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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ㄹ님
요괴의 여름 축제에 들어선 이는 오감을 압도당한다. 불야성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색색의 등불이 눈을 채워 본디 밤하늘의 색이 어떠하였는지 기억할 수 없게 된다. 귓가에는 큰 북을 두드리는 소리에 맞춰 피리와 비파가 우는 듯한 소리가 꽉 채워지고, 입에는 달콤한 엿이나 사탕, 혹은 입을 저리게 만드는 색색의 주전부리가 자리잡는다. 밤거리를 가득 메우고 이리저리 요동치는 인파를 헤치다 보면 더운 공기가 온 피부를 덮고, 코에는 축제에 참가한 이들의 냄새와 좌판의 간식거리가 풍기는 냄새가 뒤섞여 기묘한 공간을 만든다. 이런 가운데에서 평소의 침착함을 유지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며, 스쳐 지나갈 뻔한 사람의 허리춤에 달린 칼 한 자루에 주목할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도검의 츠쿠모가미가 아닐 경우의 이야기지만.
"그대는 히자마루가 아닌가?"
자신이 입에 담기에는 기묘한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히자마루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인파 속으로 섞여들어갈 뻔했던 검은 제복 차림의 사람이 몸을 돌렸다.
그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날카로운 시선은 눈구멍 너머로도 선명하게 보였지만, 그 얼굴 조형은 기묘한 무늬의 가면에 가려져 있었다. 가면은 마치 뱀의 가죽을 벗겨 씌운 것처럼 번들거리는 비늘을 자랑했는데, 자세히 보면 그것은 붙인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새겨넣고 색칠한 무늬였다. 검은 오로치(큰 뱀)를 본뜬 가면은 여름 축제와는 잘 어울리지 않을 터였으나, 청년의 검은 제복과 한 세트처럼 보이는데다 축제 자체가 요괴가 주관하는 축제인 것도 있어 그렇게 튀지는 않았다.
"아아, 히자마루인가."
오로치 가면 너머에서 긴장이 풀렸다는 뉘앙스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칼을 보고 신원을 파악한 것이라고 히자마루는 즉각 알아차렸다. 그 자신도 마주한 히자마루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것이라면 자신은 한 쌍의 뿔을 이마에 단 붉은 오니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칼로 서로를 알아본다는 것은 사람이 듣기에는 기묘한 이야기였으나, 도검의 츠쿠모가미인 도검남사에게는 얼굴로 사람을 알아보듯 당연한 말이었다.
"무슨 용건으로 여기까지? 이 근방에는 주인의 혼마루 외 다른 혼마루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멀리까지 온 것인가......"
오로치 가면을 쓴 히자마루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끝에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따라붙은 것에 오니 가면을 쓴 히자마루가 눈을 고쳐떴다. 그는 재차 묻기보다는 상대가 말을 하기를 기다렸고, 곧 상대는 허리의 본체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주인을 찾아 흔적을 쫓아왔다. 츠치구모가 주인을 요기로 홀려 꾀어낸 것 같더군."
"츠치구모...."
오니 가면의 히자마루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이름은 수백 년이 지난 후 들어도 영 진정이 되지 않았다. 몸에 배인 전승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겠지. 히자마루는 고개를 젓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걱정이 크겠군. 이 근방의 츠치구모는 인간을 먹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안에서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이 근방...? 아아, 그 말대로군. 이렇게 요기가 가득하니 츠치구모 놈의 기척도 금방 흐려져 버린다."
"인간의 흔적을 쫓으면 될 일이라고 하여도, 인간의 기운은 요기 속에서는 금방 사라져 버리니까 말이지."
우울한 어조는 자신도 비슷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티를 내는 것과 같았다. 오로치 가면의 히자마루가 걸음을 내딛으려다 말고 말을 꺼냈다.
"그대의 주인도 츠치구모에게 홀린 것인가?"
"아니, 츠치구모보다 무서운 존재의 소행이다. 게다가 츠치구모보다도 뒤쫓기 어렵지."
"그렇게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가, 고생이 많군."
"정말이지. 형님에게는 당할 수가 없다."
그 말에 오로치 가면의 히자마루가 눈을 크게 깜빡였다.
***
좌판 한켠에서는 동자승 차림의 아이들이 하나밖에 없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카타누키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옆에선 한 쌍의 오니 연인이 솜사탕을 나눠먹으며 멀리 있는 가게를 가리켰다. 가게에는 풍령 소리가 맑게 울리며 인파의 웅성임 위에 떠올랐고, 그 건너편에는 머리에 나비 비녀를 장식한 호네온나가 웃으며 금붕어 건지기에서 잡은 금붕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거기까지 살핀 히자마루가 오로치 가면 너머에서 한탄했다. 뱀이 쉿쉿거리는 듯한 소리가 가면의 입구멍을 통해 흘러나왔다.
"붐비는군."
"아아, 이 근방의 요괴는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니까."
