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지역/단체 등과 관련이 없습니다 (개인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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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리비메노미코토께

어머님께서 나누어주신 음식은 잘 받았습니다. 무척 입에 맞았습니다. 이곳 미노국은 바다에 접해있지 않아, 어머님께서 보내주시는 해산물이 무척 반갑게 느껴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있는 산은 최근 조금 분주해졌습니다. 가을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산이 붉게 물들고, 산짐승들이 먹이를 얻으려 바삐 움직입니다. 간혹 인간들도 들어오는데, 가을 버섯이나 열매를 따러 오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이곳까지는 오려 하지 않는데 신기한 일입니다. 이 산이 만들어진 경위는 인간 세계에도 그럭저럭 알려져 있기에, 보통은 오르는 것을 꺼려하건만. 그 이야기가 잊혀질 정도로 세월이 멀어진 것일까요, 알면서도 산에 올라야 할 정도로 농사가 흉작인 것일까요. 후자라면 오라버니께 얘기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라버니께서는 이곳에 오는 것을 꺼려하니까요.

어머님께서는 오라버니의 소식을 전해 들으셨나요? 지금은 수확철이 가까워 오니 바쁠 테지요(어머님도 아시다시피 오라버니는 농경신으로서의 일을 좋아하시니까요). 야마토국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은 저도 알지만, 최근에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편지를 보내면 답하나 필체로 보아 신시의 대필인 듯합니다. 카무하카리에서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눈 것이 4년 전입니다. 이것은 제 짐작입니다만, 오라버니께서는 지금의 저를 마주하기 어려워하는 것이겠지요. 철마다 선물은 공들여 보내는 것으로 보아 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아지시키타카히코네. 쿠니츠카미의 뇌신이자 농경신. 선조 타케하야스사노오노미코토의 혈통이며, 천상 신의 목걸이에 걸린 옥과 같은 신. 동시에 제 오라버니. 제가 살고 있는 이 산은 그 오라버니께서 만든 산이지요. 제 죽은 남편의 장례에서 분노한 오라버니가 빈소를 칼로 베고 쓰러뜨렸을 때, 그 지붕이 이곳까지 날아와 만들어진 산이에요. 제가 이 곳으로 거처를 옮긴 날부터, 오라버니는 저를 잘 마주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일은 한동안 화제가 되었지요. 제 남편, 아메노와카히코는 오라버니와는 막역한 벗이었으니까요. 그이가 천벌을 받아 죽었을 때에도, 부정을 무릅쓰고 장례식에 찾아왔을 정도였는걸요. 그런데 대체 왜 거기서 갑자기 그리 행동한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신들 사이에서도, 인간들 사이에서도, 그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자신을 부정한 망자와 같은 취급을 한 것에 분노한 것이라고 인간들의 책에는 적혀 있었습니다. 죄인과의 관계를 끊음을 천명한 것이라고 나오비노카미(동생 쪽으로 기억합니다)는 말했습니다. 그이의 친족이 그이의 부정을 용모가 비슷한 오라버니에게 옮기려 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코토시로누시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마츠카미의 지고한 분들께서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요. 벗의 빈소를 부수었는데도 아무도 오라버니를 힐난하지 않고 오히려 그이와 그 가족을 책망했으니까요. 그 외에도 여러 추측이 나왔습니다.  오라버니가 무언가 불길한 것을 보았다는 소문. 그이와 그 친족에게 드리워진 죄가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라는 소문 등. 이것도 저것도 오랜 세월이 지나 희미해지고, 지금은 인간들의 책에 적힌 말이 정설로 전해집니다.

저는 어느 것도 와 닿지 않습니다. 오라버니는 대체 어째서 그토록 분노했을까요? 무엇이 벗을 그토록 생각하던 오라버니로 하여금 그 관계를 칼로 쳐내게 했을까요? 만일 후회 하나 없이 한 행동이라면, 어째서 오라버니는 이후 제 얼굴을 보기 어려워할 정도로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일까요? 유일하게 답을 알 오라버니는 그 일에 대해서는 줄곧 함구하고 있습니다. 스와다이묘진(호쿠리쿠키사키의 아들로, 지금은 시나노국에 머물러 있습니다)의 말에 따르면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꺼내면 불쾌한 듯 입을 다물어버린다고 합니다.

어머님께 그 일을 캐물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괜찮으시다면, 오라버니에게 저는 그 일을 애석하게 여기고 있을 뿐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해주세요. 다음 카무하카리에서는 대면하여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도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머님께서 계신 섬의 파도가 잔잔하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하세요.



시타테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