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남사 1인칭 시점
네 시선 끝에는 여러 녀석들이 있어. 하루종일 한 사람만 보고 있을 순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치만, 그 눈에 제일 많이 보이는 게 나였으면 하는 건, 내가 너무 욕심쟁이인 거야?
일찍 일어나서 네 방문 앞까지 달려갔어. 오늘은 내가 근시라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일어나서 맨 처음 보는 다른 사람이 나일 테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솔직히 좀 힘들지만, 너와 맨 처음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싼 거지. 문을 빠끔 연 네가 아침 인사를 하고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쑥쓰럽게 웃었어. 문틈으로 얼굴 반쪽 정도가 살짝 비친 정도였지만, 그것도 충분히 기뻐. 아직 졸려 보이긴 해도 눈이 예쁘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려오는 장딴지를 꾹 눌러.
아침 조회 때 네 눈엔 다른 녀석들이 여럿 비쳐. 너는 일을 받는 녀석과는 꼭 눈을 마주치니까. 알고 있어. 나도 출진하거나 당번이 되거나 하면 너랑 눈을 마주쳤는걸. 오늘 내번 일을 할 녀석들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너는 녀석들과 시선을 주고받아. 마구간 당번에 소하야와 모노요시 등. 밭일은 시나노랑 이치고히토후리 등. 대련은 호네바미랑 시즈카가타 등. 시즈카가타가 저 뒤쪽에 앉아 있어서, 너는 눈을 맞추려고 고개를 크게 들었지. 솔직히 좀 부러워. 내가 저 자리였으면 나도 열심히 눈을 맞추려 노력하는 네 시선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뭐, 나는 근시라서 너랑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이런 말 하는 건 좀 기만이려나. 뒤이어 출진할 녀석들을 하나하나 부르는 너를 빤히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출진하느라 시공문으로 가는 부대를 바라볼 때 너는 언제나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걱정하는 거겠지. 부대장은 가장 신참인 하쿠산. 부대원은 이시키리마루, 지로타치, 무라마사, 하치스카, 나마즈오. 하나하나 마주하면서 잘 다녀오라고 할 땐 그렇게 편안하게 웃었는데, 등을 돌리면 이런 표정이야. 내 등도 출진할 땐 이런 시선을 받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네 어깨에 손을 얹어. 녀석들은 잘 할 거라고, 그렇게 말하니까 네가 나를 보고 웃었어. 고마워, 오테기네. 그렇게 얘기해서 가슴이 쿵쿵거려. 눈 마주치면서 생긋 웃는 거 엄청 반칙. 그렇게 말할 뻔한 걸 간신히 꾹 참았어.
일하는 동안 너는 거의 서류나 책을 봐. 가끔 고개를 들어 나한테 뭘 찾아와 달라고 얘기하고, 다시 종이를 읽고. 그런데 오늘은 오는 녀석들이 많네. 하카타가 예고된 일정에 대비한 자원 계획을 세워왔고, 미츠타다가 점심 식사가 조금 늦어질 거 같다고 말하러 왔고, 코테기리가 대련장 벽에 상처가 났다며 알리러 왔고. 그 때마다 너는 하나하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해. 그냥 돌려보내거나 하지 않고, 웃어주고 얘기를 나눠. 뭐, 사니와니까. 그게 일이니까. 알기는 알지만, 그 시선 끝에 다른 녀석들이 담길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단 말야. 그래서 일부러 그 때마다 건네줄 물건이 있다고 일부러 끼어들었어. 네가 잠시라도 이쪽을 보게. 좀 무례했을까 싶긴 하지만… 에이, 몰라. 이미 저지른 거.
오늘 점심은 해물로 끓인 맑은 국. 근시는 사니와 바로 옆에 앉게 돼 있긴 한데, 지금은 그 규칙 바꾸고 싶어. 네 맞은편에 앉는 쪽이 너랑 얘기하긴 더 편했을 텐데. 눈도 자연스레 맞고. 근데 난 네 옆이고, 네 앞에는 톤보키리 녀석이 앉아 있어. 저 녀석, 오전엔 방 청소를 했댔지. 그 얘기를 듣는 네 눈엔, 당연하지만 녀석이 비쳐. 다음 번엔 근시 일 할 때도 네 앞에 앉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후식으로 나온 모나카를 너한테 내밀었어. 이거면 너는 십중팔구 이쪽으로 눈을 돌릴 테니까. 역시, 너는 나를 보면서 괜찮다고 사양해. 그 눈이 모나카를 더 먹고 싶어서 반짝이는 건 모르고. 입이 달아서 오늘은 더 못 먹겠다고 하면서 한 번 더 권하니까 받네. 기뻐할 때 네 눈, 평소보다 더 반짝이는 거 같아서 보기 좋아. 무엇보다 그 눈에 확실히 내가 비치고 있으니까 더 좋아.
잠시 쉴 시간. 숨 좀 돌리고 나면 오늘은 밖에 나가기로 했지. 며칠 후에 아는 사니와가 올 테니까 그 때 줄 선물을 사러 갈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너는 코토를 만지작거려. 자기 게 없어서 카센 녀석의 걸 빌려다 쓰는 중이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지금 네 눈에 떠오른 얼굴은 누굴까. 며칠 후 선물을 받을 아는 사니와? 아니면 그 코토의 주인인 카센? 아니면 지금 얘기를 듣고 있는 나? 마지막이었음 좋겠는데, 확신은 없어.
너는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자세를 잡고선, 고개를 들어 잠깐 날 봤어. 그리고 뭔가를 연주해. 어디서 들어본 적은 있는 거 같은데 무슨 노래인지는 잘 모르겠어. 나는 찌르는 건 자신있지만 그 외엔 뭐, 그렇게 잘 아는 편이 아니니까. 좋은 노래네, 그 정도만 알아.
곡을 다 연주한 네가 얘기해. 얼마 전에 배운 곡인데, 내 전 주인 이야기라고. 에치젠 재상(유우키 히데야스)과 겟쇼인 얘기라고. 아, 그 쪽이구나. 내가 전해진 건 다른 계통이니까 그 쪽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 쪽 이야기도 유명하지. 고개를 끄덕이다 나는 문득 생각했어. 혹시 내가 옆에 있어서 이 곡을 떠올린 걸까? 이건 너무 자의식 과잉이려나.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너를 바라봐. 눈을 한참 마주치고 있으니 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방긋 웃었어.
역시 이 시선 끝에는 내가 제일 자주, 제일 오래 있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도 계속 너를 봤어. 네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무언가 할 말이 있느냐고 물을 때까지. 아니, 그 말을 하고 나서도 계속. 잔상이 남을 정도로, 오래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