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혼마루의 사니와와 도검남사 커플링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 ㅎ님의 창작 사니와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hanks to. ㅎ님
“내가 리드할게!”
유카타 차림의 사에루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전통 의상을 입은 복작이는 인파를 배경으로 통통 튀어오르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여름 축제의 화신이었다. 한밤중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처럼 밝고, 그러면서도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처럼 경쾌한 모습이었다. 호타루마루는 그런 주인에게 이끌리듯 그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서로 얽히자 사에루가 등불빛으로 얼굴을 물들이며 축제의 거리 한복판으로 종종 달음박질쳤다.
주인의 빠른 걸음에 맞춰 달리는 호타루마루의 눈빛은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의 입술은 예쁜 호선을 그리지 않고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재잘재잘 떠드는 주인이 더없이 사랑스러웠지만, 동시에 불만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호타루? 걸음이 느려, 빨리 안 가면 사람이 몰리니까!”
사에루가 손을 팽팽 잡아당겼다. 그 적극적인 몸짓에 호타루마루는 한층 부루퉁해졌다. 만약 서로의 입장이 반대였다면, 그는 그렇게 마냥 천진난만하고 발랄하게 행동할 수 없었을 터였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에 피가 쏠려, 말투 하나하나, 손짓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꽤 쭈뼛거렸을 것이다. 그러나 사에루는 거침이 없었다. 그런 사에루가 보기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만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호타루마루였다. 맞잡은 손의 온기는 자신에 대한 호감만큼이나 확실했지만, 그 온기에 좀 더 설레고 쭈뼛거려 주면 좋았을 텐데.
호타루마루는 침을 삼켜, 목구멍까지 차오른 불만의 말을 함께 넘겨버렸다. 대신 그는 자신도 서두르고 있다고 말하며 걸음을 빨리 했다. 사에루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옆을 휙휙 스쳐 지나가는 사격대나 솜사탕 좌판대 등을 곁눈질하며 호타루마루는 손에 힘을 주었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물소리가 찰박대는 큰 좌판대였다. 사에루나 호타루와 키가 비슷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종이 뜰채를 열심히 휘적거렸고, 크고 얕은 수조 안에서 금붕어들이 유유히 헤엄쳐 다녔다. 종이 뜰채에 부딪힐 때마다 물고기들이 파닥거렸고, 그 때마다 종이 뜰채들이 찢어지거나 물에 녹았다. 아이들이 울상을 짓거나 입을 비죽 내밀었고, 몇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새 뜰채를 받아오며 콧김을 식식 내뿜었다. 여름 축제의 명물 중 하나인 금붕어 건지기 놀이는 올해도 성황이었다.
사에루는 종이뜰채 두 개를 가져와 호타루에게 하나를 내밀었다. 누가 더 많이 건지나 시합하자며 쪼그리고 앉는 사에루의 눈빛은 진지했다. 호타루마루는 금붕어와 사에루를 번갈아보았다. 유카타의 색도, 아방한 끼가 남아있는 표정도, 꽤 닮아있었다. 호타루마루는 뜰채를 고쳐잡고는 사에루의 곁에 쭈그려 앉았다.
“낚았다! 봐! 두 마리나 잡았다?”
몇 번 물소리가 들린 후, 사에루가 의기양양하게 플라스틱 그릇을 내밀었다. 그 손에 들린 그릇 안에는 두 마리의 금붕어가 갑자기 좁아진 영역에 당황한 듯 파닥파닥 헤엄치고 있었다. 호타루마루는 살짝 분하다고 생각하며 물 속에 뜰채를 휙 휘둘렀다. 종이뜰채가 물을 세게 쳤고, 물 밖으로 다시 나온 뜰채는 시원하게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호타루마루는 눈을 깜빡이며 어안이 벙벙해졌고, 사에루는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뭐야- 호타루, 너무 세게 하면 뚫려버린다구.”
