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처를 입은 도검을 다루는 법, 알고 있지?"
검은빛 옷을 걸친 지적인 인상의 도검남사가 이불에서 몸을 일으키고 이야기했다. 곁에 앉아있던 사니와 키리히메는 가만히 그와 시선을 주고받다가 흘끗 이불 머리맡을 곁눈질로 살폈다. 깨끗한 천 위에 칼자루도 칼집도, 하바키鎺도 풀어놓은 우치가타나 한 자루가 옅은 빛을 머금은 채 가만히 자고 있는 것을 본 사니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도검남사는 제 곁에 놓아둔 책의 표지를 손으로 매만지며 부드럽게 웃었다. 예상대로의 대답을 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 같기도, 산에 갓 들어온 여행자를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신령 같기도 한, 따뜻하지만 완전히 의도를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난카이 타로 쵸우손이라는 도검남사는 언제나 그런 표정이기는 했으나, 평소보다 조금 더 그늘이 서린 인상 때문에 보는 이의 마음을 평소보다 한층 더 어지럽히는 구석이 있었다. 중상을 입었던 여파로 몸이 지쳐 그런 것이라고 애써 이해하며, 키리히메는 제 옷소매를 가다듬고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쵸우손이 책 표지의 결을 따라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그래. 그럼… 마음에 상처를 입은 도검을 달래는 법은, 숙지하고 있을까?"
쵸우손이 불현듯 입에 올린 말에 키리히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줄곧 한손으로 만지던 책을 이불 밖으로 옮겨 치운 쵸우손은 여전히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안경을 잠시 내려 안경알을 살폈다가 도로 쓰고는 눈을 가늘게 초승달처럼 접는 그 모습은, 일견 상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특히 마음의 상처 같은 어두운 말과는 더더욱.
제 주인의 눈동자가 곤혹감에 떨리는 것을 알아차린 것알까, 쵸우손은 가볍게 훗 웃듯이 숨을 내쉬었다. 흐트러졌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 도검남사는, 곧 사니와에게 섬세하고 어딘가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도검남사는 육체를 받아 현현했지만, 동시에 설화, 전설에서 탄생한 영적 존재이기도 하지. 그런 도검남사에게 정신적인 면… 마음에 생긴 상처를 치유받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이야기야."
거기까지 말하고 쵸우손은 잠시 뜸을 들였다. 여전히 의도를 잡지 못해 당황하고 있는 키리히메의 얼굴을 눈으로 훑은 남사는, 그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내리며 말을 이었다.
"마음을 치료하는 게 중요한 건 인간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말이야."
싱긋 웃음을 머금은 도검박사는 그 이상 말을 더 잇지 않았다. 더없이 온유한 인상으로 사니와를 응시할 뿐이었다. 그 얼굴에 키리히메는 살짝 몸을 떨었다. 평소의 쵸우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그 색에는 차가운 느낌이 어려 있었다. 비유하자면 따뜻한 색으로 만든 유리 세공일까. 알 수 없는 불온한 기운이 느껴짐에 긴장하며, 키리히메는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쵸우손, 혹시 서운한 일이라도 있어?"
"서운… 서운한 일이라.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다소 어폐가 있지."
쵸우손은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스르륵 더듬으며 대답했다. 입꼬리는 여전히 호선을 그리고 있는데, 그 끝은 도검에서 태어난 신령임을 되새기듯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 입이 열리며 이은 말은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사니와의 가슴에 콕 파고들어왔다.
"질투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해."
"질투?"
키리히메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동요를 숨기지 못하는 눈동자가, 믿기지 않는 말을 한 이를 살폈다. 쵸우손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질투라는 단어와는 잘 이어지지 않는 차분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완전히 믿는 것도 키리히메로서는 어려왔다.
그런 주인의 심리를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쵸우손은 이불을 조금 걷어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까보다는 조금 웃음기가 가신 얼굴로 말했다.
"오늘 출진에서 몸을 다친 남사는 나와 히젠 타다히로 군, 두 명이었어. 그리고 너는 어느 쪽의 수리실에 먼저 찾아갔었지?"
"그건……?"
다 알면서 던지는 물음에 키리히메는 혹시 쵸우손이 수리받는 중 밖을 내다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말소리가 벽을 넘어갔을 수도 있지만, 히젠이 수리받고 있는 방에서 키리히메는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한 적은 없었다. 히젠 또한 쉬게 내버려두라면서 필요최소한의 말 외에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었는데, 대체 쵸우손은 어떻게 그걸 알아차린 것일까. 귀가 몹시 좋은 것인지 뭔가 다른 방법으로 알아차린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 키리히메는, 쵸우손의 눈빛이 조금 달라진 것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히젠 군의 부상은 나보다 심했고, 그 쪽을 먼저 방문하여 살펴보는 것이 사니와인 네게는 합리적인 선택이야. 하지만 머리로는 납득해도 마음으로는 수긍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더구나. 음, 흥미로워."
