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지명/인명/단체 등과 관련이 없는 가상 세계관 기반 글입니다
※ 가상의 문헌에서 발췌하였다는 설정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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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노국 우에히코 신사 전래.
――야츠쿠라노카미엔기에마키八倉神縁起絵巻[각주:1]의 기록.

 

야츠쿠라의 큰 강물에 예로부터 신위가 넘치는 신이 있으니 우에히코노카미殖彦神라 부른다. 또한 숲에는 여덟 신이 있으니 그 중 장자를 하루코로모이나노미코토春衣稲命라 부르며, 이 신은 하루코로모라고도 부른다. 두 신은 본디 교류가 있었다.
어느 해, 우에히코노카미가 시나노국의 큰 신[각주:2]에게서 곡옥을 하사받아 돌아왔다. 이를 안 하루코로모가 이를 탐내었고, 속임수를 써서 곡옥을 가지고 숲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이 되어 이를 알아차린 우에히코노카미가 진노하니 강이 범람하고 큰 비가 내렸다. 우에히코노카미가 백사白蛇의 형상을 드러내어 강가를 휩쓰니 작물이 쓸려가고 제방이 떠내려갔으며 들판이 물에 잠겼다. 물이 하루코로모 형제들의 숲까지 닥치니 하루코로모가 소리쳤다.

"벗이여, 내가 잘못하였다. 곡옥을 돌려주고 사과하겠다."

그러나 우에히코노카미의 분노가 거세어 목소리가 닿지 않았다. 
이 때 하루코로모의 동생으로 숲 속의 맑은 연못에 진좌하는 신이 있었다. 여덟 신 중 세 번째이며 이름을 와카히나미코모히메若雛水薦媛라 하며 미코모히메水薦媛로도 불린다. 미코모히메는 머리를 뒤로 묶고 몸에 히레[각주:3]를 두르며 큰 활과 화살을 들고서 숲 언저리로 나아갔다.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 숲 바깥이 트여 보였는데 저편에서 큰 백사가 날뛰며 다가오고 있었다. 미코모히메가 활에 화살을 매겨 쏘니, 화살이 백사의 몸통, 곧 우에히코노카미의 허리를 맞추었다. 우에히코노카미는 범람을 거두고 물러났고, 허리에서 비늘 하나가 떨어져 진흙 속에 가라앉았다.


우에히코노카미는 하루코로모에게 사자를 보내어 말했다.

"곡옥을 돌려주고 옛 의식을 갖추어 유감을 표하라, 그렇지 않는다면 숲으로 이어지는 강줄기를 모두 끊겠다."

하루코로모는 이에 응하였으며, 의식은 강과 숲 사이의 너른 평지에서 거행하기로 하였다. 이 평지는 우에히코노카미가 화살을 맞은 장소에서 멀지 않다. 우에히코노카미는 권속을 거느리고 나아가며 화를 내었다.

"내 허리를 맞춘 자에게도 대가를 요구하리라."

아직 허리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옷도 꿰매져 있지 않은 까닭이었다.
의식 장소로 향하며 작은 들판을 지나는데, 제신[각주:4]의 눈에 들놀이를 하는 한 무리가 비쳤다. 네 여인이 모여앉아 있는데 그 중 제일 머리가 긴 이가 일어서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사뭇 아름답게 비치니, 제신이 자신을 안내하는 숲의 사자에게 물었다.

"저 이들이 누구냐?"
"저들은 하루코로모이나노미코토의 동생들입니다. 일어서서 노래하고 있는 이는 와카히나미코모히메입니다. 활에 능하여, 일찍이 우에히코노카미의 비늘을 떨군 바 있습니다."

이에 제신이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나를 어리석다고 칭하라. 내 허리를 상처입힌 자가 이토록 아름답다. 물떼새 같은 미코모히메여!"


장소에 다다라 곡옥을 돌려받는 자리에서, 우에히코노카미가 하루코로모에게 말했다.

"네 동생이 내 허리를 화살로 맞춘 이래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다."

우에히코노카미는 미코모히메의 거처에 머무르며 상처를 치료하게 되었다. 날이 흐르는 동안 우에히코노카미가 구애하니, 미코모히메는 두 번을 거절하고 세 번째에 승낙하였다. 스무하루 날이 지나 제 영토로 돌아갈 때, 우에히코노카미는 스와의 곡옥을 미코모히메에게 선물하였다.
이후 미코모히메가 곡옥을 쥐고 있는 것을 본 형제자매들이 이를 기이하게 여겨 물었다.

"그것은 하루코로모가 강의 신에게 돌려준 것이 아니냐? 어째서 네가 그것을 가지고 있지? 혹 훔친 것이냐?"
"아니다. 그가 나에게 정표로 준 것이다."

이에 미코모히메의 형제자매들이 노래하였다.

스와의 큰 신의 이름으로 내린 곡옥
우리의 형제가 속임수로 가로챘다가 돌아간 보물이
지금은 우리의 누이의 손에 들려 있으니
잔을 바칠 필요가 없었구나[각주:5]

 

이후 우에히코노카미와 와카히나미코모히메는 혼인하였다. 미코가미[각주:6]는 모두 다섯이다.

 

  1. 필자가 구상한 가상의 문헌. 실재하지 않습니다. [본문으로]
  2. 스와다이묘진을 지칭한다. (창작설정) [본문으로]
  3. 고대 일본 여성의 장식용 끈으로, 독사와 독충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본문으로]
  4. 우에히코노카미를 일컫는다. (창작설정) [본문으로]
  5. 사죄하는 의식 중 술을 따라 올리며 용서를 구하는 절차가 있었다. (창작설정) [본문으로]
  6. 주제신의 자식 되는 신을 일컫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