“우… 뜰채가 약한 거야. 난 그렇게 세게 한 것도 아닌데.”
“아니아니, 금붕어를 때려잡을 것처럼 휘둘렀잖아. 그럼 못 잡아. 내가 가르쳐줄게!”
사에루는 잽싸게 새 뜰채를 받아와 호타루마루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리고 도검남사의 손에 제 손을 겹친 채로 허공에 두어 번 부드럽게 곡선을 그렸다. 빠르게, 하지만 바람을 타듯 가볍게 휘두르는 손짓은 허공을 헤엄치는 가상의 금붕어를 몇 마리라도 낚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하는 거야, 알았지?”
“…….우.”
호타루마루는 일부러 눈을 내리떴다. 사에루의 온기를 나눠받은 것은 기뻤지만, 또 동생 취급 받은 것 같아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틱틱 걸렸다. 그 거스러미를 털어내듯, 호타루마루는 유달리 통통한 금붕어 한 마리를 향해 뜰채를 휘둘렀다. 참방, 물소리가 난 후, 호타루마루는 한손에 들고 있던 플라스틱 그릇에 물고기 한 마리를 담는 데 성공했다. 사에루가 까르르 웃으며 한손을 들었다.
“거봐, 이렇게 하니까 되지? 잘 했어, 잘 했어.”
사에루의 도담한 손이 호타루마루의 앞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머릿결을 타고 흐르는 손가락의 온기는 사랑스러웠지만, 지금은 그 온기가 마음 속에 더 거스러미를 만들고 있었다. 호타루마루는 한숨을 삼키며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그렇게 쓰다듬으면 키가 작아져 버려!”
괜시리 뱉은 불만스러운 말에도 사에루는 생글거릴 뿐이었다.
잠시 후, 사니와와 도검남사는 축제의 중심인 광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호타루마루는 빈손이었지만, 사에루의 손에는 물이 꽉 채워져 입구가 묶인 비닐봉지가 두 개 들려 있었다. 물고기 두 마리가 든 봉지와 한 마리가 든 봉지가 맞닿아 부비적거리는 것을 내려다본 사에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타루가 낚은 건 호타루가 가져도 되는데.”
“내가 주인한테 주는 거야.”
호타루마루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사에루는 흐응, 하고 입에서 소리를 내며 금붕어를 들여다보더니 고맙다는 말과 함께 호타루마루의 손을 잡았다. 마음 속에서 치솟는 감정이 말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호타루마루는 입을 꾹 다물어 눌렀다.
두 사람의 걸음은 점차 느려졌다. 사람이 많아져 나아가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축제에 어울리는 여우 가면을 쓴 이들, 엿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이들, 부채나 바람개비 등의 장난감을 손에 들고 재잘거리는 이들이 삼삼오오 광장에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호타루와 사에루도 마찬가지로,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옅은 구름이 껴서 별빛이 흐리게 보이는 하늘은 곧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장식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터뜨릴 건가 봐.”
“응. 화약 냄새가 나.”
“킁킁… 난 안 나는데, 그래도 호타루가 그렇게 말하면 그런 거겠지! 빨리 했으면 좋겠다.”
사에루가 방방 뛰자 나무로 만든 신이 딸각딸각 소리를 냈다. 호타루마루는 그러다 발 까진다고 팔을 가볍게 잡아당겼지만 진심으로 나무라지는 않았다. 사에루는 생긋 웃으며 신발을 고쳐신더니 호타루마루에게 가까이 붙으며 말했다.
“호타루는 불꽃놀이, 괜찮아?”
“불꽃이 예뻐.”
“흐응, 괜찮은 거네. 난 혹시 호타루가 무서워할까 봐 걱정했는데.”
“그런 걸 무서워할 정도로 어리지 않아!”
“응응, 알아, 알아. 그래도 팡팡 터지는 게 무서우면, 나한테 매달려도 되니까? 이쪽 팔 비워둘 테니까 언제든 나한테 매달려!”
