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밤이 오면, 그 남사는 밭에 선다.
사니와 키리히메가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약 1주일 전이었다.
"거기서 뭐 해?"
초승달이 뜬 탓에 주위가 그렇게 밝지 않은 밤, 키리히메는 조심스레 상대에게 말을 걸었다. 밤에 밖을 다닐 때 항상 켜고 다니는 등불조차 그 손에는 들려있지 않았다. 밭일을 하러 나갈 때 쓰는 뒷문을 빠져나가는 남사도 손에 등불을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온갖 작물이 잠자고 있는 밭을 가만히 바라보던 청년이 옆을 돌아보았다. 혼마루에 가장 최근에 들어온 도검남사, 고우노 요시히로가 만든 우치가타나, 쿠와나 고우였다. 가까이 다가온 주인에게 그다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남사가 평온히 말을 받았다.
"아아.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자신도 밖에 나와 있으면서, 그는 그렇게 말했다. 키리히메는 급하게 어깨에 걸친 무릎담요를 여미며 그를 보았다.
"잠깐 부엌에 다녀왔더니 쿠와나가 밖에 나가는 게 우연히 보여서. 쿠와나야말로 이 밤중에 뭐 해?"
"이제 곧 수확철이니까. 혹시 야생동물이 밤에 올까봐 잠깐 지켜보러 왔어. 맛있게 익은 작물은 꼭 야생동물이 먹으러 오거든."
쿠와나는 밭 쪽을 보면서 그렇게 얘기했다. 앞머리가 깊이 내려온데다 모자까지 쓰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 눈은, 아마도 밭을 보고 있으리라. 키리히메는 그가 보는 방향을 따라 보았다. 어둑어둑하여 가까운 곳 외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쿠와나의 눈에는 다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의아해하던 키리히메는 문득 일전 밭당번이었던 톤보키리와 코테기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곧 수확철이라 바빠질 것 같으니 당번의 수를 임시로 늘릴 수 있을지를 건의했었더랬다.
키리히메는 흘끔 쿠와나를 살폈다. 입가를 살짝 올리고 밭을 바라보는 쿠와나는 좀 즐거워 보였다. 밤에는 자는 것보다 밭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키리히메는 한숨을 쉬었다.
"매일 밤을 샐 수는 없잖아."
"응, 그럴까. 그럼 오늘 밤까지는 이렇게 지켜보고, 여기에 어떤 동물들이 주로 오는지 간추린 다음에 대책을 세워둬야지."
그렇게 평온히 답하는 쿠와나는, 아마 내일도 밤을 샐 것이다. 엄습하는 추위에 담요자락을 여미면서도 키리히메는 쿠와나를 걱정스레 보았다. 그는 어제도 밤을 샜다. 그 전날에도 밖에 나갔다. 그 전날에도 밖에 나가려 했다가, 그 때는 순찰 당번이던 부젠에게 잡혀 되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정말 되돌아갔을지는 의문이었다. 아마도 얼마 후에 다시 나가지 않았을까. 쿠와나는 한 번 몰두하기로 한 것은 좀체 포기하지 않는 남사였다.
"아무리 도검남사라지만 계속 쉬지 않으면 쓰러져."
"응, 조심할게."
쿠와나는 시원스레 대답했다. 안 들을 것이 분명했다. 키리히메는 그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며 조금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다들 걱정해. 부젠도, 코테기리도, 톤보키리도."
"응, 나중에 제대로 말해 둘게. 부젠에게도 코테기리에게도 톤보키리님께도, 걱정 끼치지 않게."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걱정해."
"……."
갑자기 쿠와나가 대답하지 않게 되었다. 그가 천천히 자신의 주인을 돌아보았다. 색은커녕 눈꼬리의 모양조차도 잘 보이지 않는데도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어두운 밤중, 긴 앞머리 너머로 그는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까. 키리히메가 긴장하던 그 때, 그가 싱긋 웃었다.
"나는 네가 걱정인데. 너도 거의 항상 밤에 일어나 있으면서."
"어?"
키리히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쿠와나는 역시 잘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주인을 계속 보았다. 어두운 밤과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채, 오직 살짝 올라간 입꼬리만을 보여주며, 쿠와나가 말을 이었다. 힐난하는 어조도, 나무라는 어조도 아닌, 지극히 담백하여 마치 잘 경작한 흙과 같은 목소리였다.
"내가 나갈 때마다 너는 일어나 있었어. 나가지 못한 날에도 종종. 잠이 잘 오지 않는 거야?"
"……그런가 봐."
키리히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절이 바뀐 탓인지 요즘 들어 잠이 잘 오지 않고 있었다. 그건 거짓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쿠와나가 자꾸 밤에 밖에 나간다는 것을 그와 면식이 있는 다른 남사들에게 들은 이후,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사니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고우의 우치가타나는 보았을까. 쿠와나는 가볍게 흠, 하는 숨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양상추가 좋아. 조만간 가져다 줄게."
그렇게 말하고 쿠와나는 손을 뻗었다. 그 한 팔이 불쑥 어깨를 껴안아와 키리히메는 깜짝 놀랐다. 손은 그렇게 굵지 않은데 힘이 강한 것은 그가 농경에 익숙한 남사이기 때문일까. 속삭임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팔에 힘을 주어 단단히 어깨를 안으며, 쿠와나가 다정히 말했다.
"오늘은 일단 들어가자. 동물에 대한 대책은 내일 세울게."
그렇게 말하는 쿠와나는 어디까지 파악한 것인지, 키리히메로서는 역시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밤을 새운 이유가 쿠와나를 신경썼기 때문이라는 것까지 그는 알아차렸을까? 올려다보아도 쿠와나의 눈은 보이지 않고, 그 시선만이 느껴졌다. 다만 어깨를 껴안은 손이 무척 따뜻하여, 쌀쌀해진 밤 날씨를 잊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