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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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양갱이 한층 더 잘 만들어졌어. 도구를 새로 산 보람이 있는걸."

빛깔 좋은 양갱 덩어리를 꺼내며 아즈키 나가미츠가 말했다. 그가 조금 더 성격이 가벼운 남사였더라면 지금쯤 콧노래를 부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을 거라고, 탁자 맞은편에 앉은 사니와 키리히메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정도로 아즈키는 눈을 빛내며 자신이 만든 양갱을 감상하고 있었다. 확실히 질감도 색도 무척이나 맛있어 보이니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키리히메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아즈키가 만드는 단것은 언제나 좋지만 이번 건 특별히 더 맛있을 거 같아."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쁜걸. 네 말이 더해졌으니 분명히 최고로 좋은 양갱이 됐어."

작은 양갱칼을 꺼내며 아즈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느 정도 크기로 자를지를 신중히 가늠하는 그 모습에 키리히메는 부드러이 웃었다. 가슴 속이 간질간질해 절로 지어진 웃음이었다.

"내 말이 없어도 아즈키가 만드는 음식은 맛있어."
"아니, 주인의 말도 중요해. 언령言霊이라는 것도 있어. 맛있어지라고 주문을 걸면 정말로 맛있어진다고들 하지."

현세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로 쓰이는 것 같다고 작게 덧붙이며, 아즈키는 양갱을 잘라냈다. 부드러운 양갱은 잘리는 소리도 내지 않고 깔끔하게 잘려 그 조각이 살짝 흔들렸다. 다음 조각을, 또 다음 조각을 가늠하여 먹기 좋게 써는 손길은 그의 다부진 체격과는 대조적으로 세심하기 그지없었다. 온화한 분위기에 휩싸여 그 손동작을 보던 키리히메의 귓가에, 아즈키의 나지막한 설명조의 목소리가 이어져 들어왔다.

"너는 언령에 대해 알고 있지?"
"남들만큼은."

키리히메는 솔직히 대답했다. 신직이나 학자들만큼 잘 아는 것은 아니라도, 그 개념은 그렇게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입으로 발하는 언어에 영적인 힘이 있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은 생활 이곳저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나쁜 말을 계속 하면 정말로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거나, 덥다고 해서 계속 덥다고 하면 더욱 더워진다는 것은 키리히메도 남사들과 곧잘 주고받는 이야기였다.
아즈키는 음, 하고 목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고운 접시를 꺼내 양갱을 옮겨담았다. 스승을 마주하는 느낌이라고 키리히메가 생각하는 가운데, 오사후네 도파의 붉은 머리의 남사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언령이 힘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이름을 짓는 것이지. 이름의 힘은 강력해. 이름에 따라 무시무시한 요괴가 무해한 것이 되기도 하고, 목숨을 건지기 위해 달아났던 신이 지상을 다스리는 높은 이가 되기도 하니까."

낮은 목소리와 조곤조곤한 말투는 마치 상대에게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 키리히메가 살짝 아찔함을 느껴 머리를 짚었다 떼는 것을 눈치챘는지 아닌지, 아즈키는 접시에 옮겨담은 양갱을 자신의 주인 앞으로 밀어주었다. 양갱을 찍어올릴 도구를 옆에 내려놓은 그는, 사니와가 양갱에 눈을 돌리기 전에 속삭였다.

"나의 이름은 아즈키 나가미츠. 팥이라는 뜻의 아즈키를 베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뇌수라는 뜻의 나즈키를 흘리게 했다는 말이 변한 것이라는 설도 있어. ……주인만 괜찮다면 실험해 보겠어?"
"응?"

불온한 기색이 감도는 마지막 말에 키리히메가 눈을 크게 떴다. 갑작스러운 말에 가슴은 동요했지만 머리는 아직 단어 하나하나의 뜻조차 건져올리지 못하고, 하얀 사니와는 그저 눈동자만을 떨고 있었다. 그런 주인에게 돌보는 아이를 어르는 보육사 같은 표정을 내보이며, 아즈키는 상냥하게 말했다.

"시도해 보렴."
"하지만, 아즈키."

갑자기 왜 이런 흐름이 된 것인지, 언령을 굳이 실험할 필요가 있는지, 지금 하는 말이 진심인지 장난인지, 묻고 싶은 것이 키리히메의 입까지 올라와 혀 위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입꼬리를 부드럽게 풀어올린 채 자신을 바라보는 아즈키의 얼굴에 그 어떤 것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키리히메는 잠깐 시선을 내려 아즈키가 만든 양갱을 보고, 다시 눈을 위로 올려 아즈키와 눈빛을 마주쳤다. 그리고 한참 달싹인 끝에 입술을 열었다.

"나즈키."

그것은 아즈키의 이름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히 그의 이름으로 이어지는 단어였다. 상대의 머리를 갈라 뇌수를 흩뿌렸다는 오싹한 소문을 아즈키의 도신에 매다는 명칭이었다.
그 단어를 들은 아즈키 나가미츠가 잠시 눈을 감았다. 단정히 호선을 그리는 입술 외에는 감정을 읽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잠시 후, 그가 눈을 뜨고 답했다.

"……?!"

키리히메는 흠칫 놀랐다. 아즈키가 방금 낸 목소리는 놀랄 정도로 거칠고 스산했다. 깎아지른 절벽 같기도, 날카롭게 갈아진 칼날 같기도 해서, 아즈키가 낸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그 목소리가 키리히메 자신의 사니와명을 불렀다는 것조차 한 박자 늦게 눈치챘을 정도였다.
아즈키의 눈색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상냥하게 일렁이던 눈빛은 성나 굽이치는 해협의 소용돌이처럼 격해져 있었다. 그 격류에서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것은 아즈키의 붉은 머리색 때문일까, 아니면 나즈키라는 단어 때문일까. 어느 쪽인지 키리히메는 감조자 잡지 못하는 가운데 아즈키가, 나즈키가, 탁자 너머로 주인에게 손을 뻗어왔다. 얼굴선을 쓰다듬어 손바닥으로 붙잡는 손길은 사냥감의 목덜미를 잡아채 문 산짐승처럼 힘이 있었다. 검붉은 빛의 깊은 웃음과 함께, 남사는 엄지손가락으로 사니와의 왼쪽 눈밑을 훑었다. 가벼운 압박감에 심장이 조여드는 가운데 키리히메의 눈에 아즈키의 입술이 보였다. 곧 닥쳐올 것 같은 입술이 살짝 입맛을 다셨다.

"아, 아즈키."

키리히메는 서둘러 그의 본 이름을 불렀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즈키는 입맛을 다시던 혀를 거두고 주인을 한참 응시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따뜻하게 웃으며 키리히메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꽁 맞대었다.

"두렵게 해서 미안하다. 실험이 지나쳤을까."

쓰게 웃는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그 목소리에 키리히메의 어깨는 떠는 것을 멈추었으나 심장은 아직도 진정하지 못하고 쿵쿵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아즈키가 아까보다도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사니와를 얼렀다.

"다음에 주인이 좋아하는 스위츠를 만들어줄 테니 용서해 주었으면 해."

그렇게 말하고 그는 몸을 뒤로 물려 다시 양갱을 마저 썰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키리히메는 말없이 자신의 왼쪽 눈가를 더듬었다. 실험의 흔적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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