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 【코테사니】
※ 창작 사니와(이름 및 독자설정有)가 등장합니다
※ 드림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 좋아합니다! 저와 연인으로서 교제해 주세요!"
업무실 안에 그런 말이 조용히 메아리쳤다. 평소라면 정원 쪽으로 문이 열려 있어 목소리의 여운도 금방 사라질 터였지만, 지금은 그 문조차도 꽉 닫혀있어 여파가 길게 방 안을 맴돌았다. 단 두 사람만이 남아있는데다 크기도 작지 않은 방이어서 더욱 되울림이 진하게 들리는 것일까, 그런 동떨어진 생각이 아주 잠깐 사니와 키리히메의 사고회로 표면에 떠올랐다 빠르게 쓸려나갔다.
키리히메는 휘둥그레 뜨인 두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 자신과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안경 차림의 똑부러지는 인상의 남사가 앉아있었다. 주인에게 할 말이 있다며 업무실에 찾아왔을 때만 해도 그 표정은 평소처럼 풋풋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단둘이 독대하여 할 이야기라고 청해왔을 때에도, 근시였던 카센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업무실의 문을 전부 닫을 때에도, 조금 긴장감은 있었을지언정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남사, 와키자시 코테기리 고우의 인상은 평소와 많이 달랐다. 다부지도록 결연하게 바뀐 표정 때문인지, 방금 전 그의 입에서 나온 말 때문인지 키리히메는 분간할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자신의 두 손을 꼭 붙들고 있는 그의 두 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막연히 제3의 선택지를 떠올릴 뿐이었다.
"코테, 기리……?"
키리히메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코테기리는 네, 하고 짧고 강하게 대답하며 더욱 손에 힘을 주어왔다. 그 표정은 어디까지고 진지해, 이 상황이 절대로 농지거리나 희롱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불을 그대로 굳힌 듯한 표정과 볼가에 올라온 옅은 홍조가, 마치 처음으로 주역을 맡은 무대에 오르기 직전인 연기자처럼 보였다. 혹은 출사표를 던지는 장수일까.
할 말을 잊은 채 키리히메는 계속 눈을 깜작였다. 그 두 손을 꼭 감싸쥐어 붙든 코테기리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땀이 맺히고 있었다. 그 손 너머로 제 주인을 강하게 바라보던 코테기리의 두 눈에 점차 초조함이 서렸다. 고우노 요시히로가 만든 와키자시는 침을 꿀꺽 참키더니 곧 아까보다는 조용한, 하지만 더욱 강렬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런 말을 갑자기 들어 주인께서도 많이 당황하셨겠지요. 장난이라 생각하셔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이 마음은, 주인을 향한 연심은 진심입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부디 제 고백을 받아주세요!"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고 증명에 확인사살까지 확실하게 끝내는 말이었다. 키리히메의 입술이 코테기리, 라고 말하려듯 움직였지만 목소리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그 벙긋거리는 입술에 애가 탄 것일까, 코테기리는 더욱 가까이 주인에게 붙어앉았다. 이제 정말로 무릎이 맞닿은 거리에서, 그는 키리히메의 손을 붙든 두 손에 힘을 꾸욱 주었다. 다섯 개의 점이 수놓인 오른손이 단단히 그 형태를 굳히듯 절도 있게 움직였다.
"오랫동안 주인을 좋아해 왔습니다, 이제는 답을 듣고 싶어요. 승낙이든 거절이든, 주인께서 답을 주실 때까지, 이 손을 놓지 않겠습니다!"
안경이 살짝 비뚤어졌다. 안경알 너머로 보이는 코테기리의 눈시울은 볼에서 홍조가 옮아왔는지 빠르게 벌개지고 있었다. 애정을 갈구하여 불타는 그 모습은 실로 필사적이어서, 되려 싱그러우니 풋풋하게 보이기도 했다. 와키자시 남사의 맑은 눈동자가 또르륵 굴렀다.
