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가 언급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twitter.com/rayel_token/status/1205188894997663744 타래의 글을 다듬어 편집)

 

더보기

"나, 주인 좋아하는 것 같아."

화창한 하늘. 평화로운 한때. 며칠 간의 한파 끝에 모처럼 날이 풀려 겨울치고는 따뜻하던 어느 오후. 찻잔을 입에서 떼며 쿠와나가 중얼거린 그 한 문장에, 툇마루에 쭉 늘어서 앉아 있던 고우파의 다른 세 남사는 동시에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쿠와나, 네가?!" 
"쿠와나 씨가요?" 
"쿠와나가…?" 

아직 잔기침이 남은 부젠도, 빈 잔을 넘어뜨리고 만 코테기리도, 땅에 떨어뜨린 센베이를 주워서 버리는 마츠이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일찍이 같은 도공의 손에 만들어진 동료들의 반응에, 쿠와나는 제 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음, 그렇게 이상했어? 나, 평소에 어떤 인상이었던 거야." 
"아니, 그, 뭐라고 해야 하죠… 그런 데에는 관심이 옅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더 열중하고 있는 일이 따로 있다는 느낌이었지." 

코테기리가 안경다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하는 옆에서 부젠이 헛웃음과 함께 말을 덧붙였다. 마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입가를 훔치는 그 표정으로 보아 다른 둘과 그리 의견이 다르지 않은 듯했다. 
쿠와나는 제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은 평소 어떻게 보이고 있었던 것일까. 요란하게 구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무감정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쿠와나의 머릿속에 일전, 그가 항시 존칭을 붙여 부르는 혼다 가의 창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눈을 가린 이는 그 표정을 읽기 어렵지. 그 때문에 네가 감정이 옅다는 오해를 사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충고하던 그 말을 듣고, 그 때는 그저 '그렇군요' 하고 적당히 납득했던 쿠와나였다. 다른 남사들에게 그렇게 보이고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었다. 그러나 자신의 형제격인 남사들까지, 심지어 부젠까지 그렇게 생각할 정도라면. ……혹시, 이 혼마루의 사니와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신을, 감정을 잘 보이지 않는 무미건조한 남사로 보고 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찻잔에 차를 따르려던 쿠와나의 손이 멈칫했다. 

"…그건 좀 싫을지도." 

그 중얼거림에 또 옆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코테기리가 눈을 휘둥그레 떴고, 마츠이가 지금까지 생각에 잠겨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하하, 미안, 미안. 너무 마음에 담진 마."

부젠이 얼버무리듯 말하며 쾌활히 손을 내저었다. 딱히 방금 전 평가에 화를 낸 건 아닌데. 쿠와나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 부젠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그 자신의 허리에 손을 얹어 누르며 말했다.

"확실히 주인은 좋은 사람이지. 쿠와나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법도 없고, 괜찮지 않아? 응원할게."
"응, 고마워."
"그런데… 어쩌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야? 무슨 계기라도 있었어?" 

부젠이 기지개를 쭉 펴면서 그렇게 물었다. 슬쩍 던져오는 가벼운 말투의 질문에, 쿠와나는 음, 하고 생각에 잠겼다. 앞머리에 덮여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시선이 정원수를 보다가 별관 지붕을 타고 새파란 하늘로 올라갔다. 

"글쎄. 뭐가 시작이었으려나." 

하늘을 조용히 휘젓는 듯한, 뜬구름을 잡는 목소리였다. 스스로도 아물아물하다는 기색이 역력한 그 중얼거림에 마츠이가 조용히 헛웃음을 섞어 말했다. 

"그런 계기는 뚜렷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지. 주인의 무언가가 눈에 새삼 들어왔던 건 아닐까. 무심코 흘린 피의 색이 아름다웠다거나." 
"그거에 반하는 건 마츠이 씨 정도에요." 

코테기리가 새 과자의 포장을 까서 건네며 한숨을 쉬었다. 마츠이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 과자를 받았고, 부젠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소소한(?) 대화가 오가는 동안에도 쿠와나는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피를 보고 반한 건 아니지만, 무언가 비슷했던 것 같은데. 
피. 붉은색. 옛날에는 붉은 과일은 피를 연상시킨다며 관상용으로만 여긴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늦가을에 빨갛게 잘 익은 과일은 보기만 해도 보람차다. 그러고 보니 지난 가을, 현현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 혼마루에 익숙해졌을 무렵, 주인과 함께 거리의 과일 가게에 간 적이 있었다. 갓 나온 석류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며 눈을 빛내던 주인을 위해 하나 사서, 반으로 나누어 건네준 적이 있었더랬다. 
거기서 쿠와나는 아, 하고 소리없이 제 양손을 손뼉 치듯 부딪쳤다. 맞다, 분명 그 때부터였다.

"…석류를 맛있게 먹었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쿠와나는 기뻐 보였다. 좋아하는 사람에 관한 좋은 추억을 선명히 되새길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 사실에 관한 자각도 없이, 쿠와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갑작스럽게 맥락 없이 나온 말에 코테기리는 안경을 닦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츠이는 눈을 깜빡이다가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다리 근육을 푸는 동작을 하던 부젠은 몇 초 정도 가만히 있다가 쿠와나답다고 시원스레 말했다. 
그 모든 반응을 옆에 두고, 쿠와나는 시선을 내려 정원 끝자락을 내다보았다. 정원 끝자락에서, 이 혼마루의 사니와가 과일을 한 바구니 든 채 다른 몇몇 남사들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구 연성(200101 이전) > 구 도검연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9.12.29
拝 【네네사니】  (0) 2019.12.22
覚 【오테사니】  (0) 2019.12.01
違 【스이사니?】  (0) 2019.11.26
衣 【톤보사니】  (0) 201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