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도검남사 1인칭 시점
도검이란 나라를 다스리고 집안을 수호하는 물건이라고, 난카이 선생이 말한 적이 있었다. 저를 만든 도공이 그렇게 이야기했다면서, 실로 도검남사의 정의에 부합하는 말이라고 선생은 떠들었다. 이 혼마루의 주인은 그게 재미있다고 계속 들었지만, 나는 기분이 나빠져 그 자리를 떠났다.
선생의 말이 맞다면 나는 도검으로서는 완전히 비뚤어진 셈이다. 지키기는 무슨. 애초에 나를 부르는 이름이 뭔가. 사람 베는 칼이다. 「사람 베는 이조」가 사용했던 칼인 탓에, 이렇다 할 목적도 없이 남의 숨통을 끊는 방법만 몸에 밴 게 나란 말이다. 오오와자모노로 평가받은 히젠 타다히로의 한 자루건 뭐건 간에, 적어도 이 몸은 그런 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젠장."
욕을 내뱉어 보아도, 한 번 나빠진 기분은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올바른 역사니 뭐니를 지키라며 도검남사로 불려온 이상, 그리고 역행군인가 하는 놈들을 베어야 하는 게 주요한 일인 이상, 이 짜증이 가실 날은 없을 것이다. 값싼 술이라도 있었다면 뱃속에 들이부었을 거라고 뇌까리며 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필 오늘따라 구름이 자욱해 달도 별도 안 보인다.
전 주인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딴 설화를 남긴 탓에 내가 지금 이런 꼴이니, 할 수만 있다면 만나서 면상을 힘껏 걷어찼을 것이다. 시간 정부 놈들도 부아가 치민다. 굳이 캐내서는 특명조사 같은 것에 동원하고 혼마루에까지 배속시켰으니, 그 책임자 되는 자를 만났다면 명치에 주먹을 꽂아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혼마루의 주인. 사니와라는 자가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이 불쾌했다.
사니와가 있기 때문에 나는 계속 이 혼마루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역행군을 베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도검남사로 남아, 자신의 뒤틀림을 잊지도 못하고 되새기며, 이 곳에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 그게 짜증이 났다. 진저리가 났다. 미웠다. 주인을 미워하는 도검남사라니, 왜곡의 극치다.
나는 소리없이 혀를 찼다. 손에는 어느새 본체인 와키자시가 들려 있다. 본능적으로 발소리를 감추고 걸음을 옮겼다. 치미는 이 불쾌감을 없앨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주인은 곤히 자고 있었다. 방문이 열리는 것 정도는 눈치채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기척을 지우고 들어왔다지만 이 녀석은 뭐가 이렇게 무방비한 건가. 지금부터 그 숨이 끊어질 예정인데, 이 혼마루에서 이런 생각을 할 놈은 없다고 믿었던 건가. 안이한 생각이다.
불은 꺼져 있으나 주인의 머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잘 보인다. 녀석의 희끄무레한 머리카락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칼집에서 뽑은 칼끝으로 이불을 걷어 상반신을 드러나게 하고, 옆에 서서 칼을 내려 겨누었다. 한 발자국만 앞으로 내딛으면 목을 찌를 수 있는 거리에서, 나는 칼을 잡았다.
잠깐이나마 정부에 있던 몸이다. 도검남사가 제 사니와를 해치는 게 금기라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이미 잘 안다. 사람이라면 질릴 만큼 죽여본 칼이다. 어디를 찌르고 베어야 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을지는 훤히 알고 있다. 주인을 죽인 칼이 어떻게 될지도 대충 짐작은 간다. 나는 전 주인이 아니다. 놈은 작은 고문조차 두려워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픽 한 번 비웃고, 나는 칼을 조금 들어올려 손에 힘을 넣으려 했다.
소리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칼을 내리치지 못하고, 애매한 위치에서 팔이 멈추었다.
상대를 죽일 때면 자연스럽게 이 자가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를 머릿속에 그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얼빠져 보일 정도로 편히 자고 있는 얼굴이 피에 뒤덮이는 모습을, 혹은 단말마에 잠시 눈을 뜨고 겁에 질려 일그러지는 표정을 상상했다. 단지 그뿐이었는데, 목에 밧줄을 건 것처럼 숨통이 꽉 조여 불쾌하게 막혔다. 손이 멋대로 떤 탓에 그 손에 들린 칼자루에서 작게 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식은땀이 흐르고 가슴 속이 차갑게 탔다. ……나는 무서워하고 있었다. 이 주인을 죽이는 것을.
베고 싶어서 뭘 벤 적은 없었다. 하지만 딱히 거절한 적도 없었다. 이렇게 세게 뭔가를 베기 싫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만일 지금 실수라도 해서 이 사니와의 목에 스친 상처라도 난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죽이러 온 주제에, 나는 이 주인이 죽는 것이 싫었다.
"……하."
참지 못하고 저를 비웃는 소리를 냈다. 사니와는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 베는 칼이라는 말도 이젠 어디 가서 할 수 없게 됐다. 사람 베는 칼로 소문난 것으로서는 완전히 망가진 셈이 아닌가. 딱히 저항하는 것도, 살려달라고 돈을 내놓는 것도 아닌 상대를, 그저 치미는 감정 때문에 베지 못하다니 역할 끝이다. 그 사실이 한심하고, 우습고, 꼴사납고, 조금 기뻤다. 이를 악물고 있으니 눈시울이 뜨끈해지려 해서, 서둘러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눈가를 벅벅 문지르니 얼얼해져 좀 기운이 가셨다.
여기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냥 나가는 것은 그래도 분해서, 목과 흉부가 이어지는 곳에 잠깐 입술을 눌렀다. 이런데도 일어나지 않는 이 녀석은 실로 둔해빠졌다고 생각하며, 나는 방에서 나왔다.
밖으로 나와 정원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익숙한 얼굴들과 만났다. 하필 오늘 이 녀석들이 순찰이었냐. 지금 그다지 보고 싶은 얼굴은 아니어서 툴툴거리고 있으니, 저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정확히는 둘 중 무츠노카미 놈 쪽이.
"히젠 아녀! 이 시간에 밖에서 뭐 하는겨?"
"네가 신경쓸 일이냐. …속이 뒤틀려서 기분전환하러 나왔다."
"저런. 지금은 괜찮아졌을까, 히젠 군?"
난카이 선생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신경 끄라고 툭 말을 내뱉으며 나는 방금 전 있었던 방 쪽을 돌아보았다. 눈마저 뒤틀렸나, 달빛도 없고 불도 안 밝힌 방문이 조금 밝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