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독신(독자설정 포함)이 등장합니다
※ 영걸(가샤도쿠로)×독신 성향
치교(齒咬): 이로 깨묾.
가샤도쿠로는 머리에 항상 검은 해골을 걸치고 다녔다. 흉흉한 가면처럼 생긴 그것은 보기에는 단순한 장식 같았으나, 실은 가샤도쿠로의 존재 자체에 들러붙어 있는 원념의 일부였다. 좀처럼 움직이는 일이 없어 알기 어려울 뿐, 이따금 이를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내거나 오싹하게 울기도 했다. 다만 그것에 자의식이 있는지 그저 본능에 따라, 혹은 자신의 무의식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것뿐인지는 가샤도쿠로 자신도 잘 몰랐다.
"한 번 만져봐도 될까요?"
그 검은 해골에, 본전의 주인이 관심을 보였다.
가샤도쿠로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것을 보고 신기해하거나 낯빛을 바꾸는 이들은 많았지만, 직접 손을 대 보고 싶다고 나선 것은 독신(独神)이 처음이었다. 오른손을 가슴께까지 올린 독신은 제 말벗의 머리 한쪽을 감싸고 있는 두개골 가면 같은 것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꺼림칙해하는 기색도 부정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그 모습에 뜻모를 안도와 복잡함을 느끼며, 가샤도쿠로는 대답했다.
"당신이라면 괜찮아. 하지만 만약 깨물리거나 하면… 미안."
"어, 깨무는 거에요?"
독신이 흠칫 놀랐다. 위로 올라가던 손이 흠칫 멈추어 움츠러들었다. 봉오리가 도로 지듯 오므라지는 다섯 손가락을 본 가샤도쿠로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정말 가끔 그럴 뿐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어."
"가끔…… 말이죠."
독신은 아까보다는 불안이 서린 표정으로 가샤도쿠로와 해골을 번갈아보았다. 그 입술이 주저주저 달싹이는 것에 가샤도쿠로도 이유를 모르게 초조해졌다. 곧, 독신은 입 끝을 올리면서 손을 위로 뻗었다.
"너무 세게 물려고 하면 가샤도쿠로가 멈춰주겠죠. 그럼 실례할게요."
"아아."
가샤도쿠로는 짧게 대답하고는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독신에게 살짝 숙여주었다. 흔들려 덜컥인 검은 해골의 이마에 독신의 손가락이 닿았다. 처음에는 표면을 살짝 스치듯이 닿았던 손길이 곧 조금 더 무게를 실어 가볍게 눌렀다. 건조하고 의외로 입자가 고운 질감에 놀라며 독신이 혼잣말하듯 감상을 중얼거렸다.
"생각보다는 차갑지 않네요."
"내가 계속 쓰고 있으니까."
"아, 그러네요. 으음… 혹시 칠 같은 걸 했나요?"
"그런 적은 없어. 몸을 씻을 때 물을 끼얹는 정도."
"후후, 해골도 씻어주는군요."
잠시 눈을 마주쳐 곱게 눈웃음지은 후, 독신은 다시 해골의 뺨과 턱을 쓰다듬었다. 손의 따뜻한 무게가 간접적으로 느껴지자 가샤도쿠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조금 더 앞으로 내밀었다. 그 손길이 해골 너머가 아니라 자신의 머리를 직접 쓰다듬어 주어도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독신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독신이 외마디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릴 때까지.
"아야!"
반 발자국 뒤로 물러선 독신이 자신의 오른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쥐었다. 가샤도쿠로 또한 놀라서 황급히 제 윗몸을 일으켜 바로 섰다.
해골이 진짜로 손을 물어버렸다. 독신은 제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꼭 움켜쥐며 눈을 연신 깜빡였다. 세게 문 것은 아니어서 눈가에 눈물이 서리거나 입술이 일그러지지는 않았으나, 손가락 첫째 마디에 선명하게 잇자국이 패였다. 그것을 내려다보던 독신이 폭 한숨을 내쉬었다.
가샤도쿠로는 검은 해골의 하관을 한손으로 세게 움켜쥐었다. 그것이 통각을 느끼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벌은 주어야만 했고 주고 싶었다. 하관에서 끼긱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해골을 조이며, 영걸은 독신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미안. 아팠나?"
"괜찮아요. 그렇게 세게 물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너무 만져서 화난 걸까요."
