 자연스레 어깨를 손으로 감싸주었다.
"핫핫하, 괜찮단다. 좀 더 가까이 오려무나."
"......그럼, 실례."
사니와는 미카즈키에게 조금 몸을 붙였다. 부드러운 기모노의 촉감과 사람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자신도 모르게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사니와를 보는 미카즈키의 표정은 흡족해 보였다.
바람에 사니와의 하얀 머리와 미카즈키의 짙은 머리색이 섞일 즈음, 미카즈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곡은 주문이 담겨있는 곡이란다. 내가 태어난 헤이안 시대에는 꽤 유행했던 주술인데, 세월이 워낙 지나 잊혀진 모양이구나."
"주문?"
"서로 그리워하는 두 사람을 위한 주술이지. 잠옷을 뒤집어집고 잠들면 그리운 사람을 꿈 속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는."
"처음 들어. 귀여운 주술이네."
사니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즈키는 동의하는 표시로 사니와의 어깨를 살짝 쓰다듬었다.
"앞으로 내가 밤에 자리를 비우게 되면, 한 번 시험해 보려무나."
"그거, 서로 그리워하는 두 사람을 위한 주술이라면서?"
"아아. 그러니 시험해 볼 만하지 않느냐."
미카즈키는 옅은 웃음을 띠고, 천으로 얼굴을 가린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눈을 직접 마주친 것도 아닌데 표정을 간파한 듯한 여유로운 표정에 사니와는 괜히 더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한참 할 말을 찾던 사니와는, 결국 한숨을 쉬며 무너졌다. 바닥에 떨어져 팔랑거리는 벚꽃잎을 주우며 사니와는 작게 대답했다.
"......한동안 긴 원정은 보내지 않을 거야."
"하하하, 그것도 좋구나. 계속 곁에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역시 이 사람, 아니, 도검에게는 당해낼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니와는 벚꽃잎을 살며시 입에 물었다. 아름다운 외모의 도검남사가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뺨을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