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가 언급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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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봉납하는 것인가. 그럼, 고맙게 받지."

네네키리마루는 그렇게 말하며 과자에 손을 뻗었다. 노란빛 표면이 도드라지는 과자는 이를 과져온 사니와 키리히메의 손에는 한 손바닥에 딱 담길 정도의 크기였으나, 네네키리마루의 손에는 한없이 작게 보였다. 평소 먹는 것과 형태도 풍미도 다른 양과자를, 산의 신검은 한손 엄지와 검지로 쥐고 물끄러미 보았다.

"이것은 어떠한 과자인가?"
"달걀로 만든 현세의 과자. 이름이 뭐였더라. 에그… 에구타… 뭐였는데, 뭐였더라……."

에그 타르트라는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키리히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얼버무리는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네네키리마루는 그러한가, 하고 가만히 답한 후, 과자를 입에 넣었다. 과자의 이름을 몰라도 먹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남사는 한참 가만히 입 안에 넣은 것을 우물거렸다. 붉은 눈꼬리를 그린 눈이 아직 손에 남은 과자 절반을 보더니, 이내 그 절반도 입에 넣었다. 담담히 과자를 맛보는 모습을 올려다보던 키리히메가 자신 몫의 것을 깨물려다 말고 물었다.

"입에 맞아?"
"음."

네네키리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터운 손이 다음 과자로 뻗는 것을 본 키리히메는 안도하여 생긋 웃었다. 이 혼마루의 네네키리마루는 그 감정을 얼굴에 격하게 드러내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그 심중을 행동에 그대로 담아 보여주는 이였다. 과자가 마음에 들었구나. 그 사실에 기뻐하며 키리히메는 자신 몫의 과자를 먹었다. 몽글몽글 부드러운 맛은, 보통 공물로 바치는 과자 하면 떠오르는 경단과는 다른 식감이었다.

'……공물.'

문득, 그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키리히메는 그저 과자를 함께 나누어 먹고자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나 네네키리마루는 이를 봉납물이라고 칭했다. 그 말에 마음이 상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단어로 새삼 깨달았을 뿐이었다. 네네키리마루는, 신령이었다.
키리히메는 가만히 네네키리마루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오늘 그는 출진이 없어 내번복을 걸치고 있었다. 평소에 머리에 쓰는 사슴의 뿔이나 나뭇가지를 닮은 관도 보이지 않았고, 그 몸에는 수수한 배색의 전통복을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결코 초라한 행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무척이나 고고하고, 어딘가 중압감이 느껴지는, 경건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네네키리마루는 신검이었다. 닛코 후타라산 신사의 신검 중 하나. 매년 봄에 지낸다는 제사에서는 신사의 다른 두 오오타치와 함께 사슴 가죽 위에 놓여 받들어지는 신체(御神体). 그 자신 또한 산의 짐승의 정점에 군림하는 고위 신격이며, 격 높은 신께서 강림하실 수 있는 대상물. 일상에서 작은 과자를 받을 때조차 봉납이라 여기는 이 남사는 실로 격이 다른 존재라고, 키리히메는 새삼 실감했다.

"모시는 편이 나을까."

사니와의 입술이 멍하니 말을 흘렸다. 세 번째 과자를 손에 잡으려던 네네키리마루가 눈을 고쳐떴다. 음? 하는 소리를 내며 혼마루의 주인을 바라보는 남사에, 키리히메는 제 입을 한손 소매로 가렸다. 잠시 후, 사니와는 그 옷소매를 내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고하듯 말했다.

"물론 남사들은 다 그렇지만, 네네키리마루도 신격 높은 신검이지."
"신의 일에 접한 기간은 확실히 길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마냥 편하게 대하지 말고 받들어 모시는 게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뒤에 어색하게 존대를 붙이며, 키리히메는 새삼 허리를 꼿꼿이 폈다. 네네키리마루를 바라보는 눈빛이, 겨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살짝 떨렸다.
네네키리마루는 과자를 잡으려던 손을 거두었다. 동요하는 기색도, 의아해하는 기색도 없이, 남사는 눈을 몇 번 느리게 깜빡였다. 침묵 후 그가 입을 열자, 마치 산이 울리는 듯한 음색이 키리히메의 귓가에 담담히 흘러왔다.

"그것이 바람이라면 그리 하거라.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며 예를 표하고 싶다면 그리 하여도 좋을 것이다."

신령의 말이었다. 키리히메는 자신도 모르게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옷소매를 가지런히 폈다. 모시는 이의 앞에 나아가는 신관과 같은 심정이 되어, 키리히메는 숨을 꿀꺽 삼켰다.
그 때 네네키리마루가 과자 상자를 옆으로 치우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과자를 들었었던 한손이 뻗어와 사니와의 한쪽 볼을 감쌌다. 두텁고 큰 손이 그에 비해 자그마한 사니와의 뺨을 덮은 모습은 마치 과일을 손에 든 사람 같았다. 살짝 달콤한 냄새가 남은 손으로 뺨을 쓰다듬으며, 네네키리마루가 말을 이었다.

"나(我)는 주인의 기원에 언제든지 답할 것이다. 신앙의 상대를 필요로 한다 하여도, 종래와 같이 편한 말을 나누는 동료의 관계를 바란다 하여도."

그렇게 말하며 남사는 몸을 숙였다. 산과도 같이 굳세고 크고 경외스러운 신체가 키리히메를 덮을 듯 내려다봐 왔다. 만사를 격이 다른 눈으로 관조하는 눈빛에 부드러움이 섞였다. 겨울이 지나고 찾아온 초봄에 나뭇가지 끝에 꽃망울이 맺히듯이. 가슴 속이 간지러운 것은 그 눈빛 때문일까, 뺨을 덮고 눈가를 가볍게 매만지는 엄지손가락 때문일까. 키리히메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빠끔 열렸을 때, 네네키리마루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연모를 바란다면, 그에 또한 기꺼이 응하리라."
"…네네키리마루, 는?"

소원을 꿰뚫린 키리히메는 조심스레 물었다. 과연 그는 전부 알고 있었다. 허나 그의 의사는 어떠한가. 고매한 신체인 네네키리마루의, 그의 의사는.
네네키리마루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더욱 몸을 굽혔다. 다음 순간, 산을 닮은 신령이 인간에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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