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날을 세우고 꽂혀오는 목소리를 독신은 그저 가만히 들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의 입 속에 방금 그 입이 내뱉은 말만큼이나 날카로워 보이는 이가 엿보였다. 그러나 그 입이 토하는 숨결은 평소의 것보다도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 온기를 생생히 느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독신은 눈을 깜빡이며 상대를 올려다보았다.
무릎으로 선 채 상체를 꼿꼿이 세워 독신을 내려다보는 영걸은 한쪽 눈을 주홍빛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었다. 가리지 않은 쪽 눈은 날카롭게 서서 눈 앞의 이를 쏘아보고 있었는데, 그 시선이 맹금류의 눈빛을 연상시켰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쪼이거나, 입술 안쪽에서 빛나는 저 이에 물어뜯기는 건 아닐까, 독신은 잠시 동떨어진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공상적인 걱정이 현실로 올라오기도 전, 독신의 머릿속은 하얗게 덮여버렸다.
방금 전 매서운 말을 떨어뜨렸던 그 입술이 독신의 입을 덮었다. 가시를 뾰족하게 세웠던 말과는 달리, 입술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독신의 입을 감쌌다. 각도를 알맞게 기울려 단단히 맞물리게 한 입이 촉촉하니 뜨거운 숨을 전하고, 덜덜 떠는 독신의 뺨을 두터운 한손이 받쳐들었다. 몸에 퍼지는 간질간질한 기운에 독신이 가볍게 신음을 흘리자 그 소리마저 마시겠다는 듯 입맞춤이 더욱 깊어졌다.
추운 겨울 한복판인데도 지금이 은하수가 아름다운 여름 밤처럼 느껴진다고 독신은 생각했다. 입을 맞추고 있는 상대가 별의 신 아마츠미카보시이기 때문일까. 희미하게 떠오른 그런 생각조차, 달궈진 머리 속에서 서서히 증발해버렸다.
"감사는 하고 있지만 마음을 허락한 건 아냐. 착각하지 마라."
적의마저 느껴지는 매정한 말이, 숨을 쉬기 위해 살짝 떨어진 입술 사이로 흘렀다. 방금 전까지 나누었던 열렬한 접촉을 부정하는 듯한, 그러나 지극히 평소의 아마츠미카보시다운 말투에 독신의 머릿속이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나 그 혼란을 정리할 틈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을 시간도 주지 않고, 모든 지배에 저항하는 신족 영걸은 다시 독신에게 입술을 부딪쳤다.
재개된 입맞춤은 아까보다도 깊어 신음소리조차 새어나오지 못했다. 아마츠미카보시의 다른 쪽 팔이 움직여 독신의 허리를 꽉 붙들어 안았다. 본능적으로 독신이 등골을 파르르 떨자, 숨소리인지 웃음소리인지 분간키 어려운 소리가 그 귓가에 닿았다. 그러나 독신은 그 소리의 정체를 가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혀가 얽혀들어오는 감각에 다 잊어버린 탓이었다.
"그저 변덕이다. 네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니까, 되돌려 주려는 것뿐이다."
온기 없이 딱 자르는 말인데, 그 목소리는 나지막하게 녹아 스며들듯 독신의 가슴에 떨어졌다. 노려보는 듯도, 응시하는 듯도 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속삭이는 아마츠미카보시의 말에, 독신은 더욱 알 수 없어졌다.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거라면 어째서 이렇게 슬픈 말을 계속 하는 것일까. 그가 자신을 싫어하는 거라면 어째서 이렇게 정열적으로 입을 맞춰오는 것일까.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다시 이어지는 접촉에 아마츠미카보시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면서, 독신은 필사적으로 의식을 붙잡았다. 그에게 뭐라고 말해야 이 상황이 정리될지, 본전의 통솔자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좋아하는지를 물어볼까, 싫어하는지를 물어볼까, 어떻게 말해야 자존심 높은 별의 신의 의중을 밝힐 수 있을까. 끓어올라 지금이라도 떠오를 듯한 머릿속을 간신히 누르며, 독신은 뒤로 고개를 뺐다. 아마츠미카보시와 자신 사이에 손날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생기자 목소리가 나왔다.
"…저는, 아마츠미카보시를 좋아하는데."
나온 말은 의문문이 아니었다. 열이 올라 일렁이는 눈동자만큼이나 불안하지만 힘껏 짜낸 고백에 아마츠미카보시는 잠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나 곧 그는 코웃음을 치며 혼잣말하듯 대답했다.
"다른 녀석들을 좋아하듯이 말이지."
"……."
독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더욱 정확히는, 대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야오로즈계의 희망이며 영걸들의 구심점인 독신에게는 원칙이 있었다. 모든 영걸에게 친절하고, 모든 영걸을 동등히 아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한 영걸에게만 마음을 쏟거나 하여 천칭을 기울여서는 안 되었다. 그렇기에 독신은 아마츠미카보시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긍정하기에는 마음이 너무나 쓰라려,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영걸은 한참 독신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비친 독신의 표정에 살짝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그가 한숨을 작게 쉬더니, 눈가의 물기를 훔치듯 속삭였다.
"화풀이다. 마음에 심각하게 담아두지 마라."
목소리가 아까보다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독신이 생각한 찰나, 그 입을 아마츠미카보시가 다시 막아왔다. 다시 한데 맞닿아 얽혀드는 입술은 오늘 몇 번이고 닿은 것 중 가장 부드러웠다. 인상과는 달리 상냥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힘을 빼가는 입맞춤 속, 독신은 조심스레 팔을 움직였다. 그 팔이 아마츠미카보시의 등에 둘러져, 그 등을 꼭 끌어안았다. 아주 잠깐 영걸의 몸이 덜컥 동작을 멈추었다.
"……흥. 그렇게 나온다면… 지금부터는 솔직하게 말해 주지."
너무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한순간 입술이 떨어졌을 때, 아마츠미카보시에게서 그런 말이 들려온 것 같았다. 그것이 진짜인지 어떤지를 분간하지 않고, 독신은 슬며시 눈꺼풀을 닫았다. 닫힌 시야 너머에서, 입술의 감촉과 거친 목소리가 한층 또렷하게 다가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