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독자설정 및 이름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満 【쿠와사니】 글(성인글/멤버십 한정)의 전연령 편집 버전입니다. (일부 암시는 있습니다)
겨울 아침은 느지막이 찾아왔다. 키리히메는 누운 채로 눈을 뜨고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정신은 들었지만 아직 일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전신이 나른해 도저히 힘을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누굴 탓하랴. 키리히메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쿠와나……?"
키리히메는 옆을 돌아보았다. 한 사람이 더 누워 있었을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저만치에 고우파 특유의 초록색 겉옷이 아직 남아 있었다. 어디에 간 걸까. 아직도 누워있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허리를 한손으로 눌러 다독이며, 키리히메는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복도 쪽으로 난 방문이 열린 것은 그 때였다.
"아, 일어났구나. 좋은 아침."
"……응, 좋은 아침."
탈력감 감도는 아침 인사에 쿠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우파의 우치가타나는 어깨로 문을 밀어 닫고는 주인의 곁에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 줄곧 손에 들고 있던 나무 쟁반을 내려놓았다. 빈 잔 두 개, 음료가 담긴 듯한 큰 용기 하나, 그리고 귤이 담긴 성긴 바구니가 있었다.
"사실 더 이것저것 가져올까 했지만, 곧 아침 먹을 시간이니까."
쿠와나는 그렇게 말하며 잔에 음료를 따랐다. 유자 향기가 뜨거운 김과 함께 가득 피어올랐다. 잔에 두어 번 후후 숨을 불어 식힌 후 쿠와나는 그것을 키리히메에게 건네주었다. 달콤한 꿀맛이 유자향을 두른 채 키리히메의 목을 타고 몸 속까지 사르르 퍼져들어갔다. 키리히메가 배시시 미소지었다.
"맛있어."
"응. 올해는 유자가 참 잘 됐어. 자, 귤도. 아-."
손바닥에 들어가는 정도 크기의 귤을 깐 쿠와나는 그 과육 하나를 집어 사니와의 입가에 내밀었다. 자연스럽게 먹여주려는 흐름에 키리히메는 무심코 타 버렸다. 과육을 입 안에 넣은 후에야 부끄러움이 되살아난 키리히메는 얼굴을 붉히며 애써 대답했다.
"고마워. 쿠와나는 친절하네."
"작물을 잘 먹어주는 주인이 좋으니까. 무엇보다 네게는 많이 무리시켰으니까, 이 정도는."
남은 귤 한 조각은 제 입에 넣고 또 한 조각을 집어 내밀며 쿠와나가 태연히 말했다. 그 말에 키리히메는 얼굴이 귀끝까지 새빨개져 이불로 입가를 폭 가려버렸다. 두 번째로 받아먹은 귤조각의 맛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아, 혹시 너무 신 거였어?"
쿠와나가 다른 귤을 까다 말고 물어왔다. 키리히메는 황급히 목을 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귤껍질을 한쪽에 밀어놓고 과육을 입에 넣는 쿠와나는 평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쿠와나는 멀쩡하네… 힘들지 않아?"
"나는 체력이 더 있으니까. 농사일로 단련돼 있고."
평온하게 답한 도검남사는 자신 몫의 잔에 유자차를 따랐다. 키리히메는 아까보다는 식은 유자차를 다시 입가에 대며 흘긋 그의 팔을 보았다. 결코 근육질은 아니지만 분명 강인하고 힘센 팔이었다.
"활약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육체는 중요해. 따라서 건전한 음식, 건전한 땅도."
"후후, 그렇네."
키리히메는 웃으며 잔을 내려놓았다. 쿠와나는 정말 농사를 좋아하는 남사였다. 그가 가져다준 유자차의 힘일까, 일어날 때까지만 해도 근육통을 호소하던 몸이 훨씬 풀린 느낌이 들었다.
"네 몸도 좀 더 튼튼해지면 좋겠는데."
"응?"
문득 쿠와나가 중얼거렸다. 영문을 몰라 고개를 든 키리히메를, 남사는 사뭇 진지하게 응시했다.
"지금도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잖아."
"그, 그냥 아침이라서야. 쿠와나가 아침에 강한 거라고 생각해."
키리히메는 한손으로 얼굴 하관을 가리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그러나 쿠와나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앞으로 좋은 걸 많이 먹여주면 더 나아지겠지."
"약초 같은 거?"
"그것도 방법이지만, 평소에 먹는 것부터 좋지 않으면 곤란해. 약은 일시적인 거고, 많이 먹을 수는 없는걸."
고개를 주억거리며 쿠와나는 손을 뻗었다. 바구니에 담긴 다른 귤을 잡으려나 싶던 손은 그대로 앞으로 나와, 이불에 앉아 있던 키리히메의 한쪽 어깨를 살포시 감싸쥐었다. 무릎으로 쟁반을 한쪽으로 밀어 치운 후, 쿠와나는 그대로 몸을 내밀어 사니와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감귤류 향이 가득한 입맞춤 끝에, 평소보다 조금 낮고 다정한 음색이 따라나왔다.
"앞으로도 기대해."
"으, 응."
키리히메는 말을 어물거렸다. 빙긋 웃고 있는 쿠와나는 입가만이 또렷이 보였다. 저 가린 앞머리 사이에는 맹렬히 타오르는 노란 눈이 있으리라. 키리히메가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뒷말을 잇지 못하자, 쿠와나가 흡족히 웃고는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입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