고개를 주억거리며 잠시 눈을 감는 쵸우손은 연구대상을 앞에 둔 학자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눈을 뜨고 키리히메를 바라보는 쵸우손은 꽃가지를 꺾어 방에 갖고 들어온 듯한 안색이었다. 살짝 손을 사니와 쪽으로 뻗어 바닥에 올린 채, 그는 다시 부드럽게 재촉하듯 물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친 도검을, 사니와인 너는 어떻게 달랠까?"
달랠 것인지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을 묻는, 이미 처음부터 무언가를 결정지은 상냥하게 압도적인 물음이었다. 키리히메는 자신 쪽으로 내밀어진 쵸우손의 손을 내려다보다 그 손의 주인을 조심스레 살폈다. 쵸우손은 여전히 선이 부드러운 얼굴로 웃음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 너머에서는 노성怒聲보다도 더한 위압이 소리없이 으르렁거리는 중이었다.
키리히메는 침을 꿀꺽 삼키며 제 입을 옷소매로 눌렀다. 눈을 감으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 후, 사니와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쵸우손의 손을 건져올려 두 손으로 감싸잡았다. 자신보다 살짝 따뜻한 손을 꼭 잡은 채 슬쩍 시선을 위로 올리자, 여전히 쵸우손은 변화 없이 웃고 있었다. 키리히메는 다시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는 그 손을 살살 쓰다듬었다. 사랑스러운 것을 보듬듯, 아끼는 옷의 매무새를 바로잡듯 손가락을 겹쳤다가 손등을 쓸어내리자 쵸우손의 입이 더 큰 호선을 그렸다. 그러나 안경 너머의 눈빛은 아직도 위험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얼굴에 새빨갛게 피가 몰리는 것을 느끼며 키리히메는 쵸우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바라보는 쵸우손을 사니와는 불안하게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뻗어 그의 품에 매달리듯 몸을 꼭 부둥켜안았다. 심장소리는 확실하게 들려왔고 옷 너머로 체온도 분명히 전해졌지만, 등을 토닥이거나 맞껴안는 손길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 더 힘을 주어 껴안아도 마찬가지이자 키리히메는 가슴 속까지 덜덜 떨기 시작했자. 쵸우손은 생각 이상으로 마음이 상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그의 옷자락을 움켜쥔 손에 힘이 꾸욱 들어갔다.
"쵸, 쵸우손."
스스로도 놀랄 만큼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키리히메는 남사의 이름을 불렀다. 말없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웃는 얼굴을, 하얀 사니와는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곧 키리히메는 목을 위로 뻗어 쵸우손의 볼에 입을 쪽 맞추었다. 이렇게 해도 계속 화나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치민 탓일까, 볼에 닿는 귀여운 입맞춤은 서너 번 더 이어졌다. 네 번째 입맞춤에선 쪽, 하는 일부러 낸 듯한 소리까지 났다.
그 때였다. 줄곧 조용히 있던 쵸우손이 목을 울려 내는 듯한 웃음소리를 낸 것은. 그 의미를 키리히메가 해석해보려 하기도 전, 섬세하지만 힘이 실린 손길이 사니와의 등을 꼭 눌러 강하게 껴안아왔다.
"잘 알고 있구나. 좋은 솜씨야."
학자풍의 도검남사는 다정히 속삭이며 제 주인의 등을 사분사분 쓸었다. 수면의 물을 뜨듯 흰 머리카락을 매만져 한쪽으로 흘러내리게 하는 손길은 손재주가 도드라지는 섬세함이 발군이었다. 그 손가락에 아까 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흡족함이 서려있다는 것을 키리히메가 알아차리기 전, 쵸우손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대로 조금 더 계속하면 마음이 완전히 풀어져 치유될 것 같네. 계속 부탁할게."
"…뭔가, 놀림당하는, 기분……."
키리히메는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토록 가까이 붙어있으니 들리지 않을 리는 없지만, 쵸우손은 듣지 못한 척 계속 주인의 등을 쓸고 목덜미를 살살 만졌다. 힘이 빠진 동시에 살짝 달뜨기 시작한 한숨을 내쉰 후, 사니와는 짓궃은 도검박사에게 한 번 더 입술을 올렸다. 이번에는 입꼬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