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지기리-! 도지기리, 없는 거냐!?"
조용한 오후의 혼마루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뒤집어졌다. 검은 옷에 붉은 갑주를 걸친 남자가 혼마루의 안쪽 정원을 돌아다니며 광광 외치고 있었다. 문이 열린 별채에 앉아있던 몇몇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더욱 크게 외쳤다.
"도지기리! 도지기리 야스츠나, 숨은 거냐!"
"시끄럽구나. 귀가 아파. 도지기리라면 이 혼마루에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어제도 말했잖아"
별채 툇마루에 앉아있던 우구이스마루가 투덜거렸다. 그는 김이 피어오르는 잔을 입에 대다 말고 한쪽 눈썹을 찌푸린 채 소란의 원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란을 일으킨 이는 쳇, 하고 혀를 찼다. 그는 잠시 제 머리를 긁적이며 머리를 짚더니, 자신을 멈춰세운 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럼 이 곳에 와 있는 천하오검은 누가 있는 거지?"
"미카즈키 무네치카, 오오덴타 미츠요, 쥬즈마루 츠네츠구. 으음, 생각해보니 꽤 많이 와 있구나."
"그럼......"
"말해 둔다만, 미카즈키는 원정, 오오덴타는 수리 중, 쥬즈마루는 심부름으로 각기 자리를 비웠단다."
다시 큰 소리를 외치려 숨을 들이키던 남사는 그 말에 끙, 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영 무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에게 우구이스마루가 한숨을 폭 쉬더니 이내 키득키득 웃었다.
"오오카네히라는 변함없이 천하오검에 집착이 심하구나. 그들이 대체 무엇을 어쨌기에?"
"딱히 놈들이 뭔가 한 건 아니지만, 내가 위라는 걸 인식시켜 줘야 하니까 찾는 거라고."
오오카네히라는 이를 갈며 별렀다. 의 허리에 차인 아름다운 검이 덜컥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 대답에 우구이스마루는 찻잔 속에 후, 입김을 불며 제 동향인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다소 헝클어진 붉은 머리가 유독 강하게 삐쳐 있었고, 얼굴에는 강한 결의가 깃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우구이스마루는 닫힌 별채 문에 몸을 기대며 훗 웃었다.
"그렇군. 그토록 새로운 주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었구나, 오오카네히라는."
"아,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오오카네히라의 얼굴이 제 머리카락만큼이나 붉게 변했다. 그가 유독 큰 소리를 내자 멀찍이 있는 대연회장에 있던 몇몇이 밖을 흘끗 내다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들에 신경쓰지 않고, 오오카네히라는 거의 악을 쓰듯 말했다.
"그저 검으로서 강한 걸 추구하는 것뿐이라고! 훈련의 성과, 본래 지닌 강함, 검에 깃든 영격, 그런 걸로 내가 천하오검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려면 그 수밖에 없잖아, 그 녀석들을 대련이든 뭐든 해서 이겨서......"
"그래그래, 알았다. 알겠으니 그만. 장광설이 되고 있어."
우구이스마루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이야기했다. 마치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듯한 말투에 오오카네히라가 개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것을 한 귀로 흘려넘기며, 우구이스마루는 제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럼 네 그 대항의식에 지금 주인은 요만큼도 관계가 없다는 것이구나."
"그, 그래, 그렇다!"
그 대답이 혼마루 정원에 메아리쳤다. 우구이스마루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지지 않은 쪽 눈으로 지그시, 제 동향인을 관찰하였다. 강하게 말한 오오카네히라가 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유독 시선을 이리저리 헤맸다. 제 칼자루를 만지작거리는 손이 유독 거미 다리처럼 움직였다.
"아니, 아주 관계가 없는 건 아닌데, 그 무엇이냐...."
"어느 쪽이야, 관계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없다고 하면 또 거짓말이고, 있다고 하면 그..... 에에이, 우구이스마루, 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냐!"
주먹을 날리듯 목소리를 토하며 오오카네히라는 우구이스마루가 앉아있는 툇마루에 퍽 주저앉았다. 그는 우구이스마루가 곁들여 먹는 삼색 경단 중 하나를 집어가 제 입에 쑤셔넣었다. 자칫 무례할 수도 있는 행동이었으나 우구이스마루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한침을 우물거리던 오오카네히라는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뭔가 답답해하는 표정으로 제 가슴을 치던 그는 이내 입에 든 것을 꿀꺽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나한테 붙은 칭호가 뭔지, 알고는 있겠지, 우구이스마루."
"동서 일본도 1인자. 도검의 요코즈나. 뭐 그렇게 불렸었지."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는 거다."
거기서 오오카네히라는 이를 까드득 갈았다. 입술에 피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입술을 깨문 후,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더욱 인정받고 싶고, 인정받아야 한다. 수많은 이들에게 최고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단 한 사람... 내가 마음에 든 이, 나의 지금 주인에게 최고라는 말을 듣는 것이 더 기쁘다. 천하오검은 그런 말을 듣기 위해 뛰어넘어야 하는 상대들이라고."
"흐음, 한 마디로, 그들은 네 사랑의 라이벌 중 한 무리라는 거구나."
"사.... ....에에이, 마음대로 생각해. 그렇게 말해도 어폐는 없으니."
오오카네히라는 불그스름해진 제 뺨을 한손으로 마구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구이스마루는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후후 웃었다.
"그렇다는구나, 주인."
갑자기 우구이스마루가 등을 돌리며 별채의 문을 열어젖혔다. 도검남사들이 쓰는 방 중 하나, 지금은 오오카네히라만 쓰고 있는 방의 문이 드르륵 옆으로 열렸다.
그 자리에는 혼마루의 주인인 사니와가 앉아 있었다. 회색 무늬가 들어간 흰 기모노에 하얀 머리를 자랑하는 사니와인지라 얼굴이 붉게 변한 것이 아주 잘 보이는 모습이었다.
"억."
오오카네히라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