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와라에 대하여 :: 4. 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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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란(花魁)이란?]

오이란은 상급 유녀를 일컫는 말입니다. 막부 말기에 이르러서는 유녀 전체를 일컫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보통 오이란이라고 하면 상급 유녀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때로는 중급 유녀인 자시키모치(座敷持ち)까지 오이란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타유 아래 등급이 오이란이었는데 타유가 없어지면서 오이란이 상급 유녀의 대명사가 되었다', '오사카의 최고 유녀를 타유, 에도의 최고 유녀를 오이란이라 불렀다' 등 오이란의 지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오이란'이라는 호칭이 등장한 것은 18세기 중엽 이후라는 것입니다.

오이란이라는 명칭은 견습 유녀들이 자신들이 시중드는 '언니 유녀'를 '오이라노 도코로노 오네상(おいらの所のお姉さん, 우리가 있는 곳의 언니)'라 부른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오이란은 유녀 중에서도 미모, 지성, 품격, 교양, 잠자리 기술을 두루 섭렵해야 했습니다. 다도, 꽃꽃이, 샤미센, 노래, 바둑, 장기, 시, 춤 전반에 능해야 했고, 따라서 오이란의 수는 매우 적었습니다.

요시와라 태생의 여자아이나 10세 전에 팔려온 아이 중 견습 유녀인 카무로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아이들이 특별한 교육을 받아 오이란으로 키워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오이란의 주 고객층은 다이묘나 무사 등의 상류층, 혹은 거상 등 돈이 많은 이들이었습니다. 오이란과 1번 동침하는 데 기본으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오늘날 기준으로 4~10만엔 정도는 들었기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인기 있는 오이란은 문학 작품이나 우키요에의 주 소재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간혹 같은 오이란을 두고 오이란의 단골손님들 간에 싸움이 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오이란에게는 견습 유녀인 카무로가 2명, 그 윗단계의 견습 유녀인 후리소데신조가 1~2명 따라붙었습니다.



[오이란을 부르는 절차]

오이란을 비롯한 상급 유녀를 사는 것을 '머리 올리기'라고도 합니다. 오이란을 부르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화대도 기본적으로 비쌌고, 여기에 중개료 + 연회 비용 + 종업원에게 주는 웃돈 등이 필요했습니다.

오이란과 동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으로 널리 알려진 절차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손님이 히키테챠야(引手茶屋)에서 자신의 신분, 재력, 성향에 맞는 오이란을 소개받습니다. 이 때 손님은 호기를 부리며 재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2. 오이란에게 전갈이 가는 동안 손님은 토로(登楼) 2층에 위치한 연회장 내지 객실로 이동하여 연회를 준비합니다. 연회 비용은 손님이 냈으며, 첫 만남 때 손님은 말석에 앉았습니다.

3. 지명된 오이란이 몸단장을 하고 연회장으로 갑니다. 이 때의 행렬은 '오이란도츄(花魁道中)'라 하여 요시와라의 주요 볼거리였습니다.

4. 첫 대면(쇼카이, 初会). 오이란은 상석에 앉았으며, 손님과 오이란은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오직 술만 한 잔 나눌 수 있었습니다. 손님이 품평받는 시기로, 이 때 손님은 많은 악사와 게이샤를 불러 자신의 재력과 교양을 나타냈습니다.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이란은 그대로 발걸음을 돌릴 수도 있었습니다.

5. 두 번째 대면(우라, 裏). 1~4번의 절차를 반복하여 가지며, 손님은 오이란에게 조금 더 가까이 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침은 할 수 없었습니다.

6. 세 번째 대면. 1~4번의 절차를 반복하며, 이 때에 와서야 비로소 연회에서 손님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상을 받아 오이란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7. 세 번째 대면 때 손님이 '단골금'이라 불리는 축의금을 가게에 지불합니다. 이 때부터 손님은 '나지미'라 불리는 단골이 되어, 오이란과 동침할 수 있었습니다.


한 오이란의 단골이 되는 것을 '부부의 연을 맺는다'고 표현하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단골을 오이란의 '단나(旦那, 남편)'라고도 했습니다. 한 오이란의 단골이 되면 다른 유녀를 사서는 안 됐습니다. 만약 다른 유녀를 샀다가 들키면 히키테챠야에서 혼쭐이 나는 건 물론 '바람을 피운' 데 대한 사과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다만 위의 규칙이 실제로 통용되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아예 위의 규칙이 후세의 창작이라는 설도 있으며, 전성기의 몇몇 최상급 유녀들만이 실시한 특이한 사례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특히 18세기 중엽 이후 요시와라의 주 고객층이 무사 계층에서 일반 계층으로 옮겨감에 따라 요시와라의 노선은 대중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절차는 간편해지고, 상급 유녀에 속하는 오이란, 요비다시, 히루산/츄산도 첫 만남에 바로 동침하였다고 합니다.


여러 손님이 동시에 한 오이란을 지명한 경우, 오이란은 그 중 한 명만을 상대했고 그 동안 다른 손님들은 오이란을 따르는 후리소데신조가 접대했습니다. 잠자리는 같이할 수 없었으나 화대는 지불해야 했습니다.



[오이란도츄(花魁道中)]

오이란은 요시와라의 중앙 거리인 나카노쵸(仲之町)를 행차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손님이 오이란을 지명하면 오이란은 손님이 있는 곳까지 행차했는데, 이 행렬을 오이란도츄라고 불렀습니다.

오이란도츄는 스베리도츄(滑り道中)라고도 불렸으며 요시와라의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현대에도 오이란도츄를 재현한 행사가 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이란도츄의 참가 인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오이란: 오이란도츄의 중심인 상급 유녀.

2) 카무로와 후리소데신조: 해당 오이란의 시중을 드는 견습 유녀들, 카무로는 최소 2명 이상, 후리소데신조는 1~2명 정도였습니다.

3) 은퇴 후 오이란의 시중을 드는 전직 유녀

4) 미세반(見世番): 가게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젊은 남성으로, 오이란의 수행원 일도 맡았습니다. 양산을 받쳐들거나 등불을 들고 오이란의 뒤를 따랐습니다.

5) 오이란의 경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