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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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니와 키리히메의 혼마루에서, 몸치장에 대한 도검남사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다. 어떤 남사는 사비를 들여 화장품을 장만하고 손발톱까지 장식할 정도로 열심이었고, 어떤 남사는 겉치레 따위에는 관심 없다며 철저히 실용적인 옷만을 고집하기도 했다. 그 중 톤보키리는 몸치장에 특별히 관심을 쏟지는 않는 쪽이었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가다듬고 머리를 정돈하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았으나, 이는 제 주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고 타인에게 예의를 지키려는 몸가짐일 따름이었다. 정복에 따르는 팔찌를 착용하거나 긴 머리카락을 뒤로 묶는 것이 그가 부리는 최대한의 멋이었고, 사복조차도 거의 없어 정복이 아닐 때는 거의 내번복을 걸치고 있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친족 관계인 센고 무라마사가 새 옷이라도 장만해보지 그러냐고 넌저시 물었을 때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옷이 닳아 수선할 수 없게 되면 새로이 장만하도록 하지」

이 혼마루의 도검남사들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정복과 내번복은 각 남사의 신력으로 짜올린 옷임을 알고 하는 말이었다. 그 남사의 신력이 고갈되지 않는 한, 옷이 수선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는 일은 없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센고는 정말 고지식하다며 어깨를 으쓱했었다. 그 이후에도 한동안 톤보키리는 기본적으로 지닌 옷과 잠옷 이외의 복장은 잘 입지 않았다.
그랬기에, 지금 서재에서 책장에 책을 꽂고 있는 톤보키리의 복장은, 혼마루의 주인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못 보던 옷이네."

키리히메가 눈을 깜작이며 말했다. 서재 안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잊고, 서재에서 어떤 책을 찾으려 했었는지도 잊고, 사니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의 옷에 시선을 달았다. 낡고 두터운 책을 제 눈높이쯤 되는 높은 단에 꽂던 톤보키리가 주인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곧 제 옷을 내려다보았다.

"아, 예. 새로이 가져왔으니까요. 실제로 입은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응… 무슨 일, 있었어?"
"아뇨, 그저 변덕입니다."

그 말에 키리히메는 더욱 눈을 크게 떴다.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문장인데도, '변덕'이라는 말이 톤보키리의 입에서 나온 것이 무척 위화감이 들었던 것이다. 사니와는 서재 안으로 한 걸음 들어오며 덩치 큰 남사의 모습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흘긋흘긋 살폈다. 그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톤보키리가 품에 아직 들고 있던 서너 권의 책을 전부 한 단에 꽂아두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이상해 보입니까…?"
"아니, 아니야. 잘 어울려. 멋있어."

키리히메는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자신의 감상을 증명하려는 듯 톤보키리를 올려다보았다. 내번복과 비슷하다면 비슷한 형식의 전통복은, 그러나 그 색이 훨씬 더 선명한 자줏빛을 띠고 있었다. 화려한 무늬 대신 글자를 휘날려 쓴 것 같은 문양이 박힌 옷은 정갈하고 우직한 인상을 주어, 그야말로 톤보키리의 성격을 그대로 옷으로 옮긴 것 같았다. 키리히메는 옷소매를 가려 입가와 함께 볼을 가려 홍조를 감추었다. 그리고 자꾸만 흐트러지려는 입가를 다잡으려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멋있어, 톤보키리."
"감사합니다."

톤보키리는 미소와 함께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키리히메는 그의 곁까지 와서, 그로부터 한두 걸음쯤 떨어진 곳의 책장에서 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길이 몇 번 더 톤보키리를 돌아보았고, 그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조용한 서재애 후후, 하는 작은 웃음소리가 울리자, 톤보키리가 책을 꺼내다 말고 주인을 돌아보았다.

"주군? 제가 무언가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는지요?"
"응? 아, 아니야. 미안, 자꾸 돌아봐서 신경쓰이게 했지."

키리히메는 꺼낸 책을 한팔로 품에 안듯이 들고는 헛웃음을 보이며 톤보키리 쪽으로 돌아섰다. 사과하실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던 톤보키리는 주인의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려 달싹이는 것을 보고 말을 도로 삼켰다. 키리히메의 입술이 몇 번 빠끔거리더니, 이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좋아서."
"예?"
"이렇게 새 옷도 입고, 옷이 어떤지 신경쓰고 하는 톤보키리는 잘 못 봤는걸. 뭐라고 해야 하나… 좀 더 따뜻해진 느낌이 들어. 그게, 좋아."

말을 맺은 키리히메는 귀끝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쑥쓰럽게 배시시 웃는 얼굴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역광으로 받아 아주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그 기쁨만은 확실히 상대에게 닿고 있었다.
톤보키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제 하관을 손으로 가리돗이 한손을 들어 입가와 턱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곧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몸을 살짝 낮추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광일 따름이군요. 입은 보람이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묵직하면서도 어딘가 들떠 있었다. 주인에게 한 걸음 다가와서는 무릎을 낮추어 눈을 마주한 모습은 평소처럼 정중했고, 마주한 눈은 새로운 옷의 영향인지 평소보다 뜨거운 빛을 띠고 있었다. 그 모습에 키리히메는 들고 있던 책으로 제 얼굴 절반을 가렸다. 그럼에도 눈이 톤보키리에게서 떠나지 못하는 것은 역시 이 옷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까. 그 반응에 저도 모르게 작은 행복감을 느끼며, 톤보키리는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 때 제 친족에게 들은 한 마디가 이런 일로 이어질 줄이야. 우직한 창남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Huhuhuhu, 고지식하군요. 톤보키리가 새 옷을 걸치고 돌아다니면 주인이 놀라서 한참 눈을 떼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흘려듣지 못하고 새 옷을 장만한 자신이 처음에는 무안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흡족하다. 톤보키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주인에게는 올곧고 용맹한 창으로 있는 동시에, 따스하게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되고 싶다. 가슴 속에 싹튼 그런 감정을 아직 뚜렷이 자각하지는 못한 채, 그는 자신의 주인에게 손을 뻗어 그 팔에 들린 책을 가볍게 눌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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