"맛을 보고 싶었던 거겠지. 굶주린 혼이니까."
그렇게 대답하면서 갸사도쿠로는 검은 해골의 미간을 쥐어박았다. 독신에게선 음식과 같은 향기는 나지 않았지만, 그 상냥한 모습이나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운은 원한에서 태어난 요괴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허기진 자가 산해진미를 눈 앞에 두었을 때와 비슷한 감상이니, 이 해골 또한 그 본능에 따라 움직인 거겠지. 독신님을 깨문 것에 대한 괘씸함과 자그마한 부러움을 담아 가샤도쿠로는 한 번 더 해골을 때렸다. 이번에는 이마였다.
"그만두세요. 가샤도쿠로까지 아파요."
고개를 저어 말리면서도 독신은 자신의 손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잇자국은 아물어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선명했다. 가샤도쿠로는 해골에서 손을 내리고 걱정스레 독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피는 나지 않고 멍이 들지도 않았지만, 움푹 들어간 건 분명히 아프겠지.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검은 영걸에, 독신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다정히 말했다.
"살짝 얼얼한 정도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건 무리라고 가샤도쿠로는 속으로 대답했다. 경애하는 독신님의 고운 손에 제 몸에 붙은 해골이 자국을 냈는데,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저 작은 잇자국만으로도 제 심장을 깨물린 것처럼 속이 욱신거렸다. 그 감정의 정체가 질투가 살짝 첨가된 미안함임을 짐작하며, 가샤도쿠로는 제 한손을 들었다. 그리고 맨손을 독신의 얼굴 앞에 불쑥 내밀었다.
"사과."
"네?"
"내게 붙어있는 해골이 독신님을 아프게 했다. 그러니까 독신님은 똑같이 나를 깨물 권리가 있어."
제 검지손가락, 독신이 물렸던 것과 대칭을 이루는 손가락을 살짝 들으면서 영걸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말에 독신은 적잖게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동그랗게 뜨인 맑은 눈이 가샤도쿠로의 손가락을, 팔을, 그의 얼굴을 살폈다.
"깨문 건 가샤도쿠로가 아니잖아요."
"나한테 붙어있는 해골이니까."
힘주어 대답하는 가샤도쿠로는 독신이 대가를 받아갈 때까지 손을 거둘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손을 살짝 흔들어 주의를 환기시킨 그는 붉은 눈에 힘을 주어 시선으로 이행을 재촉했다.
독신은 어찌할 바를 몰라 볼을 붉혔다. 그 시선이 한번 더 가샤도쿠로의 얼굴을 보았고, 눈이 마주치자 볼에 떠오른 홍조가 더욱 진해졌다. 입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물거리다 이내 가벼운 한숨을 폭 쉬었다. 숨결이 손끝을 간지럽혔지만 가샤도쿠로는 여전히 손을 가만히 든 채였다.
조금 더 주저한 후, 독신이 입술을 벌려 가샤도쿠로의 검지손가락 끝을 입에 물었다. 자그마한 입술이 손가락 첫째 마디의 관절을 감싸자 그 손끝에 부드러운 혀가 닿았다. 축축하고 보들보들한 감촉에 가샤도쿠로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그러는 동안 독신의 이가 그 손가락 마디의 살에 닿았다. 매끈하고 딱딱한 것이 살을 꾹 눌렀다 놓았고, 입술이 미안하다는 듯 물린 곳을 잠깐 스치고는 완전히 가샤도쿠로의 손을 놓아주었다.
"부끄러워요."
독신은 제 입술에 자신의 손가락을 얹으며 완전히 빨개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눈빛이 똑바로 앞을 향하지 못하고 발치에 올라온 애꿏은 새싹만을 건드렸다.
깨물린 영걸은 자신의 손 마디를 얼굴 앞에 가까이 가져와 들여다보았다. 검지 끝에 잇자국이 사랑스럽게 남아 있었다. 그리 깊지는 앞으니 조금만 냅두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올 터졌다. 방금 전 그 마디를 감쌌던 독신의 입 안의 온기도 겉으로는 날아가 있었다. 하지만, 손끝에 보드라운 것이 닿고 마디에 다부진 것이 눌렸던 때 뛰던 심장은 똑같이 빠르게 쿵쿵거리고 있었다.
"훗… 또 해골을 만져도 좋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반쯤은 모른 채, 가샤도쿠로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을 중얼거렸다. 잇자국은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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