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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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니와 키리히메의 아침은 이른 편이었다. 해가 짧아지는 겨울에는 조금 느지막해지는 감도 있었으나, 그래도 아침해의 빛이 하늘에 비칠 무렵에는 눈을 뜨고 채비를 시작했다. 새벽공기가 어렴풋이 낮은 아침에 근시가 문 밖으로 찾아올 즈음에는 이미 머리까지 빗고서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예외는 사니와가 몸이 아프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가서 잠시 혼마루를 비웠을 때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하늘이 맑은 연파랑색을 띠게 되었는데도, 키리히메는 곤히 자고 있었다.

"어이."

오오카네히라는 제 곁에 누운 주인을 내려다보며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키리히메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새근새근 잠만 잤다. 이불을 목까지 올리고 얼굴만 빼꼼 내민 채 곤히 눈을 감고 있는 사니와를, 붉은 머리의 강인한 도검남사는 미간을 찌푸리고 내려다보았다. 그는 제 머리를 한손으로 짚어 헝클어뜨리고는 다른 손을 뻗어 주인의 어깨에 얹었다.

"이봐, 일어나라. 아침이다."
"으, 응……."

몇 번을 흔들자 키리히메가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잠기운에 덮여 흐릿한 파란 두 눈이 오오카네히라의 뚜렷한 시선과 마주했다. 깜빡, 깜빡. 두어 번인가 눈꺼풀을 깜빡인 키리히메가 불현듯 배시시 웃었다. 오오카네히라는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나 키리히메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무언가 말할 것처럼 달싹이던 입술도 곤히 잠자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호흡만을 흘렸다. 오오카네히라는 두어 번 더 어깨를 흔들었지만 그 방법은 더 이상 듣지 않았다. 오오카네히라는 주인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렇게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혹은 어지간히도 힘을 쓴 탓에 일어나기 힘든 것인가. 표정으로 봐서는 전자가 맞을 것 같았고, 오오카네히라 자신의 기억에 따르면 후자가 설득력이 있었다. 남사는 제 뒤퉁수를 긁적였다. 자신과 눈을 마주쳤을 때 보여주었던 미소가 아직도 키리히메의 얼굴이 조금 남아 있었다.

"곧 근시인 녀석이 깨우러 올 거다."

그렇게 말하며 오오카네히라는 키리히메를 덮고 있는 이불에 손을 올렸다. 이걸 확 걷어내면 아침 냉기가 밀려들 테고, 그럼 온몸에 확 끼치는 냉기에 곧바로 일어날 터였다. 같은 방을 쓰는 남사들 중 센고나 토모에가타가 아침에 오오카네히라 자신에게 종종 쓰던 방법이었다. 일찍이 이케다 가의 보도로 전해졌던 타치의 도검남사는 사니와의 두툼한 이불을 꾹 쥐었다. 그리고 몇 초 후, 이불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키리히메는 추위에 약한 사니와였고, 오오카네히라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아,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주인이군."

곤히 잠든 주인을 이불 위로 토닥이며 오오카네히라는 투덜거렸다. 그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걸린 것은 그 자신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사니와의 머리카락 쪽으로 손을 뻗어 머리카락 몇 가닥을 매만지며 남사는 생각했다. 오늘 이 녀석의 근시는 누구였더라. 분명 지난 번에는 혼마루의 가장 신입인 쿠와나가 담당했으니, 오늘은.

"주인, 일어나 있느뇨?"

문 건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오카네히라의 미간에 주름이 팍 잡혔다. 천하오검에 대한 대항심이 몹시 강한 그는, 천하오검에 속하는 남사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투쟁심이나 경쟁심이 치미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들을 마주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얼굴에 힘이 들어가버리고는 했다. 문 너머에서 주인에게 말을 건네는 미카즈키 무네치카에 대해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오오카네히라는 제 곁에서 아직도 쿨쿨 자는 사니와를, 문 건너에서 느껴지는 산죠파의 타치의 존재감을 번갈아보았다. 그리고 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히 입을 열었다.

"주인은 아직 자고 있으니까 돌아가. 오전 일과는 오후로 미룬다."

* * *

키리히메가 눈을 떴을 때 맨 처음 들린 것은 사락사락거리는 소리였다. 종이가 스치는 듯한 소리에 느릿느릿 시선을 위로 향한 키리히메는 곧 눈을 아까보다 또렷이 떴다. 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크기의 책을 들여다보는 오오카네히라가 거기에 있었다.