"그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 모두 츠치구모의 거미줄로 보일 지경이군."
그렇게 말하며, 뱀 가면을 쓴 히자마루는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세게 움켜쥐는 손길은 아니었는데도 칼집에서 날이 삐져나올 듯한 서늘함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다른 히자마루가 가면을 살짝 들어 바람을 쐬다 말고 눈썹을 찌푸렸다.
"그 기운, 적당히 조절하지 않으면 요괴들이 도망갈 거다."
"그렇군. 주의하지."
주의받은 히자마루가 칼자루에서 손을 떼며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여전히 가면 너머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매서웠다. 평소보다 유독 큰 발소리가 돌이 깔린 거리의 바닥을 때리자, 인파 사이를 흘러가듯 지나가던 잇탄모멘이 몸을 부르르 떨며 하늘 높이 날아올라 멀어져갔다.
오니 가면을 도로 맨 히자마루는 거기에 무어라 더 말하지는 않았다. 츠치구모가 자신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가면까지 썼으면서 그렇게 티를 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이해가 갔다. 숙적이나 다름없는 츠치구모가 자신의 주인을 꾀어냈다면 어느 히자마루라도 신경이 곤두섰겠지.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제 형님과 주인의 기척, 혹은 츠치구모의 거미줄 같은 요기를 찾는 데 집중했다.
"츠치구모와는 몇백 년이고 악연이 이어지게 될 것 같다."
오로치 가면의 끈을 고쳐 묶으며 히자마루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츠치구모를 벤 우리에게는 숙명일지도 모르지."
"주인을 홀려 데려가기까지 하였다. 이번에 마주치게 되면 목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히자마루의 연녹색 머리카락이 마침 머리 위에 줄줄이 달린 등롱 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났다. 그 머리가 곤두서서 이글거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오니 가면의 히자마루가 말을 걸었다.
"그대는 주인과의 관계가 매우 돈독한 모양이군."
"아아. 나의 것이다."
시원스런 즉답이었다. 고민하는 순간도, 고개를 돌려 눈을 깜작이는 움직임도 없이 바로 나온 답에 놀란 것은 말을 건 쪽의 히자마루였다. 다음 골목길에서 옆으로 꺾기 위해 몸을 돌리려던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랍군."
"무엇이?"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오니 가면의 히자마루는 말을 얼버무렸다. 오로치 가면의 히자마루가 사격 좌판에 무리지어 모여든 거미줄 무늬 옷의 요괴들을 험악하게 쳐다보는 동안 -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은 츠치구모는 아니었다 - 오니 가면의 히자마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형님은 나와 속이 꽤나 다르다 생각하였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건가.'
일전 주인을 두고 자신의 것이라며 시원스레 못박던 히게키리의 모습이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 때는 떨어져 지내는 동안 형님의 성격이 한층 더 발전하였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방식은 동생인 히자마루 자신의 안에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저 연모의 감정에 눈을 떴는지 여부의 차이일 뿐. 다른 혼마루의 자신을 보니 그러한 생각이 새삼 드는 히자마루였다. 연신 허리 장식이나 칼자루를 만지작거리며 인파를 훑는 다른 혼마루의 히자마루는 분명 자신의 혼마루의 형님과 닮아 있었다.
고개를 저으며 오니 가면의 히자마루는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그는 머리에 삼각천을 단 배불뚝이 중년 남성이 손에 종을 들고 뭔가를 소리치며 사람을 모으는 것을 바라보았다. 추첨의 당첨 여부를 알기 위해 모여드는 인파 중 형님이나 주인이 없는지 주의깊게 살피는 동안, 오로치 가면의 히자마루가 말을 꺼냈다.
"그대의 혼마루의 형님은 자주 이런 곳에 나오는 건가?"
"글쎄... 자주 밖에 나가시는 건 사실이다."
대답하는 히자마루는 오니 가면의 뿔을 만지작거렸다. 아까 전 덩치 큰 누리카베와 어깨를 부딪힐 때 같이 부딪혀 삐뚤어졌던 것이다. 그 끝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뒷목에 손을 짚었다.
"형님은 기본적으로 그런 성격이시니 말이지. 늘 주인을 끌고 가고 싶은 곳에 나가시는 버릇이 있다. 뒤를 쫓는 내 입장도 되어주면 좋으련만, 형님은 애초에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니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그 목소리에서는 세상에 지친 노인 같은 뉘앙스가 묻어났다. 오로치 가면의 히자마루가 그런가, 하고 중얼거렸다.
"뭐, 형님은 본디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하는 성격이었지."
"아아. 게다가 주인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한 이후에는 그런 점이 한층 강해져서 말이다. 이쪽 혼마루의 주인은 기가 강한 편이 아니라, 그런 형님에게 자주 휘둘린다."
