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직접적인 묘사는 없으나 성적 요소가 암시됩니다
천장이란 천정(天井), 문자 그대로는 '하늘의 우물'이라고 쓰던가. 사니와 키리히메는 천장의 나무결을 멍하니 헤짚으며 그 머리 위 우물에 시선을 빠뜨렸다. 등불 빛이 어스름하게 올라가 그림자를 만들어낸 것이 마치 거무스름한 얼룩처럼 보였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천장의 얼룩을 세고 있는 사이 끝난다'는 문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애초에 얼룩을 셀 틈 따위 있던가, 있어도 자릿수를 넘기기 전에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세야 하지 않을까, 그런 객쩍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믈고 천장으로 피어올랐다.
"어-이, 이봐- 내 말, 듣고 있어?"
옆에서 메아리치는 소리에 키리히메는 퍼뜩 시선을 천장에서 건져내렸다. 옆을 돌아보자, 기름한 체격의 청년이 한손으로 관자놀이를 괸 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흔들흔들거리는 두 눈은 걱정하고 있던 것인지 서운해하고 있던 것인지 한눈에는 가늠키 어려웠다. 키리히메가 시선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그 눈의 빛이 한쪽으로 굳었다. 청년이 제 머리를 다른 손으로 쓸어올리며 몸을 가까이 당겼다.
"기절한 줄 알았잖아, 불러도 불러도 답이 없으니까."
"미안. 좀 지쳐서."
키리히메는 힘없이 웃었다. 이불로 가린 맨몸 아래, 허벅지가 아직도 욱신거리고 있었다. 그나마 허벅지는 아직 아프다고 비명을 지를 정도의 힘은 있으니 상황이 나았다. 허리는 소리 없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다리 사이는 희미한 얼얼함 외의 감각 자체가 죽은 것 같았다. 이불 속의 한손을 자기 배 위에 올리며 키리히메는 한숨을 쉬었다. 등불이 붉은빛을 띠고 있어 다행이라고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때, 이불 위로 다른 손이 얹혀졌다. 옆에 누워있던 청년이 여인의 허리와 배 사이를 한팔로 끌어안아 매달려왔다.
"정신 들었으면 한 번 더, 괜찮아?"
"지금은 힘들어."
"어째서. 기분 안 좋았어?"
"기분...은... 좋았지만......."
키리히메는 말끝을 흐리며 몸을 빙글 돌려 옆으로 돌아누웠다. 등 뒤에서 뭔가 꿍얼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청년이 한층 가까이 다가와 그 등에 붙었다. 탄탄한 가슴판과 군살이 거의 없는 배의 촉감이 이불 너머로도 전해져와 키리히메는 몸을 움츠렸다. 그렇잖아도 양측의 체격차가 큰데 작은 쪽이 더욱 웅크리니, 어린아이의 곰인형을 껴안고 자는 곰 같은 모습이 나왔다.
"그럼 한 번 더 하자- 응? 아직 밤이고, 괜찮잖아."
"이 이상 하면 나 정말로 기절할 거야... 어떻게 아직도 기운이 넘치는 거야."
"아? 아하, 그야 뭐, 기본 체력이 있으니까. 그리고 찌르는 건 내 특기고."
"오테기네!!"
성적 은유가 담긴 걸로 들리는 말에 키리히메가 상대를 돌아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오테기네는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되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도 없는 듯했고, 제 주인이 소리를 높인 것에 놀란 것 같지도 않았다. 사실 그는 품 속의 연인이 자신을 돌아본 것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키리히메는 그를 빤히 보다가, 한숨을 쉬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여하튼, 지금은 못 해......"
"에에- 아직도 지친 거야?"
"응.... 아직 힘이 안 들어와."
"그렇구나, 그러면 내 쪽에서만 움직일 테니까......"
"좀 봐 주세요."
존댓말까지 써가며 키리히메는 고개를 저었다. 오테기네가 맥빠진다는 소리를 내며, 누운 자세로 제 주인의 어깨를 등 뒤서 끌어안았다. 귓가에서 툴툴거리는 목소리만은 나지막하면서도 귀여워, 듣는 이의 마음을 바닥에서부터 살살 흔들었다. 애써 재차 고개를 저으며, 키리히메는 아직도 야릇한 느낌이 남아있는 배를 끌어안았다.
"하아... 애초에, 한 번 더 하자고 한 게 벌써 네 번째잖아."
"아니야, 총 횟수로 여섯 번이야."
"더 나빠!!"
키리히메는 얼굴을 이불 속으로 폭 묻어버렸다. 굳게 잠긴 문을 열어달라는 듯, 오테기네가 이불을 손바닥으로 팡팡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조차 아까 전 몸을 깊이 맞대었을 때 들렀던 살 소리와 비슷하게 들려, 키리히메는 이불 속 얼굴을 두 손바닥으로 감쌌다.
"오테기네, 거짓말쟁이."
"어째서??"
"한 번 더, 한 번 더라고 하고 벌써 몇 번이나 더 했잖아."
"그럼 앞으로 여섯 번만 더... 푸억!?"
끈덕지게 조르던 오테기네의 면상을 이불 자락이 팍 쳐 덮었다. 폭신폭신한 이불이 주르륵 미끄러지자 키리히메가 울상이 되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며 머리카락이 바르르 떨리고 있어 화난 것처럼도 보였지만, 얼굴 표정이나 눈매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다.
오테기네는 얼얼한 코를 문지르며 제 주인과 시선을 맞추었다. 장난으로라도 상대에게 신체적인 타격을 가하지 않는 키리히메가 이렇게 나온 것에 그는 적잖게 놀라고 있었다. 상대의 바들거리는 속눈썹을 세며, 그는 목소리를 죽이고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싫어?"
"싫다 좋다 이전에, 이 이상 했다간 나, 죽어버릴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고 키리히메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오테기네는 그녀에게 사니와 일이 끝나기 전엔 안 죽는 거 아니었냐고 물으려다 관두었다. 지금 말 뜻이 그게 아니라는 것은 그도 알 수 있었다.
오테기네는 눈 앞에 불룩하게 뭉쳐진 이불덩어리를 응시했다. 잠시 후, 그는 팔을 벌려 그것을 꼭 끌어안았다. 이불 속에서 생생한 꿈틀거림이 느껴지는 것에 안심하며, 그는 그 덩어리에 매달려 속살거렸다. 청년의 목에서 강아지가 주인에게 매달려 낑낑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우에.... 그럼 참을 테니까, 내일이나 모레 또 불러주라. 응?"
".......하아."
이불 위쪽이 빠끔 열리고, 흰 머리의 사니와가 머리를 내밀었다. 남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찰싹 달라붙어 귀에 입을 맞추었다. 귓바퀴를 톡톡 건드리는 입맞춤 소리에 간지러움을 느끼며 키리히메는 이불 자락을 꽉 쥐었다.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는 있을까, 애초에 지금도 이렇게 찰싹 달라붙는 오테기네가 아침에는 안 그러리란 보장이 있을까, 하지만 지금 밀쳐내기엔 솔직히 껴안겼을 때의 느낌이 너무 포근해서 어쩔 수가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사니와는 힉 소리를 내며 사고의 흐름을 끊었다. 오테기네가 그녀의 귓불을 입술로 깨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