"오오카네히라?"
"음, 뭐냐, 일어났나."
"응. …책, 읽어?"
"그래. 뭐지, 내가 책을 읽으면 이상한가?"

오오카네히라가 부루퉁해져 말했다. 키리히메는 헛웃음을 지었다. 무투파라는 인상이 강한 오오카네히라지만, 그래도 책을 읽지 말란 법은 없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사니와의 머리 위에서 오오카네히라가 말을 덧붙여왔다.

"우구이스마루 녀석이 떠넘긴 책이라 읽는 것뿐이다. 깼으면 일어나서 물이라도 마셔."

그렇게 말하며 오오카네히라는 머리맡의 주전자에 손을 뻗었다. 이불을 걷어내고 윗몸을 일으킨 키리히메는 그에게서 물잔을 받아 입에 댔다. 살짝 차가운 물은 시원하고, 잔 끝에 반사된 햇빛은 눈부셨다.
거기서, 키리히메는 멈칫했다. 햇빛이 환해도 너무 환했다. 아침에 갓 일어났을 무렵에는 잘 볼 수 없는 밝기였다. 키리히메는 물잔을 입에서 떼고 제 연인을 바라보았다.

"저기, 지금 시간이."
"현세의 시간으로 치자면 오전 11시 조금 덜 됐다. 조회 시간은 벌써 지나갔어."
"어?!"

키리히메는 화들짝 놀라 하마터면 물컵을 놓칠 뻔했다. 엎을 뻔한 물컵을 간신히 도로 잡은 키리히메는 동그래진 눈을 연신 깜빡였다. 그 옆에서 오오카네히라는 이제 눈치챘냐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웃음인지 아닌지 모를 표정으로 픽 숨을 흘렸다.

"늦은 아침이군."
"어, 어떡하지, 조회……."

당황한 사니와의 입술이 말을 더듬거렸다. 오오카네히라는 달달 떨리는 그 손을 바라보더니, 사니와의 손에서 물컵을 가져가 저만치 내려놓았다.

"조회는 오후로 미뤘다. 점심 먹기 전에 하면 될 테지."
"아, 으, 응. 고마워. …저기, 근시가 깨우러 오지 않았어? 오늘은 미카즈키였을 텐데."
"왔다. 내가 돌려보냈다."

오오카네히라는 태연히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도 평탄해, 키리히메도 당황하기까지 몇 초 정도 간격이 있었다.
오오카네히라가 미카즈키를 돌려보냈다. 그 말은, 즉, 그가 이 방 안에서 근시에게 말을 했다는 것. 따라서 오오카네히라가 이 방에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1명 이상의 다른 도검남사가 알아버렸다는 뜻이었다. 남사가 사니와의 방에 들어오는 일은 없지 않지만, 이렇게 이른 아침에 있었다면, 상상할 일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키리히메는 얼굴을 폭 손으로 가리고 중얼거렸다.

"……들켰, 겠네……."
"뭐냐, 이 오오카네히라와 연분을 맺은 사실을 굳이 숨길 이유가 어디에 있지?"

너무도 당당한 말에 키리히메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숨길 이유는 없고, 그와의 관계가 떳떳치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규정상 안 된다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것이지 않은가. 이를 제대로 설명할 자신은 또 없어, 키리히메는 얼굴을 폭 가린 채 입속으로만 웅얼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오오카네히라가 한숨을 쉬더니 툭 내뱉듯이 말했다.

"입단속은 해 뒀다."
"응……."

그제야 키리히메는 고개를 들었다. 미카즈키는 입이 가벼운 편이 아니니 굳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지는 않을 터였다. 그 사실에 안심해야 할지, 나중에 미카즈키에게 어떤 시선을 받을까 걱정해야 할지, 키리히메는 아직 잘 감을 잡지 못했다. 혼란에 가득 찬 사니와는, 오오카네히라가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뺨에 손을 뻗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키리히메가 오오카네히라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그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얼굴이 가까워진 후였다.

"아침에 이 오오카네히라를 곁에 두고서 다른 걸 더 많이 생각하지 마라."

그는 그렇게 말하고 주인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특별히 파고드는 건 아니었으나 오오카네히라 자신의 존재감 때문인가, 입술을 누르는 그 행위 자체가 무척 묵직하고 열기가 강했다. 낮을 향해 가는 늦은 아침의 햇살과 닮은 뜨거운 입맞춤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몇 번 더 있을까. 이후 조회는 어찌하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머리 한구석에서 하면서도, 키리히메는 오오카네히라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리고 그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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