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독신(독자설정 포함)이 등장합니다
※ 영걸(타케미카즈치)×독신 성향
"타케미카즈치."
서류 두루마리를 말던 독신이 문득 말했다. 자신의 신검 후츠노미타마의 날을 살피던 흑발의 군신이 팔을 내리고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아, 무슨 일이지? 주군. 무언가 맡길 일이라도?"
붉은 눈을 생기있게 빛내며 타케미카즈치가 대답했다. 앉은 채로 등을 곧게 편 모습은 실로 씩씩하여, 과연 수많은 무공을 세워 온 고상한 군신다운 풍채가 있었다. 표정이 평소보다 조금 부드러워져 있는 것은 경애하는 주군 앞에 앉아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곧은 선은 변하지 않은 채였다.
타케미카즈치가 후츠노미타마를 곁에 내려놓으면서 자세를 조금 바로잡자 입이 저절로 살짝 벌어졌다. 독신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눈앞의 영걸에게, 정확히는 그의 입에 가 있다는 것을 아직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 때, 갑자기 독신의 입술이 열렸다.
"송곳니."
"……응?"
갑작스레 튀어나온 영문 모를 말에 타케미카즈치는 당황했다. 무어라 대답해야 좋을지, 애초에 주군이 무슨 뜻으로 이야기한 것인지조차 짐작하지 못해, 그는 가만히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이는 영걸의 맞은편에서, 독신이 자기 자신의 윗니를 드러내 가리켜 보였다.
"송곳니, 특이해서요. 뾰족하게 도드라져 보이고."
"그런가? 딱히 깊게 생각한 적은 없는데…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으음."
타케미카즈치는 자신의 이를 입술 너머로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가 엄지를 내려 송곳니로 꾹 찌르자, 엄지손가락에 움푹 들어가는 송곳니 자국이 남았다. 확실히 날카롭게 튀어나와 잘 보일 법한 이였다. 하지만 송곳니란 누구나 본래 그러할 텐데 무엇이 그리 특이하게 비친 것일까. 혹시 이 이가 주군의 눈에는 흉하게 비친 것일까, 그런 생각에 타케미카즈치가 제 송곳니를 연신 엄지로 꾹꾹 누르고 있자, 독신 곁에 웅크리고 앉아 쉬던 야타가라스 카군이 부리를 열었다.
"주인님은 딱히 타케미카즈치 공의 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하지만 방금 주군은……."
"특이해 눈길이 간다는 정도지, 보기 나쁘다는 뜻은 아니었을 터입니다. 타케미카즈치 공이 그 송곳니가 불편하다면 또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괜찮을 테죠."
카군은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제 깃털을 쿡쿡 다듬었다. 타케미카즈치는 하얀 야타가라스를 보다가 독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줄곧 타케미카즈치를 응시하는 눈은 어딘가 풀려있기는 했지만, 불만스럽거나 불쾌하다는 의사는 비치지 않았다. 뾰족한 견치를 가진 군신은 저도 모르게 주억거리며 입에서 손을 천천히 떼었다.
"불편한 건 없다. 송곳니는 무언가를 찢는 역할이니, 그게 두드러진다면 군신에게는 어울리는 특징이겠지. 주군이 보기에 이상한 것도 아니라면 특별히 불만은 없……?"
반은 들려주듯 반은 중얼거리듯 이야기하던 타케미카즈치의 목소리가 중간에서 끊겼다. 갑자기 눈앞까지 다가온 온기 때문이었다.
좌상을 옆으로 밀어 나온 독신이 무릎으로 기듯 몸을 앞으로 내밀어 영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소맷자락이 타케미카즈치의 허리 부근을 스칠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밀착한 상태에서, 독신은 제 오토기반(御伽番)을 올려다보았다. 한손으로 제 윗몸의 무게를 지탱하고 다른 손을 살며시 들어올린 독신은 그대로 타케미카즈치의 뺨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입 부근에 손가락이 다다르자 엄지손가락이 입술 사이를 벌렸다. 어리둥절해 헤 열려 있던 입술은 그대로 더 크게 열렸고, 하얀 송곳니가 수면에 공이 떠오르듯 드러났다.
