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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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물건이라는 말 자체에는 좋은 뜻도 나쁜 뜻도 없다. 골동품이라는 말이 '오래되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뜻할 수도, '시대에 뒤처진 낡은 물건'을 뜻할 수도 있는 것처럼, 결국은 그 말을 쓰는 사람의 마음이다. 만일 쓰는 사람이 옛 시대의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옛 물건'이라는 말은 좋은 의미를 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니와 키리히메는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 자신이 몇 백 년 전에 태어나 한 번 죽었던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렇다기에는 이 사니와가 동경하는 것은 그 생전 시대보다도 옛적의 것이었다. 지금 키리히메가 손에 들고 있는 저 부채조차도 옛 양식이며, 그 부채에 적혀있는 시 또한 예로부터 전해지던 시였다. 그렇다 해도 그 자체는 요즘 만들어진 것이니 마냥 골동품이라 하긴 그런가. 니혼고는 제 손에 든 빈 술잔에 스스로 술을 따르며, 제 옆에 앉아 부채를 연신 들여다보고 있는 주인을 곁눈질했다.

"그게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보지?"

니혼고가 흘끗 말을 던졌다. 키리히메가 제 옆에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는 남사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잔잔히 끄덕였다.

"응. 마음에 들어."
"그러냐. 그럼 사 준 보람이 있었군."

니혼고는 낄낄 웃으며 술을 들이켰다. 이런 걸 덜컥 받기는 미안하다고 사양하는 주인에게 연말 선물이라 생각하라며 반쯤 어거지로 주었던 것이 생각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었다. 그 사실이 뿌듯하면서도, 술의 여운으로 남는 쓴맛처럼 조금 씁쓰레한 니혼고였다. 자신이 준 선물에 푹 빠지는 거야 환영할 일이다만, 거기에 너무 빠져 정작 니혼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본말전도가 아닌가. 정3위의 관위를 지닌 창은 한순간 주인의 옆구리를 슥 손가락으로 훑어 놀려 줄까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만으로 관두었다. 키리히메가 부채를 펼친 채 거기에 쓰인 글귀를 즐거운 듯 읽었기 때문이었다. 

"「줄곧 그리워하다 오늘 밤에야 겨우 만났으니 새벽닭아 부디 울지 말아다오」"
"오, 좋은 시인데."

니혼고는 술을 들이키려다 말고 그렇게 한 마디를 던졌다. 고개를 끄덕이는 키리히메의 불이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온 겨울바람 때문인지 살짝 발그레해져 있었다.

"옛 연가(恋歌)래. ……후후."
"뭘 그렇게 혼자 웃는 거지?"
"그치만 니혼고한테 이런 부채 받으니까, 꼭 연애편지를 받은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 말한 키리히메는 펼친 부채로 가만히 제 입가를 가렸다. 말해놓고 본인이 부끄러운 것인가, 귓가가 발그레하니 물들어 있었다.
니혼고는 하마터면 제 술잔이 아직 가득 차 있다는 것도 까먹고 또 술을 부을 뻔했다. 붓기 직전 그것을 알아차린 그는 잔을 쭉 비우고는 눈을 껌뻑였다. 그러고 보니 이 주인이 좋아하는 책 중에는 연서를 주고받는 옛날 이야기가 많았지. 남사는 거칠게 목덜미에서 구불거리는 제 머리카락 아래로 손을 넣어 뒷목을 긁었다.

"연서가 그렇게 받고 싶었나?"
"응? 아… 그렇네, 응, 좀 받고 싶을지도. 그런 거, 뭔가 좋을 거 같아. 풍류스럽고."
"호소카와 녀석 같은 소리를 하게 됐군."

36가선의 호칭을 지닌 우치가타나가 저 멀리 지나가는 것을(말을 보살피는 당번이었다) 흘려넘기며 니혼고가 혀를 찼다. 키리히메는 그쪽은 눈치채지 못한 듯, 그저 멋쩍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부채를 살며시 접어 내려놓았다. 명창에서 태어난 덩치 큰 남사는 그런 주인에게 슬쩍 다가앉아 어깨를 꾹 쥐듯이 안았다. 자신에 비하면 한참 작은 몸이 품 안에서 팔짝 뛰는 것에 남사가 목을 울려 웃었다.