키리히메는 활짝 열린 눈을 무의식적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푸른 시선이 코테기리 고우를, 그가 꼭 움켜쥔 키리히메 자신의 손을, 그리고 그 손을 감싸쥔 코테기리의 손을 차례로 보았다. 오늘 코테기리는 정복 차림이기는 했으나, 출진할 때가 아니라 그런지 손에는 코테(손목 보호구)를 끼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 손의 색이, 손가락의 뻗은 모양이, 오른쪽 손등의 다섯 점이 선명하게 보였다. 발갛게 변한 코테기리의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그 손은 평소의 뽀얀 빛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 손이, 코테기리의 고백만큼이나 강하게 키리히메의 가슴을 두드려왔다.
"코테기리…… 손, 예쁘네."
"네?"
뜬금없이 떠오른 목소리에 코테기리가 당황했다. 그는 손에 힘을 더 주는 것도 잊고, 그저 방금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띄운 제 주인을 살폈다.
"주인, 무슨…?"
"아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다시 들어서. 그, 예전에도 말했지만…… 코테기리는 손이 정말 예뻐. 손가락도, 손톱도, 피부도, 손목도, 다 너무 예뻐. 부러울 정도로."
"그… 런가요?"
어느새 상황이 뒤집혀 있었다. 아까 전까지는 코테기리가 충격을 주고 키리히메가 멍해져 있었는데, 이제는 코테기리가 넋을 반쯤 놓고 있었다. 그는 얼떨떨한 표정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러나 두 손은 계속 놓지 않은 채였다. 왜 갑자기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왔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주인이 자신을 칭찬해 준 것은 순수하게 기뻤기 때문이리라. 그 증거로, 코테기리의 얼굴에는 아직도 홍조가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리히메는 계속 코테기리의 손에 눈을 두었다. 실로 아름다운 한 쌍의 손을 계속 보던 사니와는,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다 다물기를 반복했다. 말을 고르고 있다기보다는 들리지 않는 감탄사를 몇 번인가 내보낸 것에 더 가까웠다. 그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자신의 고백에 대한 답이었으면 어쩌지 하고 코테기리가 슬슬 애를 태우기 시작할 무렵, 키리히메의 입이 실수로 목소리를 만들었다.
"대답을 계속 미루면, 코테기리는 계속 손을 잡고 있어주는 걸까."
"주인?"
코테기리가 놀라 던진 목소리에 키리히메가 꿈에서 깨어난 듯한 얼굴을 보였다. 남사와 눈이 마주치자, 옅은 색채의 사니와는 시선을 흐트러뜨리더니 그대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만약 두 손이 코테기리에게 잡혀 있지 않았더라면 옷소매로 얼굴을 가렸으리라. 손을 잡고 고백하길 잘했다고 코테기리가 멍하니 생각하는 동안, 키리히메가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아니, 그, 그게. 코테기리 손이 예쁘다고는 전부터 생각했지만, 그, 손을 잡거나 잡아달라고 하거나 그런 건, 지금까지 전혀 못 했는걸. 그러니까, 그, 저기……."
뒤로 갈수록 목소리는 작아져 더 이상 말이 되지 않았다. 결국 웅얼거림으로 변한 음성을 꿀꺽 삼킨 키리히메는 고개를 더욱 아래로 수그려 버렸다.
멍해져 있던 코테기리의 얼굴에 점차 화색이 돌았다. 그는 길조가 머리를 치고 지나간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점차 환해지는 얼굴로 웃기 시작했다. 만면에 미소를 띠운 채, 그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 말에서 이미 대답이 보이는 건 저의 착각인 걸까요?"
"아마, 착각 아닐, 거야."
더듬거리는 키리히메의 대답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데도 홍조를 띤 것처럼 보였다.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하지만 손을 빼거나 몸을 돌리지는 않는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며, 코테기리는 키리히메의 손을 더욱 힘주어 쥐었다. 이미 대답은 들은 후였다.
"지금 마음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다면 분명 최고의 스테이지가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 당장 안무를 보이려면 주인의 손을 놓아야 하니, 그건 나중으로 미뤄두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코테기리는 손을 잡은 채로 몸을 낮춰 시선을 올렸다.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있던 키리히메와 그 시선이 만났다. 얼굴이 아까 전의 코테기리만큼이나 발갛게 익은 키리히메가 더욱 동요하여 눈을 깜빡이자, 코테기리가 해맑게 웃었다. 더없이 맑은 호선을 입가에 그리며, 그가 제 주인의 손을 더욱 단단히 쥐었다.