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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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닿은 입술은 놀랍도록 부드러워, 마치 초봄에 핀 꽃잎을 입에 문 것 같았다. 어깨를 감싸쥐고 있는 손가락은 힘이 들어차 탄탄한데 입술은 어찌 이리도 상냥할까, 사니와 키리히메는 잠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사고를 비집어 열듯이, 입술 사이로 상대의 혀가 들어와 맞닿았다.
간지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연신 움찔거리는 혀를 타고 숨결이 얽혔다. 심장과 폐가 동시에 버거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사니와의 귓가에 응, 하는 가벼운 한숨이 흘러들어왔다. 하치스카도 자신만큼 가슴이 뛰고 숨이 차서 그런 건지, 제 주인을 달래려 일부러 낸 신음인지 키리히메는 분간할 수 없었다. 다만 뒤통수를 받치고 있는 하치스카의 다른 손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상냥하게 확고하게 밀어붙여 오는 것이 과연 그답다고 생각하면서 키리히메는 계속 자신의 도검남사와 입을 맞추었다. 입술을 감싸는 부드러움이 점차 촉촉함을 머금어갔다.
몇 번 더 한숨이 흐르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애매해질 정도로 감각이 아득해질 무렵 겨우 입술이 찬찬히 떨어졌다. 키리히메는 본능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며 허리에 잔뜩 들어갔던 긴장을 탁 놓았다. 가쁜 숨을 한참 몰아쉬고 있으니 그 온몸의 맥이 일부러 소리를 울리듯 요란하게 날뛰어댔다. 사니와는 자신이 바닥에 앉은 채였다는 사실도, 지금 시간이 깜깜한 밤이라는 것도 그 때서야 겨우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호흡과 일렁이는 머릿속을 진정시키려 키리히메는 제 가슴을 꼭 눌렀다. 동요가 조금씩 가라앉을 무렵, 사니와는 자신을 줄곧 바라보는 눈빛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것이 누구인지를 잘 알면서, 키리히메는 조심스레 눈을 고쳐떠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치스카는 입술을 떼었을 때부터 줄곧 제 주인을 보고 있었다. 내번복 차림일 때는 보통 위로 틀어올려 묶는 머리카락이 지금은 바로 벚꽃색의 작은 폭포를 그리듯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언젠가 하치스카의 머리 푼 모습을 예쁘다고 칭찬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했던 것일까, 그렇게 짐작하던 키리히메는 하치스카의 표정에 잠깐 숨을 들이키는 것조차 잊어버릴 뻔했다. 그가 몸에 두른 금색 키나가시보다도 영롱한 한 쌍의 눈이, 황홀경에 빠진 채 사니와를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사랑스러워."

하치스카가 싱긋 웃으며 키리히메의 어깨에서 한손을 뗐다. 그 손이 그대로 위로 올라가, 키리히메의 볼을 가볍게 감싸 어루만졌다. 힘차면서 섬세한 손길이 귓불을 살짝 건드리고 뺨을 간질이는 것에 키리히메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하치스카가 속삭였다.

"괜찮아? 숨은 진정됐어?"
"으, 응."

심장이 두근거려서 다른 의미로 진정이 안 되고 있다는 말은 생략한 채, 키리히메는 간신히 대답했다. 그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슥 훑는 하치스카의 표정은 더없이 우아하면서, 어딘가 불타는 것처럼도 보였다. 마치 등롱 속에서 은은히 빛을 발하는 불 같은 기색을 머금고, 코테츠의 아름다운 우치가타나가 재차 입을 열었다.

"한번 더 해도 될까?"

그 말에 키리히메의 심장이 흉곽을 뒤흔들듯 크게 뛰었다. 제 얼굴이 아까 이상으로 새빨개졌음을 짐작하며, 키리히메는 황급히 하치스카의 양 어깨를 붙들었다. 눈이 마주치고, 상냥히 밀어닥치는 애정에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키리히메는 어물어물 답했다.

"자, 잠깐만. 잠깐, 기다려줘."

하치스카는 실망하는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뺨을 감싸고 있던 손도 뒤통수를 받치고 있던 손도 잠시 내려가, 제 주인의 허리를 꼭 껴안은 채 얌전히 기다렸다. 키리히메는 잠시 그에게서 얼굴을 돌리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몇 번 심호흡을 했다. 싫은 건 아니었다. 결코 싫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잠시 심장소리를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다.
한참 후, 키리히메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을 껴안은 이와 마주하곤 도로 눈을 떴다. 하치스카 가문에 전래된 아름다운 금빛 우치가타나는, 아까 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고귀한 미소를 띤 채 거기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흰 얼굴에 복숭아빛 화색을 띄우며 후후, 하고 목을 울려 웃어왔다.

"이제, 괜찮아."

키리히메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이 이 혼마루의 사니와가 지금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였다. 입술을 도톰하게 모아 얼굴째로 내밀자, 하치스카가 들뜬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고마워. 사랑해, 주인."

그렇게 말한 후, 도검남사는 다시 사니와에게 입을 맞추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매끄럽게 입술을 감싸는 접촉은 상대의 숨결을, 감촉을, 향기를 전부 들이마셔 가져가곤 제 것으로 채워넣으려는 것 같았다. 녹여내는 숨소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버거워, 키리히메는 매달리듯 하치스카의 목에 팔을 둘렀다. 사니와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하치스카의 두 팔 중 하나가 올라가 등을 가로지르고 어깨를 꼭 붙들었고, 입술이 맞물린 것이 더욱 깊어졌다.
그 입맞춤이 앞으로 몇 번은 더 이어지리라는 것은, 그 때부터 둘 다 조금싹 예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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