"내 주인은 이래저래 옛날 걸 좋아하는구만. 어디, 이제 슬슬 이쪽 골동품에도 신경을 써 보는 게 어때?"
"니혼고, 스스로를 골동품이라 하는 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다, 말이. 뭐, 역사 있는 창인 건 맞잖냐."

니혼고는 느물느물 웃으며 사니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키리히메가 몸을 파르르 떨며 제 연인의 팔을 꼭 쥐는 동안, 니혼고는 아까 전 자신이 선물했던 부채를 슬쩍 들어올려 책상 위에 두었다. 그리고는 그 부채를 한동안 잊을 정도로 제 주인을 애정 행각에 푹 빠뜨렸다.

* * *

그로부터 이틀 후, 혼마루에는 눈이 내렸다. 신당 앞에서는 이시키리마루와 네네키리마루가 눈을 치우느라 분주했고, 마구간 지붕 위에는 무츠노카미와 나마즈오가 올라가 눈을 아래로 흩뜨리고 있었다(작년에 마구간 지붕이 내려앉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쪽에선 카센과 하치스카가 정원수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한쪽에서는 고코타이가 눈에 신나 뛰어다니는 호랑이를 말리려 무던히 애를 쓰는 가운데, 키리히메는 툇마루에 앉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출진 명령도 내려오지 않아 간만에 사니와가 할 일이 없는 한가한 오전이었다.

"여, 한가해 보이는군."

니혼고가 옆에서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정복도 내번복도 아닌 전통복을 걸치고 두툼한 겉옷을 걸친 모습이 어쩐지 고풍스러워, 키리히메는 뺨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쉬고 있었어."
"그런가. 그거 다행이군. 바쁜 중엔 섣불리 말 걸기도 힘들었을 테니."
"니혼고는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키리히메는 살짝 짓궃게 말했다. 니혼고는 예끼, 하고 눈을 잠시 부라렸지만 그뿐, 곧 소리없이 웃어넘겼다. 본인도 부정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박하는 대신, 그는 소맷자락에 손을 넣어 뒤적이더니 뭔가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키리히메에게 슥 내밀었다.

"받아둬라."
"이거, 뭐야?"
"글쎄다. 뭘까. 천천히 보면 알 거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보지. 네 반응도 보고 싶지만, 톤보키리 녀석이 다도실 근처의 눈을 치우는 걸 좀 거들라고 해서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 니혼고는 손을 흔들며 멀어져갔다. 정원을 바로 쭉 가로질러 가지 않고 빙 돌아간 것은 아마도 정원 한복판에 고코타이의 호랑이가 뒹굴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걸 티내려 하지 않는 것 또한 니혼고답다는 생각이 들어, 키리히메는 절로 웃음을 머금었다.
손에 올려진 것은 종이를 편지봉투에 집어넣을 때처럼 몇 번 접은 것이었다. 종이로 안에 뭐라도 싸둔 걸까, 아니면 뭔가 할 말이 있었던 것일까. 키리히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 그 첫 줄에 쓰인 문장을 읽은 순간, 사니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머나."

……연서였다. 그것도 니혼고가 만들어진 시대보다도 한참 전, 이를테면 부채 위에 쓰여있던 것과 같은 헤이안 시대풍의 시를 담은 것이었다.
키리히메는 눈을 깜빡이며 정신없이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문장은 과연 니혼고다운 한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좀 골동품 같은 행동이란 생각은 든다만, 옛날 취향이신 연인을 두었으니 할 수 있나. 앞으로도 종종 써 보내지」
"…후후."

키리히메는 편지를 조용히 접으며 웃음지었다. 벌써 멀찍이 사라진 니혼고가 남기고 간 발자국을 슥 내다본 후, 사니와는 방금 전 접었던 편지를 다시 열어 또 읽기 시작했다. 아까보다도 발그레해진 얼굴은 분명 겨울바람 탓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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