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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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오빠도 마리를 갖고 놀았어. 그건 이거보다 훨씬 더 컸고, 높이 차거나 하면서 놀 수도 있었지만."

다다미 바닥 위에 늘어놓은 테마리(手毬)들을 손으로 살살 굴리며, 사니와 키리히메가 혼잣말하듯 이야기했다. 붉은색과 초록색이 얽힌 금붕어 같은 테마리가 구르고, 보라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테마리가 움직이고, 파란색과 흰색이 수놓인 테마리가 도르륵 나아갔다. 셋 중에서 제일 큰 파란색과 흰색 조합의 테마리가 데굴데굴 굴러가 사니와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던 이의 무릎을 톡 두드렸다. 다른 테마리들을소매로 다시 모으던 키리히메가 굴러간 것을 따라 시선을 보내, 방에 함께 있던 근시를 바라보았다.
히젠 타다히로는 제 다리 근처에 멈춘 공을 뜨악하게 바라보았다. 고운 실로 아룸다운 문양이 수놓인 공은 히젠의 여기저기 해지고 물든 옷과는 퍽 대조적이었다. 그 때문일까, 히젠은 테마리에 험악한 시선을 보내더니 이내 손으로 툭 세게 밀어 사니와에게 도로 보내 버렸다. 거의 쏘아지다시피 되돌아온 테마리에 키리히메가 쓴웃음을 지으며 나무라는 말을 했다.

"험하게 쓰면 안 돼. 실이 망가져버려."
"차면서 논다며?"
"그건 이거랑 종류가 달라."

테마리의 표면을 조심스레 매만지며 키리히메가 대답했다. 히젠은 뭔가 불만스러운 듯 입속에서 무어라 중얼거렸으나, 남에게 들릴 만큼 큰 목소리로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키리히메는 그의 입모양을 못 본 척 하며, 그에게 돌려받은 테마리를 자신의 눈높이까지 던졌다가 받았다가 했다. 마리가 공중에서 가볍게 구르는 모습이 마치 종이 인형극 같았다.

"이 종류의 마리는 그냥 굴리면서 갖고 노는 거야. 이렇게 살짝 던졌다 받는 정도는 괜찮아도."
"그러냐."

히젠은 퉁명스레 대답하고선 한손으로 턱을 괴었다. 키리히메는 테마리를 서너 번 더 던졌다 받았다 하다가 그걸 두 손으로 고이 들고선 제 입가 높이까지 들어올려 보였다. 자신을 향해 웃어보이며 테마리의 꽃 무늬를 내보이는 모습에 히젠은 눈을 아까보다 더 가늘게 떴다. 노려보는 듯한 눈빛이었으나 키리히메는 살짝 어깨를 떨긴 했어도 마리를 숨기지는 않았다. 히젠은 한숨을 내쉬며 제 이마를 다른 손으로 눌렀다. 이 혼마루의 사니와는 처음엔 좀 겁을 먹고 거리를 두는 것 같더니, 이젠 익숙해져 버렸는지 그를 멀리하지도 않는 눈치였다. 이런 거리, 이런 분위기는 익숙하지 않아 낯이 간지러운 히젠이었다.

"히젠."

갑자기 키리히메가 제 근시의 이름을 불렀다. 뭐야, 하고 툭 대답을 던지려 고개를 든 히젠은, 자신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테마리를 보았다. 황급히, 그러나 솜씨 좋게 테마리를 건져받은 그는 눈썹을 치켜떴다. 아까 전 제 무릎께까지 굴러왔다가 사니와에게 도로 쳐 보낸 그 흰색과 파란색 무늬 공이었다.

"하나 줄게. 차거나 튕기면서 놀 순 없지만, 방에 장식해두면 예뻐."

키리히메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해왔다. 히젠은 뒷머리를 얻어맞은 것마냥 입을 헤 벌렸다가 본능적으로 입을 도로 닫았다. 무슨 생각이냐고 묻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어안이 벙벙해진 채, 그는 제 손에 들어온 테마리를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남사는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한참 선물과 그걸 준 주인을 번갈아보았다. 테마리를 쥔 손에 힘이 꽉 들어가고, 손목이 잠시 위협적으로 떨렸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혀를 칫 찬 후 몸을 일으켰다. 테마리를 손에 든 채였다.

"알았다고. 이거 두고 올 테니까, 올 때까지 일할 준비 도로 해. 휴식 끝이다."

머리를 세게 긁적이면서 남사는 제 주인에게 못박듯 이야기했다. 키리히메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을 히젠은 보아 버렸다. 그는 입술을 티나지 않게 깨물더니, 목에 감아 늘어진 붕대를 등 뒤로 휙 넘기며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걷어차거나 튕길 수도 없는 공을 받아봤자 어디다 쓰라고……."

복도를 걸으면서 히젠 타다히로는 중얼거렸다. 한손에 잡힐 정도의 크기인 테마리는 아름다운 비단실로 표면을 감싸고 있어, 그와는 인상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손에서 굴리거나 조심조심 다루어 갖고 노는 거라니, 사람의 목을 베고 배를 찌르던 칼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지 않은가. 본래라면 다른 녀석한테나 주라며 되던졌을 물건이었다. 그걸 줄 때 사니와가 그렇게 헤실헤실 미소짓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랬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다가 바로 생각을 치우며, 히젠은 혀를 찼다.
툇마루 쪽으로 나오자 오후 햇살이 테마리의 표면을 비추었다. 그 모습은 세간에서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겠지만, 히젠은 그런 감성과는 그다지 연이 없었다. 테마리를 보면서 그가 생각한 것은 「갓난아기 머리보다도 작다」는 감상 정도였다. 그러나, 빛을 받아 결이 확 드러나는 테마리 무늬를 보며 그는 아주 잠깐 다른 감상을 품었다. 마리의 실 색이 이 혼마루의 사니와와 꼭 닮아 있었다. 희고 고운 머리카락. 깊은 푸른색의 눈. 검붉은 피가 묻으면 안 될 것 같지만, 동시에 아주 조금 묻혀보고 싶어지기도 하는 배색.

"…칫."

히젠은 고개를 내저었다. 귀찮은 물건이라고 입속으로 한 번 더 중얼거리면서도, 남사들이 쓰는 별채로 걸음하는 그는 벌써 자신이 쓰는 방 어디에 이것을 놓아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 눈에 뜨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눈에는 그럭저럭 보이는 위치가 어디이더라, 그렇게 생각하는 그는 어느새 마리를 제 품 속에 소중히 집어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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