사에루는 호타루와 맞잡은 손을 붕붕 휘둘렀다. 더없이 맑고 즐거워 보이는 미소였다. 그 웃음과 말이 호타루마루의 말문을 터지게 만들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녀는 입꼬리를 올렸다. 호타루마루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 것은 그 때였다.
“주인은.”
“응?”
“주인은, 내가 어린아이로 보이는 거야?”
호타루마루의 눈이 반짝였다. 멀찍이 밝혀진 등불의 빛을 한데 끌어모은 듯, 눈이 반들거리며 사에루를 비추었다. 평소보다 색이 짙게 느껴지는 시선과, 맞잡은 손에 들어가는 힘에 사에루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주변의 시끄러운 인파 소리가 멀어지고, 호타루마루의 숨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크게 비집고 들어왔다. 그 숨소리가 사에루의 이름 음절이 되어, 한순간의 정적을 파고들었다.
삐이이이.
그 순간, 신호용 호각을 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뒤이어 하늘에 번쩍이는 빛이 흩뿌려졌다. 색색의 빛으로 타오르는 불똥이 별과 달을 대신하여 밤하늘에 박혔고,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감탄이 흘러나왔다. 어둑하던 광장이 눈부실 정도로 점멸하는 모습은 똑바로 보기 힘들 정도로 화려했다.
“시작했어! 호타루, 봐, 예쁘지, 예쁘지?”
사에루는 금붕어를 든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크게 말했다. 아까 전의 어색한 정적을 털어내기 위해서인지, 평소보다 한층 큰 목소리였다. 주황색, 빨간색,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잇달아 바뀌는 불꽃놀이 광경을 사에루의 두 눈이 한가득 담아냈다. 그 눈이 호타루마루에게 시선을 던지며 그를 재차 불렀다.
호타루마루는 주인에게 한 걸음 크게 가까이 다가갔다. 인파 사이로 불어온 바람에 망토가 살랑 휘날렸다. 그는 사에루의 뺨에 제 손을 겹치고, 발그레해진 뺨에 입을 맞추었다.
쪽, 하는 귀여운 소리는 불꽃놀이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볼에서 입가까지 쪼르륵 내려오는 온기는 불꽃놀이에 묻히지 않았다. 볼에서 입꼬리 끝까지 연이어 몇 번인가 입을 맞춘 후 호타루마루는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에루가 더 이상 하늘을 보고 있지 않은 것에 그는 조금 감사했다. 이제 사에루는 한껏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굴리며 호타루마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예쁘네.”
호타루마루는 그렇게 말하며 사에루의 빈손을 꼭 쥐었다. 사에루가 당황해 입을 오물거렸지만 말은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 반응이 기뻐, 호타루마루는 반대쪽 뺨에도 슬쩍 입을 맞추었다. 아까보다 볼이 훨씬 따뜻했다.
“어… 어? 잠깐, 방금 그거, 뭐야?!”
“불꽃놀이, 안 보면 금방 지나가 버려.”
호타루마루는 능청스레 사에루의 손을 잡아당기며 하늘을 가리켰다. 아까 전까지 그를 부루퉁하게 만들었던 것에 대한 작은 되갚음이었다. 사에루는 뭔가 할 말을 찾듯 시선을 빙글빙글 휘젓더니, 어물어물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유달리 큰 불의 씨앗이 피유우 하는 높은 소리를 내며 하늘로 솟아오르던 찰나, 호타루의 목소리가 분명히 사에루의 귀에 내려앉았다.
“좋아해.”
축제에서 가장 큰 불꽃놀이가 고백의 어미를 장식했다. 사에루의 가슴 속에서도 동시에 불꽃이 화려하게 타올라 터졌다. 손에 쥔 비닐주머니 속의 세 마리 금붕어가 파닥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마치 사에루의 심장 고동을 그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