독신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 눈빛은 순진무구하다고 하기엔 너무 진지했고, 꿍꿍이가 있다고 하기엔 너무 곧았다. 너무 투명해 되려 온도를 가늠키 어려운 분위기를 두른 채, 본전의 중심 되는 이는 제 휘하의 군신을, 정확히는 그의 송곳니를 들여다보았다.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다가붙은 그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는 마치 부둥켜안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도 모른 채.
"주인님, 무, 무, 뭘 하시는 겁니까―!!"
카군이 시끄럽게 소리를 질렀다. 독신과 타케미카즈치가 동시에 그 쪽으로 눈을 돌렸다. 통통한 체격의 하얀 새가 깃털을 평소보다 두 배는 크게 부풀린 채 마구 날뛰듯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부리가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하얀 야타가라스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독신 되는 분께서 영걸들과 친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죠, 압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과도합니다! 지나치다구요!"
"지나쳐?"
"지금 그 모습 말입니다! 그, 지금, 주인님께서, 타케미카즈치 공과 한데 계시는 그 자세라던가요!!"
카군의 깃털이 더욱 빵빵하게 부풀었다. 만약 깃털이 피부색처럼 혈색이 돈다면 지금쯤 이 새는 붉은 칠을 한 듯 시뻘개져 있었을 게 분명했다. 그 정도로 카군은 당황하고 화가 나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해서 카군이 빨개지면 타케미카즈치의 눈보다 빨갛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던 독신은 몇 박자 늦게 숨을 들이켰다. 타케미카즈치의 휘둥그레진 눈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 탓이었다. 자신과 그의 사이가 종이 한 장 겨우 들어갈 정도로 가까워져 있다는 것을 겨우 깨달은 독신은 황급히 몸을 뒤로 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앗, 미안해요."
"아니, 사과할 필요 없다. 주군과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은 따르는 이로서는 다시없을 기쁨이니까."
자세를 빠르게 평소의 곧은 모습으로 가다듬은 타케미카즈치는 평소처럼 씩씩하게 웃고 있었다. 독신이 넋을 빼앗겼던 송곳니를 내비치며 사심 없이 미소짓는 그 모습에, 겨우 진정하고 도로 앉은 카군이 대놓고 들으라는 듯 투덜거렸다.
"타케미카즈치 공이 자각도 없이 그런 말을 쉽게 하시니, 주인님이 더 홀리는 겁니다."
"카라스 공, 나는 무언가 말실수를 한 건가?"
타케미카즈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군은 무언가 더 중얼거리더니 이내 말해봤자 저만 속 터지지요, 라고 말을 거두며 목을 움츠려 버렸다. 또 영문을 모르게 된 군신이 자신의 주군을 돌아보자, 다른 두루마리에 손을 뻗어 업무에 복귀하려던 독신이 멋쩍게 웃었다.
"갑자기 미안해요. 타케미카즈치가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독신은 두루마리의 끈을 풀어 펼쳤다. 별 생각 없이 일로 돌아간 것인지,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껴 황급히 시선을 돌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길게 나열된 글자들을 읽는 목소리는 평소의 평온한 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타케미카즈치는 멍하니 눈을 몇 번 깜작였다. 줄곧 놔둔 채이던 후츠노미타마를 도로 들어올리려던 그는, 몇 초 정도 멈춰 있더니 칼자루에는 가만히 손만 얹은 채 다른 손으로 제 송곳니를 만지작거렸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계속 입가에 손을 얹고 있는 그 모습을 본 카군이 목을 도리도리 저었다.
"서로 똑같냐구요.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닮으신 건지 원."
불만이 실린 듯도, 질려하는 듯도 들리는 그 말은 타케미카즈치도 독신도 듣지 못했다. 다만 그 말의 내용을 증명하듯, 두 주종의 입가에는 서로 꼭 겹치는 호선이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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