우울한 한숨을 쉬는 히자마루를 보며, 다른 히자마루는 뒷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그가 소속된 혼마루, 사니와 키노우의 휘하에는 형님도 와 있었다. 만약 자신의 혼마루의 형님이 주인에게 반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그렇게 상상하니 피식 웃어버리고 마는 히자마루였다. 그의 주인은 약해 보여도 심지가 굳은 이였다. 헤이안의 검들의 기운에 압도당하여 존대를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형님에게 마냥 휘둘리지는 않을 테지.
그러나 웃음은 금방 멎었다. 형님이 진심이 되면 무섭다는 것을 히자마루는 잘 알고 있었기에, 방심할 수만은 없었다. 마음 속에 치밀어오르려 하는 감정을 꾹꾹 누르며, 히자마루는 일부러 고개를 뻣뻣하게 들었다.
멀리서 북소리가 크게 들렸다. 춤을 부르는 흥겨운 장단이었다. 축제에 빠지 않는 음색에 하늘을 나는 요괴 몇이 그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아니나다를까 조금 더 나아가자 펼쳐진 광장에 인파가 둥글게 모여들고 있었다. 곧 춤이라도 추려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단 히자마루의 시야 끝에, 매우 익숙한 희끗희끗한 색이 보였다.
"잡았다, 형님."
"주인, 무사한가?"
거의 같은 속도로 달려간 두 히자마루가 서로 다른 이름을 불렀다. 여인의 어깨를 감싸안고 인파를 구경하던 흰 제복의 청년이 돌아보았고, 눈 색이 인상적인 옅은 색의 사니와가 눈을 깜빡였다. 몇 초 후, 흰 제복의 청년이 싱글싱글 웃었다.
"아랴~ 동생이구나. 잡혀버렸네."
"형님이 멀찍이서 알아보고 도망갈까봐 이런 가면까지 써야 했었다. 올해 들어 이게 대체 몇 번째지, 형님!"
"아하하, 사소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해. 아, 가면, 이걸로 바꿔 쓸래? 아까 주인이 사 준 여우 가면인데, 이게 더 귀여울 거야."
"가면 따위 아무래도 좋아. 형님, 축제에 나간다면 나간다고 얘기를 하고 나가고, 주인을 함부로 끌고 나가지는 말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응응, 미안, 미안. 그래서, 어, 음,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동생도 같이 놀래? 곧 춤 추는 모양인데."
"형니-임!!"
오니 가면을 벗어던진 히자마루는 머리를 감싸쥐며 무릎을 숙였다. 그 곁에는 파르스름한 옷을 걸친 백발의 사니와, 키리히메가 당황해 그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다.
사니와 키노우, 본명 아시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머.... 하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아직 꿈결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듯한 그녀에게 오로치 가면을 옆으로 비스듬히 돌린 히자마루가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주인, 무사한가?"
"네? 네."
"그런가. 여기는 네 혼마루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다. 여기까지 온 경위는 기억하고 있나?"
"히자마루 님이 나가고 싶다 하셔서, 그 뒤를 따라......"
"내가?"
아시타의 히자마루는 황당함에 눈썹을 치켜떴다. 그 반응에 되려 얼떨떨해하는 아시타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를 정리하려 하는 히자마루를 본 키리히메네 히게키리가 키득키득 웃었다.
"츠치구모도 둔갑할 줄 알잖니."
그 말에 분위기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정확히는 아시타의 히자마루가 칼집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낼 정도로 칼을 세게 잡은 것이었다. 일전 츠치구모가 둔갑한 자를 베고, 그를 쫓아가 목을 떨구었다는 전설이 되살아난 듯한 살기였다.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모여들었던 요괴 중 몇몇이 슬슬 멀어져갈 정도였다. 아시타는 진정하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히자마루를 응시했고, 다른 혼마루의 남사를 지켜보는 키리히메도 힉 하고 숨을 삼킬 정도였다. 오직 히게키리만이 초탈하게 웃을 뿐이었다.
"이야이야, 다른 혼마루의 동생은 무척이나 무서운 아이로구나."
"이쪽의 동생도 지금부터 무서워질 예정이다, 형님."
줄곧 몸을 수그리고 있던 키리히메네 히자마루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아시타네 히자마루와는 다른 의미에서 눈을 매섭게 치켜뜨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는 보다 세속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아시타네 히자마루가 차분하고 냉혹하게 분노하고 있다면, 키리히메네 히자마루는 격한 감정을 담아 잔소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히게키리가 두 손을 들었다.
"오오, 무섭구나. 오니가 되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렴, 동생아."
"형님, 일전에도 말하였을 텐데! 형님과 주인이 혼마루에서 사라지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고......."
키리히메네 히자마루는 마침 더 커진 북소리에 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갈수록 크게 잔소리를 이어갔다. 그 동안 아시타네 히자마루는 주인에게 요술을 걸어 먼 야마토 국까지 꾀어낸 츠치구모의 기척을 찾으려 사방에 기운을 뻗치고 있었다.
서로의 히자마루를 보던 키리히메와 아시타가 동시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작은 몸짓은 주변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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