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니와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토막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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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인(我が主)."

무척이나 고풍스러우며, 듣기에 따라서는 달콤하게도 받아들일 수 있는 호칭이었다. 그러나 사니와는 볼을 붉히거나 웃음을 짓지 않았다. 그렇게 받아들이기에는 스이신시의 목소리가 너무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칼이며, 당신은 사람이다."

혼마루의 누구도 모르지 않는 당연한 사실을 스이신시는 굳이 또렷하게 말했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면서도 입에 굳이 올리지 않는 그 명제를 왜 굳이 말로 하는 것인가. 함께 거리에 물건을 사러 나갔을 때 상인에게서 '사이 좋은 연인이군요' 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혹은 고도로 되돌아가고자 하며 이상을 추구했던 도공의 일면이 강하게 나타난 도검남사이기 때문인지. 혹은 둘 다인지. 어렴풋이 답을 알 것만 같아, 사니와는 비척비척 마르는 혀를 가볍게 깨물었다.
아릿한 아픔이 곧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를 머릿속에서 들으며, 사니와는 스이신시를 마주했다. 가벼운 침묵이 도검남사와 사니와 사이를 소리없이 흘러갔다.

"…다른 존재인 것이다."

그 목소리는 무겁고, 고지식하고, 어딘가 쓸쓸했다. 탄 음식은 먹은 적이 없건만 입속에서 탄맛이 나는 것 같았다. 눈시울을 붉혀야 할까, 반론해야 할까, 수긍해야 할까. 어느 것도 석연치 않아 사니와는 남사를 바라보았다. 옷깃으로 입가까지 가리고 있는 탓에 스이신시의 표정은 보이지 않고, 두 눈만이 보일 따름이었다.
그는 자신과 연인으로 오해받은 것이 싫은 것인가. 그런 물음이 사니와의 목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말하지는 않았다. 남사의 두 눈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이신시는 늘 위엄 있게 있고 싶어하나 그 성정이 너무 투명하고 속일 줄을 모르는 탓에, 감정이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 그는 명백히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지금의 사니와가 그렇듯이.
사니와는 말을 얹지 않았다. 스이신시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러나 둘 다 서로에게서 고개를 돌리지는 않고, 그저 상대의 눈을 시선으로 매만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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